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 says we'll skip breakfast, eat hot cereal and bread for lunch and fried potatoes for dinner
엄마 말씀으론 아침은 굶고, 점심은 따뜻한 시리얼이랑 빵으로, 저녁은 튀긴 감자로 때워야 한대.
식단표가 무슨 극기훈련 수준이지? 아침은 그냥 '순삭' 당했고, 삼시 세끼 감자랑 시리얼이라니... 성장기 안네한테는 정말 가혹한 식단표야.
and, if possible, vegetables or lettuce once or twice a week.
그리고 형편이 되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채소나 상추를 먹기로 했어.
채소 먹는 게 무슨 소원 빌기 수준이야. 고기도 아니고 고작 상추를 '가능하다면' 먹겠다는 소리가 왜 이렇게 짠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That's all there is. We're going to be hungry, but nothing's worse than being caught. Yours, Anne M. Frank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배는 고프겠지만 들키는 것보단 나으니까. 너의 안네 M. 프랑크가.
배고픈 게 서럽긴 해도 나치한테 잡혀가는 것보단 백번 낫다는 안네의 비장한 결론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일기의 끝맺음을 잊지 않는 안네, 정말 대단하지 않니?
FRIDAY, MAY 26, 1944
1944년 5월 26일 금요일
새로운 날이 밝았어. 1944년이면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인데, 안네의 일기장에도 그 긴박함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는 시기야.
My dearest Kitty, At long, long last, I can sit quietly at my table before the crack in the window frame
사랑하는 키티에게, 정말 오랜만에 창틀 틈새 앞 내 책상에 조용히 앉았어.
드디어 안네에게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왔네. 창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보며 책상에 앉아 펜을 든 안네의 모습이 상상돼?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and write you everything, everything I want to say.
그러고는 너에게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고 있어.
할 말이 얼마나 많으면 'everything'을 두 번이나 썼겠어? 꾹꾹 눌러 담았던 안네의 수다가 드디어 폭발하는 순간이야.
I feel more miserable than I have in months. Even after the break-in I didn't feel so utterly broken, inside and out.
요 몇 달 동안 느낀 것 중에 제일 비참해. 도둑이 들었을 때보다도 안팎으로 더 무너진 기분이야.
안네의 멘탈이 아주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야. 밖에서는 전쟁에 굶주림에 난리인데, 안에서도 마음 둘 곳이 없으니 얼마나 힘들겠어. 도둑맞았을 때보다 더 힘들다는 건 진짜 심각한 거지.
On the one hand, there's the news about Mr. van Hoeven, the Jewish question (which is discussed in detail by everyone in the house),
한쪽에는 반 후벤 씨 소식이나 유대인 문제(식구들 모두가 아주 자세히 토론하는 주제야) 같은 게 있고,
안네의 머릿속 저울의 왼쪽이야. 은신처 식구들의 생존을 책임지던 반 후벤 씨가 잡혀간 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상상이 가니? 다들 예민해져서 유대인 문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중이야.
the invasion (which is so long in coming), the awful food, the tension, the miserable atmosphere, my disappointment in Peter.
언제 올지 모르는 연합군 침공, 형편없는 음식, 팽팽한 긴장감, 숨 막히는 분위기, 그리고 페터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쳐 있어.
안네의 우울한 리스트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전쟁이 끝나려면 연합군이 와야 하는데 소식은 없고, 밥은 맛없고, 주변 사람들은 예민하고... 심지어 썸남 피터까지 실망을 주니 안네의 마음이 아주 너덜너덜해.
On the other hand, there's Bep's engagement, the Pentecost reception, the flowers, Mr. Kugler's birthday,
다른 한쪽에는 벱 언니의 약혼, 성령 강림 대축일 모임, 꽃 선물, 쿠글러 씨의 생일,
자, 이제 저울의 오른쪽! 우울한 일만 있는 건 아냐. 은신처 밖 사람들의 결혼 소식이나 생일 파티 같은 소소한 즐거움도 있지. 이런 소식들이 안네가 숨 쉴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되어주곤 해.
cakes and stories about cabarets, movies and concerts.
케이크, 그리고 카바레나 영화, 콘서트 같은 바깥세상 이야기가 있지.
은신처 밖에서는 화려한 공연도 열리고 영화도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으며 안네는 잠시나마 자유를 꿈꿨을 거야.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이런 수다들이 안네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을지도 몰라.
That gap, that enormous gap, is always there. One day we're laughing at the comical side of life in hiding,
그 간극, 그 엄청난 차이가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어느 날은 은신처 생활의 우스꽝스러운 면을 보며 웃다가도,
방금까지 케이크랑 영화 얘기하며 하하호호 하다가도, 갑자기 현실 자각 타임이 오는 거지. 마음의 온도 차이가 너무 커서 멀미 날 지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