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ly I finished and said, “Can I be excused?” and they hardly even paused
마침내 식사를 마치고 내가 말했다. “저 먼저 일어나도 돼요?” 하지만 두 분은 말을 멈출 생각조차 없으셨다.
드디어 자리 탈출권을 획득했습니다. 부모님은 아직도 기니의 기반 시설과 열띤 토론 중이시라 주인공의 퇴장도 가벼워 보이네요.
from their conversation about the strengths and weaknesses of Guinean infrastructure.
기니의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장단점을 논하느라 대화는 끊길 줄을 몰랐다.
기반 시설 이야기가 디저트까지 이어질 기세입니다. 부모님의 지적 유희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은 방에서 맘 편히 전화를 기다릴 수 있겠네요.
I grabbed my phone from my purse on the kitchen counter and checked my recent calls. Augustus Waters.
주방 조리대 위에 놓인 가방에서 전화를 낚아채 최근 통화 목록을 확인했다. 어거스터스 워터스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 이름이 떴네요. 밥 먹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가는 헤이젤의 속도가 아주 광속급입니다.
I went out the back door into the twilight. I could see the swing set, and I thought about walking out there and swinging while I talked to him,
뒷문을 열고 황혼이 지는 밖으로 나갔다. 그네 세트가 보였고, 그곳까지 걸어가 그네를 타며 그와 통화할까 생각했다.
분위기 잡으러 밖으로 나가는 모양이죠. 노을 지는 마당에서 그네 타며 통화라니 낭만 지수가 폭발합니다.
but it seemed pretty far away given that eating tired me.
하지만 밥 먹는 것조차 기운이 달렸던 내게 그곳은 너무 멀어 보였다.
그네까지 가는 것도 중력 X배 체험 수준인가 봐요. 밥 먹는 것도 일인 체력이면 진짜 저세상 피로함이죠. (그네 타다 영혼 가출할 기세네 ㅠ)
Instead, I lay down in the grass on the patio’s edge, looked up at Orion, the only constellation I could recognize, and called him.
대신 테라스 끝자락 풀밭에 누워 내가 아는 유일한 별자리인 오리온자리를 올려다보며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그냥 잔디밭에 눕는 걸 선택했네요. 오리온자리만 아는 것도 지극히 헤이젤다운 면모입니다.
“Hazel Grace,” he said. “Hi,” I said. “How are you?” “Grand,” he said.
“헤이즐 그레이스.” 그가 말했다. “안녕.” 내가 대답했다. “어떻게 지내?” “아주 좋아.” 그가 말했다.
이름을 풀네임으로 불러주는 게 어거스터스만의 시그니처죠. 아주 좋다는 대답에서 자신감이 뿜어져 나옵니다.
“I have been wanting to call you on a nearly minutely basis, but I have been waiting until I could form a coherent thought in re An Imperial Affliction.”
“매분마다 너한테 전화하고 싶었지만, '안나의 고통'에 대해 조리 있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어.”
1분 단위로 전화하고 싶었다니 이 정도면 거의 분리불안 수준이죠? 책 내용을 정리해서 말하겠다는 학구열이 대단하네요. (덕질도 이렇게 논리적으로 하면 무서울 것 같아 ㅋ)
(He said “in re.” He really did. That boy.)
(그는 '관하여'라는 법률 용어를 썼다. 정말 그랬다. 이 소년이란.)
일상 대화에 법률 용어를 섞어 쓰는 폼이 예사롭지 않죠. 고등학생 입에서 저런 단어가 나오다니 지적 허영심마저 매력적입니다.
“And?” I said. “I think it’s, like. Reading it, I just kept feeling like, like.”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게 그러니까, 읽는 내내 기분이 좀, 뭐랄까, 뭐랄까.”
자신만만하던 소년이 말까지 더듬는 걸 보니 어지간히 충격이 컸나 보네요. 그가 말을 제대로 못 잇는 게 신기할 따름이죠?
“Like?” I asked, teasing him. “Like it was a gift?” he said askingly.
“뭐랄까?” 내가 그를 놀리며 물었다. “마치 선물 같았다고 할까?” 그가 묻는 듯이 말했다.
책이 선물 같았다는 표현에서 진심이 느껴집니다. 자기가 가장 아끼는 책을 인정받은 헤이젤 기분은 어떨까요?
“Like you’d given me something important.” “Oh,” I said quietly.
“네가 나한테 아주 소중한 걸 준 것 같은 기분이었어.” “아.” 나는 나직하게 대답했다.
소중한 걸 받았다는 말에 헤이젤도 살짝 당황한 눈치죠? 이런 훅 들어오는 멘트가 어거스터스의 전공인가 봅니다. (심장아 나대지 마, 이건 그냥 책 이야기야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