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ipped beds, the breakfast things on the table, the pound of meat for the cat in the kitchen --
시트가 벗겨진 침대들, 탁자 위에 그대로 놓인 아침 식사 도구들, 주방에 둔 고양이용 고기 한 덩이...
남겨진 집안 풍경을 묘사하고 있어. 금방이라도 누가 돌아올 것 같지만, 사실은 비어있는 집... 아침 식사 도구와 고양이 고기는 마치 안네 가족이 아주 급하게 신발도 못 신고 도망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연출일까? 아니면 진짜 다급했던 걸까?
all of these created the impression that we'd left in a hurry. But we weren't interested in impressions.
이 모든 게 우리가 아주 급하게 떠난 것 같은 인상을 줬지. 하지만 남들이 어떻게 보든 우린 상관없었어.
남겨진 모습들이 마치 '도망'의 증거처럼 보였겠지만, 안네 가족은 그게 연출이든 진짜든 상관없었어. 오직 살아남는 것,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이 머릿속에 가득했으니까. 보여지는 것보다 본질이 중요한 순간이지.
We just wanted to get out of there, to get away and reach our destination in safety. Nothing else mattered. More tomorrow. Yours, Anne
그저 그곳을 벗어나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랐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지. 내일 더 이야기해 줄게. 너의 안네가.
안네 가족이 드디어 집을 나섰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안전한 목적지' 하나만을 생각하며 빗속을 뚫고 가는 비장한 상황이야. 정든 집을 떠나는 아쉬움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앞서고 있어.
THURSDAY, JULY 9, 1942
1942년 7월 9일 목요일
새로운 날이 밝았어. 은신처에서의 첫 번째 기록이 시작되려나 봐. 7월 9일, 안네의 인생 2막이 열리는 날짜니까 다들 긴장하고 지켜보자고!
Dearest Kitty, So there we were, Father, Mother and I, walking in the pouring rain,
사랑하는 키티, 아빠랑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쏟아지는 빗속을 걸어갔어.
안네가 본격적으로 어제 있었던 탈출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 'pouring rain'이라니,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비가 억수같이 와야 사람들의 눈을 더 잘 피할 수 있었을 거야.
each of us with a schoolbag and a shopping bag filled to the brim with the most varied assortment of items.
우리는 저마다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담긴 책가방과 쇼핑백을 하나씩 들고 있었지.
각자 가방 두 개씩! 그 안에 뭐가 들었을까? 급하게 챙긴 온갖 잡동사니들이 쇼핑백 위로 넘쳐흐를 것만 같아. 짐이 무겁기도 했겠지만 마음의 무게가 더 무거웠을 것 같아.
The people on their way to work at that early hour gave us sympathetic looks;
이른 아침에 출근하던 사람들이 우리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라고.
새벽같이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빗속에서 짐을 지고 가는 세 사람을 본 거야. 그들도 직감했겠지? '아, 저 유대인 가족이 어디론가 숨으러 가는구나' 하고 말이야. 하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시대였어.
you could tell by their faces that they were sorry they couldn't offer us some kind of transportation; the conspicuous yellow star spoke for itself.
우리를 태워줄 수 없어서 미안해하는 표정들이 역력했어. 우리 가슴에 달린 선명한 노란 별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거든.
사람들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했어. 비 오는 날 무거운 짐을 들고 걷는 안네 가족을 보고도 차마 태워줄 수 없었던 건, 유대인을 돕다가 자신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가슴에 달린 노란 별이 그 비극적인 이유를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Only when we were walking down the street did Father and Mother reveal, little by little, what the plan was.
길을 걷기 시작해서야 아빠랑 엄마는 은신 계획을 조금씩 말씀해 주셨어.
아빠 엄마가 진짜 대단하지 않니? 안네가 실수로라도 말할까 봐 탈출하는 그 순간까지도 은신처가 어디인지, 계획이 뭔지 입을 꾹 다물고 계셨던 거야. 정말 첩보 영화의 한 장면 같아!
For months we'd been moving as much of our furniture and apparel out of the apartment as we could.
몇 달 동안 아파트에서 가구랑 옷가지를 할 수 있는 만큼 계속 옮겨오셨대.
아빠 엄마의 파워 'J'형 계획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야! 이웃들 눈치를 보며 야금야금 짐을 빼돌리셨다니, 그동안 얼마나 가슴을 졸이셨을까? 안네도 모르게 진행된 이 프로젝트, 정말 치밀하다!
It was agreed that we'd go into hiding on July 16.
원래는 7월 16일에 숨기로 약속되어 있었거든.
원래는 일주일 정도 더 여유가 있었네. 미리 계획을 세워두긴 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우리 마음대로 되지는 않나 봐. '약속된 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장난 아냐.
Because of Margot's call-up notice, the plan had to be moved up ten days, which meant we'd have to make do with less orderly rooms.
그런데 언니한테 소환장이 날아오는 바람에 계획을 열흘이나 앞당겨야 했어. 그러다 보니 방이 덜 정리된 상태에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된 거지.
인생은 정말 계획대로 안 되지? 언니를 당장 데려가겠다는 통지서 때문에 온 가족이 패닉에 빠져서 예정보다 일찍 짐을 싼 거야. 은신처 방들이 엉망진창이라니, 안네의 고생길이 벌써부터 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