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gave him the email. He responded via her email account.” “Okay, okay. Keep reading.”
“그녀가 작가에게 이메일을 전달했고, 작가가 비서의 계정으로 답장을 보낸 거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계속 읽어봐.”
비서 계정으로 답장을 보냈다니 작가님도 참 유별나시죠. 헤이젤의 심장 박동 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생중계되는 기분일 거예요.
“‘My response is being written with ink and paper in the glorious tradition of our ancestors
“‘내 답장은 우리 조상들의 영광스러운 전통에 따라 잉크와 종이로 쓰이고 있으며,’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말이지.”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작가님의 성격이 대단합니다. 굳이 잉크와 종이로 쓰고 있다는 걸 강조하며 위엄을 세우고 있네요.
and then transcribed by Ms. Vliegenthart into a series of 1s and 0s to travel through the insipid web which has lately ensnared our species,
“‘최근 우리 종을 가두어 버린 지루한 웹을 통해 여행하기 위해 블리겐하르트 양에 의해 0과 1의 연속으로 변환될 것입니다.’”
디지털 세상을 혐오하는 게 딱 전형적인 은둔 작가 스타일이죠? 비서가 일일이 타이핑했을 걸 생각하니 비서님 월급이 궁금해집니다.
so I apologize for any errors or omissions that may result.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누락에 대해 미리 사과드립니다.’”
형식적인 사과지만 문체에서 배어 나오는 오만함은 감출 수가 없네요. 과연 이 편지 끝에 헤이젤이 원하던 답이 들어있을까요?
“‘Given the entertainment bacchanalia at the disposal of young men and women of your generation,
“‘당신들 세대 젊은이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유흥의 축제들을 고려할 때,
작가님이 시작부터 어휘력이 아주 현란하시네요. 요즘 애들은 놀 게 너무 많아서 내 책 안 읽을 줄 알았다는 꼰대... 아니, 어르신 마인드가 느껴지죠?
I am grateful to anyone anywhere who sets aside the hours necessary to read my little book.
내 보잘것없는 책을 읽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전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본인 책을 '보잘것없다'고 낮춰 부르는 게 전형적인 자본주의 미소 스타일인가요? 그래도 시간 내서 읽어주니 고맙다는 인사는 잊지 않으십니다. (세상의 모든 작가님들 화이팅 아닐까? ㅋ)
But I am particularly indebted to you, sir, both for your kind words about An Imperial Affliction
특히 '안나의 고통'에 대해 친절한 말씀을 남겨주신 당신께 큰 빚을 졌군요.
어거스터스가 보낸 메일이 작가님 마음을 제대로 뚫었나 봅니다. 독설가 치고는 꽤나 감동한 눈치죠?
and for taking the time to tell me that the book, and here I quote you directly, “meant a great deal” to you.
이 책이 당신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하기 위해 시간을 내준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당신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말이죠.”
헤이즐이 그렇게 목매던 작가님의 입에서 본인의 감상이 직접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성덕 입성 직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는데요?
“‘This comment, however, leads me to wonder: What do you mean by meant?
“‘하지만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군요. '의미가 있었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갑자기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분위기를 잡기 시작하시네요. '의미가 있었다'는 말의 정의를 묻는 게 딱 까칠한 소설가답죠?
Given the final futility of our struggle, is the fleeting jolt of meaning that art gives us valuable?
우리의 투쟁이 결국은 허망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할 때, 예술이 주는 찰나의 전율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예술이 주는 전율이 과연 가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죠. 투쟁이 허망하다는 말에서 작가님의 비관적인 세계관이 엿보이네요.
Or is the only value in passing the time as comfortably as possible?
아니면 그저 최대한 안락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일까요?
예술이고 뭐고 그냥 시간이나 잘 때우는 게 최고냐고 묻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꽤나 뼈 때리는 질문 아닐까요? (작가님 드립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여 ㅠ)
What should a story seek to emulate, Augustus? A ringing alarm? A call to arms? A morphine drip?
이야기가 지향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어거스터스? 시끄러운 경보입니까? 전쟁의 함성입니까? 아니면 모르핀 투약입니까?
이야기가 경보인지, 무기인지, 아니면 진통제인지 묻고 있네요. 어거스터스에게 직접 이름을 불러가며 질문을 던지는 게 꽤 인상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