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laughed. “Well, I suppose I could go for a glass of red, right enough,” he said.
그는 웃으며 말했어. "글쎄, 레드 와인 한 잔 정도는 나도 괜찮을 것 같네, 정말로."
엘리너의 엉뚱한 반응에 레이먼드도 결국 항복하고 술을 마시기로 결정한 상황이야.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진 게 느껴지지?
“Red what?” I said. “Wine, Eleanor. Merlot, I think—whatever was on special at Tesco this week.”
"레드 뭐?" 내가 물었어. "와인 말이야, 엘리너. 멜로였나 싶은데, 이번 주 테스코에서 세일하던 게 뭐든지 간에 말이야."
술 종류를 잘 모르는 엘리너의 '레드 뭐?'라는 질문에 레이먼드가 '와인이지 임마'라고 답하는 상황이야. 대충 싼 거 샀다는 레이먼드의 털털함이 돋보이지.
“Ah, Tesco,” I said. “In that case... I think I’ll join you. Just the one, though,” I said.
“아, 테스코군요.”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같이 마실게요. 딱 한 잔만요.”라고 덧붙였다.
레이먼드가 테스코에서 할인하는 와인을 샀다고 하니까 엘리너가 '아 가성비 맛집 테스코라면 못 참지' 하면서 은근슬쩍 숟가락 얹는 장면이야. 술꾼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딱 한 잔'이라는 비겁한 변명을 깔아두는 게 포인트지.
I didn’t want Raymond to think I was a dipsomaniac. He came back with two glasses and a bottle with a screw cap.
레이먼드가 나를 알코올 중독자로 생각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는 잔 두 개와 스크류 캡이 달린 병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레이먼드한테 '나 사실 낮술 좀 하는 여자야'라는 인상을 줄까 봐 내심 걱정하면서도 눈은 이미 와인병을 쫓고 있는 엘리너의 자아분열 상태야. 근데 가져온 와인이 코르크가 아니라 돌려 따는 뚜껑이라 엘리너의 교양 레이더가 살짝 흔들리고 있어.
“I thought wine had corks?” I said. He ignored me. “To Sammy,” he said, and we clinked glasses like people do on television.
“와인에는 코르크 마개가 있는 거 아니었나요?” 내가 물었지만 그는 내 말을 무시했다. “새미를 위하여,” 그가 말했고, 우리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잔을 부딪쳤다.
와인 하면 코르크 뻥 소리가 나야 제맛인데 싼마이 느낌 나는 뚜껑이라 당황한 엘리너와 그런 시시콜콜한 건 쿨하게 씹어버리는 레이먼드의 케미가 돋보여. TV 속 주인공 빙의해서 건배하는 모습이 왠지 짠하면서도 웃기지?
It tasted of warmth and velvet, and a little bit like burned jam.
그것은 온기와 벨벳 같은 맛이 났고, 약간 탄 잼 같은 맛도 났다.
싸구려 와인이지만 엘리너의 입술에 닿는 순간 세상 고오급진 벨벳으로 둔갑하는 마법! 탄 잼 맛이 난다는 건 사실 레드 와인의 진한 풍미를 엘리너식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한 거야. 알코올이 주는 그 따스한 뽕 맛에 취하기 시작한 거지.
“Take it easy now!” he said, waggling his finger in a way I recognized was supposed to be humorous.
“진정해, 살살 하라고!” 그가 웃기려고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 수 있게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어.
엘리너가 와인을 너무 맛있게 들이켜니까 레이먼드가 '야야, 그러다 골로 간다'는 느낌으로 장난스럽게 제동을 거는 장면이야. 분위기 메이커 노릇 하려는 레이먼드의 노력이 가상하지?
“I don’t want you falling off the sofa!” I smiled. “How was your afternoon?” I asked, after another delicious sip.
“소파에서 떨어지는 꼴은 보기 싫거든!” 내가 미소 지었어. “오늘 오후는 어땠어?” 맛있는 술을 또 한 모금 마신 뒤에 물었지.
레이먼드가 너 취해서 굴러떨어지면 답 없다고 농담 던지는 건데, 엘리너는 기분이 좋아서 화제 전환을 시도해. 술기운이 올라오니 세상이 참 아름답지?
He took a very big swig. “You mean apart from rescuing you from the clutches of a pervert?” he said.
그는 술을 아주 크게 한 모금 들이켰어. “변태의 마수에서 널 구해낸 거 말고 다른 거 묻는 거야?” 그가 말했지.
레이먼드가 자기가 오늘 변태한테서 널 구해준 대단한 영웅이라는 걸 생색내며 드립 치는 중이야. 생색내는 폼이 거의 어벤져스급이지?
I had no idea what he was talking about. “Och, the afternoon was fine,” he said, when it became clear I didn’t know how to respond.
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어.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게 분명해지자 그는 '뭐, 오후는 괜찮았어'라고 말했어.
엘리너는 레이먼드의 고단수 농담을 못 알아듣고 뇌정지가 온 상태야. 분위기가 싸해지니까 레이먼드가 머쓱타드 먹으면서 대충 수습하고 있어.
“It all went off as well as these things can. It’ll be tomorrow that it really hits them.
이런 일들이 늘 그렇듯 무사히 잘 끝났어. 진짜로 실감이 나는 건 내일일 거야.
장례식을 갓 치르고 온 레이먼드가 엘리너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장면이야. 당일에는 정신없어서 잘 모르다가 다음 날 아침에 눈 떴을 때 밀려오는 그 공허함 알지? 레이먼드는 그걸 미리 예고하며 위로를 건네는 중이야.
The funeral’s a big distraction; you keep busy with all the arrangements, stupid decisions about scones or biscuits, hymns—”
장례식이라는 게 정신을 쏙 빼놓잖아. 준비할 것들도 많고, 스콘을 낼지 비스킷을 낼지 같은 시시콜콜한 결정에 찬송가까지 고르느라 계속 바쁘니까—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 절차를 챙기느라 정신없는 유족들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어. 슬픔을 잊으려고 일부러 바쁜 척하는 게 아니라 장례식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쉴 틈 없이 몰아가는 걸 보여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