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tchen floor gleamed and all the bottles had been removed, the work tops wiped down.
주방 바닥은 반짝거렸고 술병들은 모두 치워져 있었으며 조리대 위도 말끔히 닦여 있었어.
레이먼드가 거의 우렁각시 급으로 집을 다 치워놓고 간 거야. 술에 절어 살던 엘리너의 어두운 과거가 싹 닦여나간 상징적인 장면이지.
There was a pile of folded laundry on one of the chairs. The table was bare save for a vase, the only one I owned, filled with yellow tulips.
의자 위에는 개어놓은 빨래 더미가 놓여 있었어. 식탁 위에는 내가 가진 유일한 화병에 노란 튤립이 가득 꽂혀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
레이먼드의 섬세함이 폭발하는 대목이야. 빨래까지 개어놓고 꽃까지 사다 놓다니 이건 거의 1등 신랑감 후보 수준 아니냐고.
There was a note propped against it. Some food in the fridge. Try to drink as much water as you can. Call me when you’re up Rx
화병에 쪽지 하나가 기대어 있었어. 냉장고에 먹을 게 좀 있어. 가능한 한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해. 일어나면 전화 줘. 알 (레이먼드) 드림.
레이먼드의 메모 내용이야. 짧지만 다정함이 뚝뚝 떨어지지. 마지막 Rx는 레이먼드(Raymond)의 약자이자 처방전(Prescription) 같은 중의적인 느낌도 있어.
He’d scrawled his phone number at the bottom. I sat down and stared at it, and then at the sunshine brightness of the flowers.
그는 아래쪽에 자기 전화번호를 휘갈겨 써놓았어. 나는 주저앉아 그 번호를 빤히 쳐다보다가 햇살처럼 밝게 빛나는 꽃들을 바라보았지.
엘리너가 난생처음 받아보는 타인의 친절과 꽃 선물에 멍해진 순간이야. 감동이 밀려오기 직전의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 느껴져.
No one had ever bought me flowers before. I didn’t much care for tulips, but he wasn’t to know that.
이전에는 아무도 나한테 꽃을 사준 적이 없었어. 튤립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걸 알 리가 없었지.
평생 꽃 선물 한 번 못 받아본 엘리너의 짠내 폭발 모먼트야. 근데 그 와중에 튤립은 내 취향 아니라고 츤츤거리는 게 딱 엘리너답지? 그래도 레이먼드의 진심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
I started to cry, huge quivering sobs, howling like an animal.
나는 울기 시작했어. 온몸을 크게 떨며 흐느끼다가, 나중에는 짐승처럼 울부짖었지.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댐 터지듯이 터져버린 거야. 그냥 훌쩍이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통곡의 벽 세우는 수준으로 울고 있어. 얼마나 힘들었으면 짐승 소리가 다 났을까 싶어 마음 아픈 장면이지.
It felt like I would never stop, like I couldn’t stop. Eventually, from sheer physical exhaustion, I was quiet.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았고, 멈출 수도 없을 것만 같았어. 결국 순전히 육체적인 기진맥진함 때문에, 나는 조용해졌지.
눈물샘 고장 난 것처럼 울다가 결국 배터리 방전돼서 멈춘 거야.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진짜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조용해진 그 허탈한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
I rested my forehead on the table. My life, I realized, had gone wrong. Very, very wrong.
나는 식탁에 이마를 기댔어. 내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지. 아주, 아주 많이 잘못되었다는 걸.
울다 지쳐서 식탁에 머리 박고 인생 현타 제대로 온 장면이야. '아, 내 인생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은 뼈아픈 자각이 밀려오는 순간이지. 아주 아주 잘못됐다는 반복 표현에서 그 절망감이 느껴져.
I wasn’t supposed to live like this. No one was supposed to live like this.
내가 이렇게 살기로 되어 있던 게 아니었는데. 그 누구도 이렇게 살기로 되어 있는 사람은 없어.
인생이 뭔가 단단히 꼬였다는 걸 깨닫고 현타가 세게 온 상황이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외치는 처절한 독백 같은 거지.
The problem was that I simply didn’t know how to make it right. Mummy’s way was wrong, I knew that.
문제는 내가 이걸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전혀 몰랐다는 거야. 엄마의 방식이 틀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잘못된 걸 알아도 고치는 방법을 모를 때의 그 막막함 알지? 인생의 오답 노트를 적어야 하는데 정답지를 아예 잃어버린 상태라고 보면 돼.
But no one had ever shown me the right way to live a life, and although I’d tried my best over the years,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인생을 사는 올바른 방법을 보여준 적이 없었고, 지난 세월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긴 했지만,
인생 매뉴얼도 없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온 엘리너의 억울함이 묻어나는 대목이야.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도 칭찬 안 해주고 결과도 엉망이라니 진짜 눈물 나지 않냐.
I simply didn’t know how to make things better. I could not solve the puzzle of me.
상황을 어떻게 나아지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몰랐어. 나라는 존재의 퍼즐을 풀 수가 없었던 거지.
자아 정체성이 완전히 조각나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멘붕의 정점이야. 자기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그 답답함이 느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