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 stand at the cooker, simmering tomatoes with fresh herbs, reducing them to a rich sauce, slick and slippery with a sheen of olive oil.
그는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신선한 허브와 함께 토마토를 뭉근히 끓여, 올리브유의 광택으로 매끄럽고 윤기 나는 진한 소스를 만들 것이다.
엘리너의 상상이 거의 푸드 포르노 수준으로 디테일해졌어. 배달 피자에 데이고 나니, 자기가 찍어둔 그 뮤지션이 집에서 정성껏 소스를 졸이는 환상에 빠진 거지. 기름기가 흐르는 소스 묘사를 보니 엘리너는 지금 배가 많이 고픈가 봐.
He’d be wearing his oldest, most comfortable jeans, a pair that sat snugly on his slim hips,
그는 가장 오래되고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있을 것이며, 그 바지는 그의 날씬한 엉덩이에 딱 맞게 걸쳐져 있을 것이다.
이제 남자의 패션까지 간섭하는 엘리너! 'Slim hips(날씬한 엉덩이)'에 청바지가 'Snugly(딱 맞게)' 붙어 있는 걸 상상하다니, 엘리너도 결국 눈이 즐거운 게 최고라는 걸 아는 모양이야.
bare feet tapping as he sang softly to himself in his delicious voice and stirred.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며 소스를 젓는 동안, 맨발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소리는 감미롭고(delicious voice), 발은 리듬을 타는 중이야. 엘리너의 망상 속에서 이 뮤지션은 거의 요리하는 천사 급으로 묘사되고 있어. 'Delicious'라는 단어를 목소리에 쓰다니, 정말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목소리인가 봐.
When he’d assembled the pizza, topping it with artichokes and fennel shavings,
피자 조립을 마치고 아티초크와 펜넬 조각을 고명으로 얹고 나면,
아티초크에 펜넬이라니... 엘리너의 취향은 정말 하이엔드 그 자체야. 전단지 피자가 줬던 상처를 이런 고급 식재료 망상으로 치유하고 있네. 피자 만드는 걸 'Assemble(조립)'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참 엘리너답지?
he’d put it in the oven and come and find me, take me by the hand and lead me into the kitchen.
그는 그것을 오븐에 넣은 뒤 나를 찾아와, 내 손을 잡고 부엌으로 이끌 것이다.
드디어 스킨십 타임! 피자가 익는 동안 남자가 엘리너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데려간대. 접촉을 싫어한다는 엘리너도 상상 속에서는 이런 로맨틱한 'Hand-holding'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거야.
He’d have set the table, a dish of gardenias in the center, tea lights flickering through colored glass.
그는 식탁을 차려 두었을 것인데, 중앙에는 치자꽃 한 접시가 놓여 있고 화려한 유리잔 너머로 티라이트 촛불이 일렁이고 있을 것이다.
분위기 잡는 데 치자꽃(gardenias)과 티라이트까지 동원됐어. 엘리너의 상상 속 식탁은 거의 웨딩 화보 수준이야. 알록달록한 유리(colored glass)를 통해 비치는 촛불이라니... 낭만이 아주 치사량을 넘었어!
He’d slowly ease the cork from a bottle of Barolo with a long, satisfying pop and place it on the table, then pull out my chair for me.
그는 바롤로 와인병에서 코르크를 천천히 비틀어 빼낼 것이다. 길고 만족스러운 ‘펑’ 소리와 함께 코르크를 식탁 위에 놓은 뒤, 나를 위해 의자를 빼줄 것이다.
엘리너의 로맨틱 망상이 정점에 달했어. 이탈리아의 고급 와인인 바롤로를 따고 의자까지 빼주는 매너남이라니... 아까 먹은 저렴이 배달 피자의 충격이 어지간히 컸나 봐. 상상 속의 그는 거의 영국 왕실 집사급 에티켓을 장착했네.
Before I could sit, he’d take me in his arms and kiss me, his hands around my waist, pulling me so close
내가 미처 앉기도 전에, 그는 나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출 것이다. 그의 손은 내 허리를 감싸고, 나를 아주 가까이 끌어당길 것이다.
의자 빼주더니 갑자기 분위기 멜로 영화! 앉을 틈도 안 주고 바로 안아서 키스하는 박력이라니... 평소에 스킨십 근처에도 안 가는 엘리너지만 상상 속에서는 아주 할리우드 주연 배우가 따로 없어.
that I could feel the pulse of blood in him, smell the sweet spiciness of his skin and the warm sugar of his breath.
그리하여 나는 그의 몸속에 흐르는 혈액의 맥동을 느끼고, 그의 피부에서 나는 달콤하고 알싸한 향기와 숨결에 밴 따뜻한 설탕 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와, 묘사가 거의 향수 광고 급이야. 혈액의 맥동(pulse of blood)에 숨결에서 나는 설탕 냄새까지... 엘리너는 지금 시각, 청각을 넘어 후각과 촉각까지 동원해서 이 가상의 남자를 핥고(?) 있어. 망상의 끝판왕이다 정말.
I’d finished eating my poor-quality pizza and was jumping up and down on the box,
나는 저품질의 피자를 다 먹고는 상자 위에 올라가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자, 환상 끝! 현실 복귀! 우아하게 와인 따던 상상은 어디 가고, 실제 엘리너는 기름기 쩌는 쓰레기 피자 상자를 찌그러뜨리려고 그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어. 이 갭 차이 실화냐?
trying to crush it small enough to fit into the bin, when I remembered the brandy.
쓰레기통에 들어갈 만큼 작게 짓이기려 애쓰던 그때, 브랜디가 생각났다.
피자 상자랑 사투를 벌이다가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한 줄기 빛! 바로 브랜디야. 엘리너는 스트레스받거나 충격적인 일이 있으면 엄마의 가르침(?)에 따라 알코올 요법을 쓰곤 하거든.
Mummy always said that brandy is good for shocks and I’d bought some, several years ago, just in case.
엄마는 늘 브랜디가 충격을 받았을 때 좋다고 말하곤 했기에, 나는 몇 년 전 만약을 대비해 조금 사두었었다.
엘리너의 인생 가이드북 저자는 바로 '엄마'야. 엄마가 "충격엔 브랜디가 약이다"라고 하니까 몇 년 전부터 고이 모셔둔 거지. 'Just in case(만약을 대비해)' 준비해둔 술을 꺼낼 만큼 오늘 엘리너의 멘탈은 탈탈 털린 상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