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 books are ruined?” I asked Margot, who was going through them. “Algebra,” Margot said.
“망가진 책이 뭐야?” 내가 묻자 책들을 살피던 언니가 대답했어. “대수학 책이야.”
물에 젖은 책들 중에 과연 어떤 녀석이 희생됐을지 물어보는 안네. 마르고트가 범인(?)을 지목했는데, 그게 하필 '대수학'이네. 공부하기 싫은 과목 1순위가 젖었다니, 이거 혹시 기쁜 소식인가?
But as luck would have it, my algebra book wasn't entirely ruined. I wish it had fallen right in the vase.
그런데 운 나쁘게도(?) 내 대수학 책은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어. 차라리 꽃병 속으로 쏙 빠져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이건 분명 운이 좋은 건데 안네 표정은 왜 이럴까? 제일 싫어하는 대수학 책만 교묘하게 살아남았거든. 차라리 꽃병에 골인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어야 했는데 말이야. 안네의 귀여운 심술이 느껴지지?
I've never loathed any book as much as that one. Inside the front cover are the names of at least twenty girls who had it before I did.
그 책만큼 싫어하는 책도 없을 거야. 표지 안쪽에는 내 앞에 이 책을 썼던 여자애들 이름이 적어도 스무 명은 적혀 있거든.
물에 젖어서 못 쓰게 되길 바랐던 대수학 책이 멀쩡하게 살아남아서 안네가 단단히 뿔이 났어. 게다가 그 책은 무려 20명의 손때가 묻은, 거의 유물급 중고책이었던 거지! 21번째 주인인 안네의 빡침이 느껴지지 않니?
It's old, yellowed, full of scribbles, crossed-out words and revisions.
낡아서 누렇게 변한 데다 온통 낙서에, 지운 자국에, 수정한 흔적투성이라니까.
20명을 거쳐 온 책의 상태가 오죽하겠어? 안네의 눈에는 그게 공부의 흔적이 아니라 그냥 지저분한 쓰레기더미처럼 보였나 봐. 책의 몰골이 아주 가관이지?
The next time I'm in a wicked mood, I'm going to tear the darned thing to pieces! Yours, Anne M. Frank
다음에 한 번만 더 기분이 나빠지면, 이 지긋지긋한 책을 갈가리 찢어버릴 거야! 너의 안네 M. 프랑크가.
안네의 폭발 직전 심정! 얼마나 싫었으면 '사악한 기분'이 들 때 책을 찢어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할까. 마지막엔 이름까지 떡하니 박아서 일기를 마무리하는 게 아주 비장해 보여.
MONDAY, MAY 22, 1944
1944년 5월 22일 월요일
새로운 날이 밝았어! 안네가 일기를 쓸 때마다 적는 날짜야. 이때만 해도 1944년 중반이라 연합군의 소식을 다들 목 빠지게 기다리던 시기였지.
Dearest Kitty, On May 20, Father lost his bet and had to give five jars of yogurt to Mrs. van Daan: the invasion still hasn't begun.
사랑하는 키티에게, 5월 20일에 아빠가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반 단 아주머니께 요거트 다섯 단지를 드려야 했어. 연합군 침공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거든.
은신처 사람들도 침공(D-Day)이 언제일지 내기를 했나 봐. 안네 아빠인 오토 프랑크가 침공 날짜를 맞추는 내기를 했다가 지셨네! 요거트 5병이면 당시엔 꽤 큰 배상물이었을걸?
I can safely say that all of Amsterdam, all of Holland, in fact the entire western coast of Europe, all the way down to Spain,
장담하건대 암스테르담이랑 네덜란드 전역은 물론이고, 사실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유럽 서부 해안 전체가,
지금 유럽 전역이 연합군의 상륙 작전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상황이야. 안네가 살던 암스테르담뿐만 아니라 저 멀리 스페인 근처까지 분위기가 아주 후끈후끈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어.
are talking about the invasion day and night, debating, making bets and... hoping.
밤낮으로 침공 이야기뿐이야. 다들 토론하고, 내기하고... 그리고 간절히 희망하면서 말이야.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영국군 언제 온대?' 이 얘기뿐이야. 오죽하면 안네 아빠처럼 요거트 걸고 내기까지 하겠어? 다들 절박하게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야.
The suspense is rising to fever pitch; by no means has everyone we think of as “good” Dutch people kept their faith in the English,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어. 우리가 흔히 ‘착한’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모두가 영국을 믿고 있는 건 아니야.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니까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어. '영국 놈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안 오는 거 아냐?' 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늘어난 거지.
not everyone thinks the English bluff is a masterful strategical move. Oh no, people want deeds—great, heroic deeds.
영국의 허풍이 아주 노련한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냐, 사람들은 행동을 원해. 위대하고 영웅적인 행동 말이지.
영국군이 '곧 간다, 진짜 간다' 말만 하는 걸 '적을 속이려는 고도의 뻥(bluff)'이라고 좋게 봐주는 것도 이제 한계야. 이제는 말 말고 진짜 결과물(deeds)을 보여달라는 거지.
No one can see farther than the end of their nose, no one gives a thought to the fact
다들 눈앞의 이익만 쫓느라 멀리 내다보지 못해. 아무도 이런 사실은 생각하지 않지.
사람들이 당장 자기들 힘든 것만 생각하느라 시야가 아주 좁아졌다는 걸 안네가 꼬집고 있어. 남의 사정은 1도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모습에 안네가 한마디 날리는 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