Dearest Kitty, Bep's engaged! The news isn't much of a surprise, though none of us are particularly pleased.
사랑하는 키티에게, 벱 언니가 약혼했어!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지만, 우리 중 누구도 딱히 기뻐하진 않았지.
은신처 식구들의 생명줄인 베프가 약혼을 했대! 그런데 분위기가 싸하지? 축하해줘야 할 경사인데 왜 안네와 가족들은 시큰둥한 건지, 그 이유를 들어보면 좀 황당할 수도 있어.
Bertus may be a nice, steady, athletic young man, but Bep doesn't love him, and to me that's enough reason to advise her against marrying him.
베르투스가 성실하고 운동도 잘하는 건실한 청년이긴 하지만 언니가 그를 사랑하지 않거든. 사랑 없는 결혼이라니, 내가 언니라면 말리고 싶어.
안네의 단호박 같은 연애관이 나왔어! 상대방이 아무리 엄친아(성실, 운동 잘함)라도 '사랑'이 없으면 결혼은 절대 안 된다는 거지. 15살 소녀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결혼은 조건보다 마음이 먼저인가 봐.
Bep's trying to get ahead in the world, and Bertus is pulling her back; he's a laborer,
언니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데, 베르투스는 언니를 자꾸 뒤로 잡아끄는 것만 같아.
베프는 야망이 있는 스타일인데 남친 베르투스는 소박한 타입인가 봐. 안네가 보기엔 둘의 인생 속도가 안 맞는 거지. 사랑도 중요하지만 한 명은 달리고 한 명은 발을 거는 느낌이랄까?
without any interests or any desire to make something of himself, and I don't think that'll make Bep happy.
특별한 관심사도 없고 자기 발전에 대한 욕심도 없는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라, 언니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걱정돼.
베르투스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 소위 '꿈이 없는 사람'이라 안네 눈엔 영 안 차는 모양이야. 베프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 옆에 무기력한 남친이라니, 안네는 벌써부터 미래가 그려지는 듯해.
I can understand Bep's wanting to put an end to her indecision; four weeks ago she decided to write him off, but then she felt even worse.
벱 언니가 그만 망설이고 결판을 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해. 4주 전만 해도 베르투스랑 끝내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러고 나니 마음이 더 안 좋았나 봐.
베프도 고민이 많았나 봐. 헤어질까 말까 하다가 막상 헤어지려니 마음이 너무 아픈 거 있지? '구남친'이 될 뻔했다가 다시 돌아온 거야. 이랬다저랬다 하는 그 갈대 같은 마음, 다들 한 번쯤 겪어봤지?
So she wrote him a letter, and now she's engaged. There are several factors involved in this engagement.
그래서 결국 그에게 편지를 썼고, 이제 약혼까지 하게 된 거지. 이 약혼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
결국 보고 싶어서 편지 한 장 쓱 보냈다가 약혼까지 골인! 안네가 보기엔 이게 단순한 사랑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뒤에 나올 복잡한 집안 사정이나 나이 문제 같은 것들이 벌써부터 냄새가 나지?
First, Bep's sick father, who likes Bertus very much. Second, she's the oldest of the Voskuijl girls
첫째는 베르투스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시는 몸이 편찮으신 아버님 때문이고, 둘째는 언니가 포스카윌 집안의 장녀라는 사실이야.
베프가 마음에도 없는 약혼을 한 이유가 줄줄이 소세지처럼 나오고 있어. 아버지는 아파서 골골대시는데 사윗감 베르투스는 좋다고 하시니, 효녀 베프가 거절하기 힘들었겠지? 게다가 K-장녀 뺨치는 '포스카윌네 장녀'라는 책임감까지 베프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거야.
and her mother teases her about being an old maid. Third, she's just turned twenty-four, and that matters a great deal to Bep.
거기다 어머니는 언니가 노처녀가 될 거라며 자꾸 놀려대시거든. 셋째는 언니가 이제 막 스물네 살이 됐다는 건데, 벱 언니에겐 그게 아주 큰 문제인가 봐.
엄마는 옆에서 '너 그러다 시집 못 간다'며 잔소리 폭격을 퍼붓고 계셔. 24살이면 요즘 기준으론 완전 아기인데, 당시엔 벌써 '노처녀' 소리 들으며 주변에서 압박을 주던 시기였나 봐. 베프 마음이 얼마나 조급하고 답답했겠어?
Mother said it would have been better if Bep had simply had an affair with Bertus.
엄마는 차라리 언니가 베르투스랑 그냥 가볍게 연애나 하는 게 나았을 거라고 하셔.
안네네 엄마의 쿨하다 못해 서늘한 일침이 나왔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덜컥 약혼해서 인생 꼬이느니, 그냥 가볍게 연애나 하면서 즐기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현실적인 조언이지. 역시 어른들의 눈은 정확하다니까.
I don't know, I feel sorry for Bep and can understand her loneliness.
난 잘 모르겠어. 그냥 언니가 안쓰럽고, 얼마나 외로웠을지 이해가 가거든.
안네는 엄마의 쿨한 반응과는 달리, 베프의 공허한 마음을 공감해주고 있어.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할 만큼 외로웠던 베프의 사정이 딱해 보였나 봐. 15살 안네가 보기에도 베프의 인생이 참 고달파 보였겠지?
In any case, they can get married only after the war, since Bertus is in hiding, or at any rate has gone underground.
어쨌든 베르투스도 지금 숨어 지내거나 잠적한 상태라, 결혼은 전쟁이 끝나야 할 수 있을 거야.
베르투스도 지금 나치 피해 다니느라 쫓기는 신세라 결혼하고 싶어도 못 해. 전쟁이 끝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인 거지. 둘의 사랑이 참 험난하다, 그치?
Besides, they don't have a penny to their name and nothing in the way of a hope chest. What a sorry prospect for Bep, for whom we all wish the best.
게다가 둘은 가진 돈도 한 푼 없고 혼수품 하나 마련해둔 게 없대. 우리가 정말 아끼는 벱 언니의 앞날이 참 막막해 보여서 걱정이야.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현실은 냉혹해. 모아둔 돈도 없고 결혼 밑천도 하나 없는 이 커플, 안네가 보기엔 앞날이 캄캄한가 봐. 우리 베프 고생길이 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