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cheesy,” he said. “I’m sorry.” “No,” I said. “No. Don’t apologize.”
“너무 오글거리네. 미안해.” 그가 말했다. “아니야. 사과하지 마.” 내가 대답했다.
본인 멘트가 오글거린다는 걸 알고 사과까지 하네요. 하지만 헤이젤은 그 오글거림마저 거부하지 않는 분위기죠?
“But it doesn’t end.” “Yeah,” I said. “Torture. I totally get it, like, I get that she died or whatever.”
“그런데 끝이 안 나더라.” “응.” 내가 말했다. “고문이지. 그녀가 죽었다거나 뭐 그런 건 알겠는데.”
드디어 이 책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짚어냈습니다. 중간에 툭 끊기는 결말은 독자들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죠.
“Right, I assume so,” I said. “And okay, fair enough, but there is this unwritten contract between author and reader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말했다. “좋아, 다 인정하지만,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일종의 성문화되지 않은 계약이라는 게 있잖아.”
작가와 독자 사이의 상도의를 따지는 중입니다. 결말을 제대로 내주는 게 작가의 예의라는 논리죠.
and I think not ending your book kind of violates that contract.”
“그런데 책을 끝내지 않는 건 그 계약을 위반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봐.”
계약 위반이라고 못 박는 모습이 아주 단호합니다. 은둔 작가님이 들으면 코웃음 칠 것 같지만요.
“I don’t know,” I said, feeling defensive of Peter Van Houten. “That’s part of what I like about the book in some ways. It portrays death truthfully.
“글쎄.” 나는 피터 반 호텐을 옹호하며 말했다. “어떤 면에선 그게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해. 죽음을 아주 진실하게 묘사하고 있거든.”
헤이젤은 오히려 그 불친절한 현실성을 옹호합니다. 죽음이라는 게 원래 예고 없이 찾아오는 거니까요.
You die in the middle of your life, in the middle of a sentence.
사람은 삶의 한복판에서, 문장의 한가운데에서 죽음을 맞이하니까.
삶의 한복판에서 문장이 끊기듯 죽는다는 표현이 참 아프네요. 이 소설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죠?
But I do—God, I do really want to know what happens to everyone else. That’s what I asked him in my letters. But he, yeah, he never answers.”
하지만 나도 정말이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 미치겠어. 그래서 편지로 물어봤지만, 그는 절대 답장을 안 해.
쿨한 척해도 남겨진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작가가 답장을 안 주는 게 이 관계의 가장 큰 벽이죠.
“Right. You said he is a recluse?” “Correct.” “Impossible to track down.” “Correct.”
“맞아. 작가가 은둔자라고 했지?” “응.” “찾아낼 방법이 전혀 없고?” “맞아.”
은둔자라니 소통의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인 게 분명합니다. 이런 사람을 팬으로 둔 헤이젤의 인내심이 대단하네요.
“Utterly unreachable,” Augustus said. “Unfortunately so,” I said.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존재네.” 어거스터스가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래.” 내가 대답했다.
닿을 수 없는 존재라는 말에서 체념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어거스터스의 목소리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 않나요?
“‘Dear Mr. Waters,’” he answered. “‘I am writing to thank you for your electronic correspondence, received via Ms. Vliegenthart this sixth of April,
“‘친애하는 워터스 씨에게.’” 그가 대답했다. “‘4월 6일, 블리겐하르트 양을 통해 전달된 당신의 전자 서신에 감사를 표하며 이 글을 씁니다.’”
아니, 지금 작가의 답장을 읽어주는 걸까요? 작가 비서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나오는 걸 보니 상황이 급반전되는 느낌입니다.
from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nsofar as geography can be said to exist in our triumphantly digitized contemporaneity.’”
“‘우리의 승리적인 디지털화된 동시대성 속에서 지리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한, 미국으로부터 온 서신 말입니다.’”
말투가 굉장히 거만하고 지적인 척이 심한 작가님이네요. 디지털 시대에 지리학이 무슨 소용이냐는 식의 비꼼이 느껴지죠?
“Augustus, what the hell?” “He has an assistant,” Augustus said. “Lidewij Vliegenthart. I found her. I emailed her.”
“어거스터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비서가 있더라고.” 어거스터스가 말했다. “리데베이 블리겐하르트. 그녀를 찾아내서 이메일을 보냈지.”
비서를 공략하다니 어거스터스의 실행력이 폼 미쳤습니다. 헤이젤이 수년 동안 노력해도 못한 걸 단번에 해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