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the medicine is working, when from nowhere the thought appeared:
어쩌면 약이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그때, 어디선가 불쑥 이런 생각이 나타났다.
"오, 약발 좀 받나?" 하고 안심하려는 찰나, 에이자 특유의 그 '불청객' 같은 생각이 다시 똑똑 문을 두드려. 원래 행복은 짧고 강박은 길다고 하잖아? 아주 눈치 없는 생각이지.
The medicine has made you complacent, and you forgot to change the Band-Aid this morning.
‘약 때문에 안일해졌구나. 오늘 아침에 반창고 가는 걸 잊었잖아.’
이건 에이자 머릿속의 또 다른 목소리야. 평화로움에 취해서 가장 중요한 '청결 루틴'을 빼먹었다고 독설을 날리는 거지. 역시 강박증은 방심을 0.1초도 허락하지 않아.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지?
I was pretty sure I had actually changed the Band-Aid right after waking up,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반창고를 갈았다고 꽤 확신하고 있었다.
에이자가 자신의 기억력을 풀가동해서 강박증이라는 불청객과 맞서 싸우는 중이야. 아침에 눈 뜨자마자 했던 행동을 하나하나 복기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공감되지 않니?
just before I brushed my teeth, but the thought was insistent.
양치질을 하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끈질기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양치질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단서까지 끌어왔지만, 강박이라는 녀석은 정말 눈치가 없지. 논리적인 기억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정말이야? 진짜 확실해?'라며 귓속말을 해대니 에이자도 미칠 노릇일 거야.
I don’t think you changed it. I think this is last night’s Band-Aid.
“네가 그걸 갈았을 리 없어. 이건 어젯밤에 붙였던 그 반창고야.”
에이자 머릿속의 또 다른 자아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가스라이팅을 시전했어. '응, 아냐~ 그거 어제 거야~'라며 에이자의 기억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고 있지. 이쯤 되면 내 머릿속이랑 대화하는 게 제일 극한 직업인 듯.
Well, it’s not last night’s Band-Aid because I definitely changed it at lunch.
아니야, 이건 어젯밤 반창고가 아니다. 점심때 분명히 갈았으니까.
에이자가 최후의 반격에 나섰어! '점심때'라는 아주 강력한 알리바이를 들고 나왔지. 머릿속 목소리와 벌이는 이 치열한 법정 공방, 과연 누가 승리할까? 일단 에이자의 논리적 방어력에 응원을 보내보자고.
Did you, though? I think so. You THINK so? I’m pretty sure. And the wound is open.
정말 그랬을까? 그런 것 같다. ‘정말’ 그런 것 같다고? 꽤 확신한다. 그리고 상처는 열려 있다.
에이자의 머릿속에서 자아 분열 법정 드라마가 시작됐어. 한쪽은 '나 갈았어!'라고 우기고, 다른 쪽은 '대문자로 THINK라고? 진짜 리얼리?'라며 꼬치꼬치 캐묻는 중이지. 거의 셜록 홈즈급 추리력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어.
Which was true. It hadn’t yet scabbed over.
그것은 사실이었다. 상처엔 아직 딱지가 앉지 않았다.
확인 사살 들어갑니다! 눈으로 확인해보니 진짜 상처가 안 아물었어. '딱지가 없다 = 세균 파티장 오픈'이라는 에이자의 공포 공식이 완성되는 순간이야. 이쯤 되면 거의 호러 영화 엔딩급 소름이지.
And you left the same Band-Aid on for—God—probably thirty-seven hours by now,
그리고 너는 같은 반창고를 지금까지—세상에—아마 서른일곱 시간이나 붙여두었겠지.
머릿속 목소리가 이제 시간 계산까지 해왔어. 서른일곱 시간이라니! 반올림도 안 하고 아주 정밀하게 에이자를 압박하는 중이야. '세상에(God)'라며 추임새까지 넣는 저 얄미운 목소리 좀 봐.
just letting it fester inside that warm, moist old Band-Aid.
그 따뜻하고 눅눅한 오래된 반창고 안에서 상처가 곪게 내버려 두면서 말이다.
에이자의 강박증이 보여주는 지옥의 묘사야. '따뜻하고 눅눅한'이라니, 세균들한테는 거의 호캉스 수준의 환경을 제공했다는 거지. '곪다(fester)'라는 단어 하나로 찝찝함을 정점으로 끌어올렸어.
I glanced down at the Band-Aid. It looked new. You didn’t. I think I did. Are you sure?
나는 반창고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새것처럼 보였다. ‘너는 갈지 않았어.’ 갈았던 것 같아. ‘정말 확실해?’
에이자의 시선은 아래로 향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눈은 '새 거네'라고 말하는데, 머릿속 악마는 '응, 아니야~'라며 깐족거리는 중이지.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된 거야.
No, but that’s actually progress if I’m not checking it every five minutes.
아니, 하지만 내가 5분마다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실 진전이다.
에이자가 나름대로 정신 승리를 시도하고 있어. '5분마다 안 보는 게 어디야?'라며 스스로를 토닥여주는 거지. 하지만 이 '진전'이라는 단어가 왠지 슬픈 건 나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