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I could use it up, so now I get something from the high street.
채 다 먹기도 전에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시내 상점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결국 재료 버리는 게 아까워서 그냥 밖에서 사 먹기로 했다는 결론이야. high street는 영국에서 상점들이 모여 있는 번화가를 뜻해. 엘리너의 점심은 이제 '바깥 공기'가 섞이게 된 거지.
I always finish with a trip to Marks & Spencer on a Friday, which rounds off the week nicely.
금요일이면 항상 막스 앤 스펜서에 들르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그것은 한 주를 기분 좋게 갈무리해 준다.
엘리너에게 금요일 퇴근길 '막스 앤 스펜서(M&S)' 쇼핑은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이야. 영국에서 M&S는 음식이 꽤 고퀄리티인 슈퍼마켓으로 통하거든. 박봉이라면서 금요일만큼은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 같은 느낌이지.
I sit in the staff room with my sandwich and I read the newspaper from cover to cover, and then I do the crosswords.
나는 직원 휴게실에 샌드위치를 들고 앉아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다음, 십자말풀이를 한다.
엘리너의 점심시간은 철저하게 '솔플'이야. 샌드위치 하나 들고 신문을 구석구석 다 읽는 이 집요함! 그리고 그녀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는 십자말풀이까지... 완벽한 혼자만의 세계지.
I take the Daily Telegraph, not because I like it particularly, but because it has the best cryptic crossword.
나는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보는데, 특별히 그 신문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곳의 난해한 십자말풀이가 가장 훌륭하기 때문이다.
엘리너가 굳이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고르는 이유? 정치 성향이나 기사 내용 때문이 아니야. 오직 '난도가 높은 십자말풀이'가 거기 있어서지. 자기가 남들보다 똑똑하다는 걸 은근히 즐기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
I don’t talk to anyone—by the time I’ve bought my Meal Deal, read the paper and finished both crosswords, the hour is almost up.
나는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밀 딜(Meal Deal) 상품을 사고 신문을 읽고 두 개의 십자말풀이를 다 끝낼 때쯤이면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기 때문이다.
엘리너의 '철벽 점심' 스케줄표야. 1분 1초를 신문 읽기와 퍼즐에 투자하느라 남이랑 수다 떨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어. 사실은 대화하기 싫은 거면서 말이야.
I go back to my desk and work till 5:30. The bus home takes half an hour.
나는 자리로 돌아가 5시 30분까지 일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걸린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시 감옥... 아니, 책상으로 복귀해. 5시 30분 퇴근, 버스로 30분. 엘리너의 삶은 마치 정밀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처럼 규칙적이고 건조해.
I make supper and eat it while I listen to the Archers. I usually have pasta with pesto and salad—one pan and one plate.
나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 라디오 드라마 <아처스>를 들으며 먹는다. 메뉴는 주로 페스토 파스타와 샐러드다. 냄비 하나와 접시 하나면 충분하다.
엘리너의 저녁은 고독하지만 효율적이야. <아처스(The Archers)>는 영국 BBC의 초장수 라디오 소프 오페라인데, 이걸 듣는다는 건 엘리너가 꽤 보수적이고 옛날 감성을 좋아한다는 뜻이지. 설거지거리를 최소화하려는 '원 팬, 원 플레이트' 전략은 완전 공감되지 않니?
My childhood was full of culinary contradiction, and I’ve dined on both hand-dived scallops and boil-in-the-bag cod over the years.
나의 어린 시절은 식생활 면에서 모순으로 가득했다. 지난 세월 동안 손수 채취한 관자 요리를 먹기도 하고, 봉지째 끓이는 냉동 대구를 먹기도 했다.
엘리너의 과거가 평범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단서야. 최고급 식재료인 '손수 채취한 관자'와 가장 밑바닥 인스턴트인 '봉지 대구'를 오갔다는 건, 집안 형편이 극단적으로 변했거나 부모님의 교육 방식이 아주 기괴했다는 뜻이지. 마치 펜트하우스 살다가 갑자기 반지하로 떨어진 느낌이랄까?
After much reflection on the political and sociological aspects of the table, I have realized that I am completely uninterested in food.
식탁의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 대해 깊이 숙고한 끝에, 나는 내가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엘리너는 밥 한 끼 먹는 것도 그냥 넘기지 않아. '정치적, 사회적 측면'을 따져보는 이 지독한 분석가적 면모 좀 봐! 결국 결론은 '난 먹는 거에 노관심'이라는 건데, 관심이 없다는 말을 이렇게나 거창하게 하다니 역시 엘리너답지?
My preference is for fodder that is cheap, quick and simple to procure and prepare,
내가 선호하는 것은 구하고 준비하기에 저렴하고 빠르며 간편한 사료 같은 음식이다.
음식을 'fodder(가축용 사료)'라고 부르는 거 봤어? 엘리너에게 맛있는 음식을 찾는 건 사치야. 그저 구하기 쉽고(procure), 만들기 쉬운(prepare) 게 최고라는 거지. 거의 로봇 수준의 효율성이지 않니?
whilst providing the requisite nutrients to enable a person to stay alive.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만 제공한다면 말이다.
음식의 존재 이유가 오직 '생존'뿐이야. 엘리너에게 밥은 즐거움이 아니라 기계를 돌리기 위한 연료 같은 거야. 탄단지만 맞으면 골판지를 씹어도 상관없다는 아주 지독한 실용주의자지.
After I’ve washed up, I read a book, or sometimes I watch television if there’s a program the Telegraph has recommended that day.
설거지를 마치면 책을 읽거나, 가끔은 <텔레그래프>가 추천한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에 한해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엘리너의 저녁 루틴은 아주 철저해. 설거지(washing up)는 필수고, 독서나 TV 시청이 그 뒤를 잇는데, 여기서 킬포는 '신문의 추천'이 있어야만 TV를 본다는 거야. 자기 주관보다 검증된 권위(신문)의 가이드를 따르는 고지식함의 끝판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