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d you live with her?” “No, not primarily, although at the end,
“같이 사셨나요?” “아뇨, 주로 같이 있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엔 그랬지만요.”
평소엔 떨어져 지내다가 죽음이 닥쳐서야 곁을 지켰나 봐. 뒤늦은 후회가 그를 알코올 중독자로 만든 건 아닐까? 아빠로서의 미안함이 여기까지 들리는... 아, 아니, 느껴지는 것 같애.
we brought her to New York, where I was living, for a series of experimental tortures
우린 그 애를 내가 살고 있던 뉴욕으로 데려갔어요. 일련의 실험적인 고문들을 받게 하려고 말입니다.”
실험적인 치료를 '고문'이라고 표현했어. 얼마나 힘들었으면 아빠 입에서 고문이라는 말이 나올까? 의학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거지.
that increased the misery of her days without increasing the number of them.”
수명은 늘리지도 못하면서 그저 고통스러운 날들만 늘려놓은 그런 것들 말이죠.”
의미 없는 연명 치료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해. 살지도 못할 거면서 고통만 연장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 의료계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는 씁쓸한 발언이야.
After a second, I said, “So it’s like you gave her this second life where she got to be a teenager.”
잠시 후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소설을 통해 그 아이에게 10대가 될 수 있는 두 번째 삶을 준 거네요.”
헤이즐의 해석이 참 따뜻하지? 죽은 딸이 소설 속에서나마 10대가 되어 살아가는 거니까. 소설이 그에게는 딸을 위한 제사상 같은 거였을까?
“I suppose that would be a fair assessment,” he said, and then quickly added,
“타당한 평가인 것 같군요.” 그가 말하더니 서둘러 덧붙였다.
자신의 속내를 들키니 쑥스러운지 얼른 말을 돌리려 해. 역시 츤데레 작가답지? 지적인 대화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속셈인가 봐.
“I assume you are familiar with Philippa Foot’s Trolley Problem thought experiment?”
“필리파 풋의 트롤리 딜레마 사고 실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지요?”
갑자기 분위기 윤리학 수업 ㅋ.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것인가 하는 그 유명한 문제지. 이 아저씨는 분위기 잡는 데는 정말 소질이 없다니까.
“And then I show up at your house and I’m dressed like the girl you hoped she would live to become and you’re, like, all taken aback by it.”
“그런데 제가 당신 집에 나타났고, 당신이 바랐던 딸아이의 미래 모습처럼 옷을 입고 있었으니 그렇게 당황하셨던 거군요.”
헤이즐이 반 호텐의 트라우마를 정통으로 찔렀어. 사고 실험 따위엔 관심 없고 본질만 공략하는 솜씨 봐. 반 호텐은 지금 심장이 덜컥했을걸?
“There’s a trolley running out of control down a track,” he said.
“선로 위를 통제 불능으로 달리는 트롤리가 한 대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헤이즐의 말을 무시하고 꿋꿋이 트롤리 얘기를 하네 ㅋ. 현실 도피용 지식 자랑인가? 벽이랑 대화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어.
“I don’t care about your stupid thought experiment,” I said.
“당신의 그 멍청한 사고 실험 따위는 상관없어요.” 내가 말했다.
헤이즐의 쿨한 거절 ㅋ. 지금 그딴 게 중요하냐는 표정이 여기까지 보이는... 아니, 느껴지지? 반 호텐의 지적인 허세를 한 방에 무너뜨리는 헤이즐이야.
“It’s Philippa Foot’s, actually.” “Well, hers either,” I said.
“사실 그건 필리파 풋의 가설이야.” “뭐, 그 여자 것도 관심 없어요.” 내가 말했다.
반 호텐은 이 와중에도 철학자 이름을 들먹이며 지식을 뽐내네. 헤이즐은 지금 철학 강의 들으러 온 게 아니라서 아주 까칠하게 받아치는 중이야. 둘의 티키타카가 아주 살벌하지?
“She didn’t understand why it was happening,” he said. “I had to tell her she would die.
“아이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 그가 말했다. “아이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직접 말해줘야만 했어.”
술주정뱅이인 줄만 알았던 반 호텐의 아픈 과거가 드러나는 순간이야. 어린 자식에게 죽음을 고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감히 상상도 안 가네.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지지?
Her social worker said I had to tell her. I had to tell her she would die, so I told her she was going to heaven.
사회복지사가 아이에게 꼭 말해줘야 한다고 하더군. 아이가 죽을 거라는 말을 해야만 해서, 천국에 갈 거라고 말해줬지.
냉소적인 작가 반 호텐도 결국 아이 앞에서는 평범하고 나약한 아빠였나 봐. 천국이라는 단어가 그에겐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짓말이었을지도 몰라. 마음이 좀 먹먹해지는 대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