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the house manager. Has been since I was born. She’s like what we have now instead of a parent, kinda.”
“하우스 매니저셔. 내가 태어날 때부터 계셨지. 뭐랄까, 지금 우리에겐 부모님 대신인 셈이야.”
데이비스가 로사를 '하우스 매니저'라고 정정해주네. 그냥 일 도와주시는 분이 아니라 집안의 모든 걸 진두지휘하는 실세라는 뜻이지. 부모님이 안 계신 이 형제에겐 정말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인 것 같아.
“But she doesn’t live with you?” “No, she leaves every day at six, so not that much like a parent.”
“하지만 같이 사시는 건 아니지?” “응, 매일 6시면 퇴근하셔. 그래서 부모님 같은 느낌은 그렇게까지 안 들어.”
아자는 로사가 입주 가사 도우미인 줄 알았나 봐. 근데 6시면 칼퇴근하신대. 역시 퇴근 시간은 소중하니까! 하지만 퇴근 후 텅 빈 집에 남겨질 형제들을 생각하니 왠지 데이비스의 목소리가 씁쓸하게 들리는 것 같아.
Davis unlocked the doors. Daisy got in the backseat and told me to take shotgun.
데이비스가 차 문을 열었다. 데이지는 뒷좌석에 탔고, 나에게 조수석에 앉으라고 말했다.
드디어 에스컬레이드 탑승! 데이지는 눈치 빠르게 뒷좌석으로 슥 들어가네. 아자에게 '샷건(조수석)'을 차지하래. 친구 밀어주기 스킬 보소, 데이지 센스 만점이네.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려는 큰 그림 아니겠어?
As I walked around the front of the car, I noticed Lyle standing next to his golf cart.
차 앞을 돌아 걸어갈 때, 라일이 자신의 골프 카트 옆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스컬레이드 타러 가는데 라일 아저씨가 골프 카트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어. 이 아저씨, 그냥 경비원인 줄 알았는데 눈빛이 무슨 첩보 영화 요원급이야. 골프 카트가 람보르기니라도 되는 양 비장하게 서 있네.
He was talking to a man raking up the first fallen leaves of autumn, but staring at Davis and me.
그는 가을의 첫 낙엽을 긁어모으는 한 남자와 대화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데이비스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입으로는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면서 눈은 아자랑 데이비스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 이거 완전 '라일이 보고 있다' 실사판 아니냐고. 낙엽 쓰는 아저씨는 무슨 죄야, 대화 상대가 딴 데 보고 있는데!
“Just gonna drop these two off,” Davis told him. “Be safe, boss,” Lyle answered.
“이 두 사람만 데려다주고 올게요.” 데이비스가 그에게 말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보스.” 라일이 대답했다.
데이비스가 자기도 어른인 척 쿨하게 데려다준다니까, 라일 아저씨가 '보스'라고 부르네. 이거 왠지 영화 속 충직한 집사 느낌도 나는데? 샷건 탄 아자는 지금 자기가 액션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일 거야.
Once the car doors were closed, he said, “Everyone is always watching me. It’s exhausting.”
차 문이 닫히자 그가 말했다. “모든 사람이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어. 진이 빠지는 일이야.”
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에 들어오니까 데이비스가 속마음을 털어놔. 억만장자 아들이면 다들 부러워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24시간 동물원 원숭이마냥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네. 역시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인가 봐.
“I’m sorry,” I said. Davis opened his mouth as if to speak, seemed to think better of it, and then, a moment later, continued.
“미안해.” 내가 말했다. 데이비스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듯 보였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감시당하는 기분이 얼마나 진 빠지는지 털어놓는 데이비스에게 아자가 사과를 건네. 데이비스는 뭔가 더 깊은 이야기를 하려다 망설이는 눈치야. 억만장자의 삶도 속을 들여다보면 참 복잡미묘하지?
“Like, you know how in middle school or whatever you feel like everyone is looking at you all the time and secretly talking about you?
“왜, 중학교 때나 그럴 때 있잖아. 모든 사람이 항상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것 같은 기분 말이야.”
데이비스가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중2병 시절'의 자의식 과잉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 모두가 나만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은 그 찌릿한 공포, 데이비스는 그걸 매일 겪고 있다는 거지.
It’s like that middle-school feeling, only people really are looking at me and whispering about me.”
“그 중학생 때 같은 기분인데, 차이가 있다면 사람들이 실제로 나를 쳐다보고 내 얘기를 수군거린다는 점이지.”
이게 슬픈 포인트야. 남들은 그냥 기분 탓이지만, 데이비스는 실제로 유명 인사의 아들이자 실종 사건의 당사자라 사람들이 정말로 수군대고 있거든. 착각이 아니라 '팩트'라는 게 소름이지.
“Maybe they think you know where your dad is,” Daisy said. “Well, I don’t. And I don’t want to.” He said it firmly, unshakably.
“사람들은 네가 너희 아빠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생각하나 봐.” 데이지가 말했다. “글쎄, 난 몰라.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아.” 그는 단호하고 확고하게 말했다.
데이지가 사람들이 쳐다보는 이유를 짚어주자 데이비스가 아주 강하게 반응해. 아빠를 찾고 싶지도 않다는 말에서 그동안 쌓인 분노와 체념이 느껴져. 데이비스의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넘어 거의 돌처럼 굳어버린 느낌이야.
“Why not?” Daisy asked. I was watching Davis as he spoke, and I saw something in his face flicker without quite going out.
“왜 안 되는데?” 데이지가 물었다. 나는 말하는 데이비스를 지켜보았고,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은 채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데이지가 '왜 아빠를 찾고 싶지 않냐'고 돌직구를 날렸어. 데이비스의 표정이 촛불마냥 흔들리는데, 이게 분노인지 슬픔인지 본인도 헷갈리는 모양이야. 억만장자 집안이라도 속사정은 참 복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