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ouched my scars, and then threw the phone back at Raymond.
나는 흉터를 매만졌다. 그러고는 레이먼드에게 휴대폰을 다시 집어던졌다.
레이먼드가 신고해달라고 폰을 줬는데, 엘리너는 그걸 받자마자 흉터를 만지더니 다시 던져버렸어. 그 짧은 순간에 과거의 지독한 기억이 엘리너를 덮친 거지. 레이먼드 입장에선 '아니, 신고하라니까 왜 폰으로 저격을 해?' 싶었겠지만, 엘리너에겐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감당 안 되는 거대한 파도 같은 거야.
“You do it,” I said. “I’ll sit with him.” Raymond swore under his breath and stood up.
“당신이 하라.” 나는 말했다. “나는 이분 곁에 앉아 있겠다.” 레이먼드는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섰다.
엘리너는 못 하겠다며 버티고, 결국 레이먼드가 총대를 메네. 레이먼드가 'swore under his breath(낮게 욕을 하다)'라고 한 거 보여? 평소에 암만 허허실실해도 이런 황당한 상황에선 레이먼드도 속이 터지는 거지. 그래도 투덜대면서 할 일 다 하는 거 보니 레이먼드도 참 진국이야.
“Keep talking, and don’t move him,” he said. I took off my jerkin and placed it over the man’s torso.
“계속 말을 거시오. 그리고 이분을 움직이지 마시오.” 그가 말했다. 나는 저킨을 벗어 노인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레이먼드가 지령을 내리고 떠났어. '말 좀 계속 걸어줘!'. 엘리너는 착실하게 자기 겉옷인 '저킨(jerkin)'까지 벗어서 덮어줘. 체온이 떨어질까 봐 챙겨주는 건데, 사회성은 꽝이어도 도덕적 책임감만큼은 국가대표급이지? 셔츠 바람으로 추위를 견디는 엘리너, 은근히 멋지지 않니?
“Hello,” I said, “I’m Eleanor Oliphant.” Keep talking to him, Raymond had said, so I did.
“안녕하세요.” 나는 말했다. “나는 에리너 올리펀트다.” 계속 말을 걸라는 레이먼드의 말에 따라 나는 그렇게 했다.
말을 걸라니까 자기소개부터 하는 저 투철한 예의범절 좀 봐! 기절한 노인한테 풀네임까지 정중하게 밝히는 모습이 왠지 장례식장 조문객 같기도 하고... 아무튼 레이먼드가 시킨 건 어떻게든 해내려는 엘리너의 성실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야.
“What a lovely sweater!” I said. “You don’t see that color often on a woolen garment.
“정말 멋진 스웨터군요!” 나는 말했다. “모직 의류에서 이런 색깔은 자주 보기 힘들다.”
자기소개 다음엔 옷 칭찬이야?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졌는데 갑자기 패션 비평가가 등판했어. 'lovely sweater'라고 감탄하는 게 진심인 것 같아 더 웃기지 않니? 'woolen garment(모직 의류)'라는 단어 선택 좀 봐. 일상 대화도 사전에서 갓 튀어 나온 것 같아.
Would you describe it as vermillion? Or carmine, perhaps? I rather like it.
“이걸 주홍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어쩌면 진홍색? 나는 이 색이 꽤 마음에 든다.”
이제 색깔 공부 시간이야! 그냥 빨간색(red)이라고 하면 될 걸 'vermillion(주홍)'인지 'carmine(진홍)'인지 따지고 앉아있어. 노인이 들었으면 '그냥 빨갛다고 해...' 하고 벌떡 일어났을걸? 엘리너의 TMI 폭격은 장소와 상황을 가리지 않지. 근데 이 색깔이 진짜 맘에 들었나 봐.
I wouldn’t attempt such a shade myself, of course. But, against the odds, I think you just about carry it off.
물론 나 자신이라면 그런 색조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당신은 그것을 꽤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엘리너의 패션 비평은 기절한 사람 앞에서도 멈추지 않아! 자기는 감히 엄두도 못 낼 '토마토 레드'지만, 이 할아버지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평가하고 있어. 'against the odds(예상을 깨고)'라는 표현에서 할아버지의 패션 소화력에 대한 엘리너의 경이로움(?)이 느껴지지 않니?
White hair and red clothing—like Father Christmas. Was the sweater a gift?
흰 머리와 붉은 옷—마치 산타클로스 같다. 그 스웨터는 선물이었을까?
할아버지의 비주얼을 보고 엘리너가 내린 결론은 '산타클로스'! 영국에선 산타를 'Father Christmas'라고 부르거든. 근데 기절한 산타라니, 그림이 좀 거시기하지? 엘리너는 이 고급 스웨터가 본인이 산 게 아니라 누구한테 '선물' 받은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It looks like a gift, all soft and expensive. It’s far too nice a thing to buy for yourself.
부드럽고 비싸 보이는 것이 꼭 선물 같다. 스스로를 위해 사기에는 지나치게 좋은 물건이다.
엘리너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대목이야. '좋은 건 남이 주는 거다'라는 거지. 자기 돈 주고 이렇게 보들보들하고 비싼 스웨터를 산다는 건 엘리너의 사전에는 없는 일인가 봐. 'far too nice(지나치게 좋은)'라는 표현에서 스스로에게 야박한 엘리너의 속마음이 살짝 느껴져서 짠하기도 해.
But perhaps you do buy nice things for yourself—some people do, I know.
하지만 어쩌면 당신은 스스로를 위해 좋은 물건을 사기도 할 것이다—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엘리너가 한발 물러났어. 세상엔 자기 자신에게 선물(self-gift)하는 '욜로족'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I know'라고 덧붙이는 게 마치 '난 이해 안 가지만 그런 부류가 있다는 데이터는 입력되어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귀엽지 않니?
Some people think nothing of treating themselves to the best of everything.
어떤 사람들은 모든 것 중 최고만을 자신에게 대접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엘리너의 관찰 대상 2호: 최고급만 고집하는 사람들! 'think nothing of(~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다)'라는 표현으로 그들의 뻔뻔함(?) 혹은 쿨함을 묘사하고 있어. '최고의 것(the best of everything)'만 누리는 삶이라니, 엘리너에겐 화성인의 삶처럼 생소하게 들릴 거야.
Mind you, looking at the rest of your clothes, and the contents of your shopping bag,
하지만 당신의 나머지 옷들과 장바구니 내용물을 보면,
엘리너의 '반전' 타임! 'Mind you(근데 말이지)'라며 팩트 체크 들어갔어. 스웨터만 보면 부자 같은데, 바지나 신발, 그리고 아까 쏟아진 장바구니 속 내용물을 보니 견적이 딱 나온 거지. '아, 이분은 최고급을 즐기는 분은 아니구나'라고 결론 내리려는 빌드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