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 short in an attempt to hide the fact that it was thinning and receding, and patchy blond stubble.
머리카락이 듬성해지고 이마가 벗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로 짧게 자른 머리였고, 듬성듬성한 금빛 수염이 나 있었다.
탈모를 감추려는 자의 눈물겨운 짧은 머리... 하지만 엘리너의 눈은 피할 수 없었어. 'thinning(가늘어짐)'에 'receding(뒤로 밀려남)'까지, 레이먼드의 정수리 사정을 아주 과학적으로 분석해버렸네. 게다가 수염은 'patchy(듬성듬성)'하다니, 첫인상 점수 깎이는 소리가 들려.
All of his visible skin, both face and body, was very pink. A word sprang to mind: porcine.
얼굴과 몸을 포함하여 겉으로 드러난 그의 피부는 온통 분홍빛이었다.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돼지 같은'.
피부색이 온통 핑크라니! 엘리너는 이 남자를 보자마자 아주 치명적인 단어를 떠올려. 바로 'porcine'. 그냥 돼지(pig)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학술적인 형용사를 골라서 머릿속으로 '넌 돼지 같아'라고 속삭이는 중이야. 역시 고전학 전공자의 디스는 품격이 다르지?
“Erm, Oliphant?” he said. “Yes—Eleanor Oliphant—I am she,” I said.
“음, 올리펀트 씨?” 그가 물었다. “네, 에리너 올리펀트입니다. 바로 접니다.” 내가 대답했다.
레이먼드가 엘리너 이름을 부르며 확인하는데, 엘리너 대답이 예술이야. "I am she"라니! 요즘 사람들은 거의 안 쓰는, 문법적으로는 완벽하지만 너무나 고풍스러운 말투지. 엘리너와 세상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 이 짧은 대화에서도 팍팍 느껴져.
He lurched toward my desk. “I’m Raymond, IT,” he said.
그는 내 책상을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IT 부서의 레이먼드입니다.” 그가 말했다.
레이먼드의 걸음걸이를 'lurch'라고 표현했어. 술 취한 사람이나 거대한 괴물이 걷듯 비틀비틀, 쿵쾅거리며 다가왔다는 거지. 엘리너 눈에는 그가 아주 우아하지 못한 생명체로 보였나 봐. 한 마디로 폼이 안 난다는 뜻!
I offered him my hand to shake, which eventually he did, rather tentatively.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고, 그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내 손을 잡았다.
엘리너가 아주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는데, 레이먼드는 이런 예우가 당황스러웠나 봐. 'tentatively(머뭇거리며)' 손을 잡았다니,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가 여기까지 느껴져. 엘리너는 이걸 보고 요즘 사람들 매너가 꽝이라고 속으로 툴툴대고 있겠지?
Yet more evidence of the lamentable decline in modern manners.
현대 에티켓의 한심한 타락상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였다.
레이먼드가 엘리너의 악수를 머뭇거리며 받은 걸 보고 엘리너가 내린 결론이야. 예의가 실종된 세상에 대한 고전학 전공자다운 거창한 비판이지. 엘리너 눈에는 지금 이 상황이 인류 문명의 쇠퇴 급으로 심각한 거야.
I moved away and allowed him to sit at my desk. “What seems to be the problem?” he asked, staring at my screen.
나는 옆으로 물러나 그가 내 책상에 앉도록 비켜주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그가 물었다.
드디어 레이먼드에게 자리를 내준 엘리너. 레이먼드는 책상에 앉자마자 전문가 포스를 풍기며 질문을 던져. 하지만 엘리너는 저 '분홍색 남자'가 자기 책상을 차지한 게 썩 유쾌하진 않을 거야.
I told him. “Okey dokey,” he said, typing noisily. I picked up my Telegraph and told him I’d be in the staff room;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오키 도키요,” 요란하게 자판을 두드리며 그가 대답했다. 나는 텔레그래프 신문을 집어 들고 휴게실에 가 있겠다고 말했다.
레이먼드의 '오키 도키'라는 대답 좀 봐. 엘리너 귀에는 저 가벼운 말투가 얼마나 천박하고 거슬렸을까? 자판까지 시끄럽게 두드리는 레이먼드 옆을 벗어나, 엘리너는 평화로운 크로스워드의 세계로 피신하기로 해.
there was little point in my standing around while he mended the computer.
그가 컴퓨터를 고치는 동안 옆에 우두커니 서 있어 봐야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고치는 거 옆에서 지켜봐야 어색하기만 하고 도움도 안 되잖아? 엘리너는 시간 낭비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거든. 효율성 끝판왕인 그녀에게 레이먼드 관찰은 0점짜리 활동인 거지.
The crossword setter today was “Elgar,” whose clues are always elegant and fair.
오늘자 크로스워드 출제자는 ‘엘가’였는데, 그의 문제는 언제나 우아하고 공정하다.
엘리너의 최애 시간, 크로스워드 타임! 출제자 이름까지 꿰고 있는 거 보면 진짜 고수야. '우아하고 공정하다'는 평가에서 엘리너가 얼마나 엄격하고 논리적인 사람인지 또 한 번 알 수 있지. 레이먼드랑은 정반대되는 세계관이야.
I was tapping my teeth with the pen, pondering twelve down, when Raymond loped into the room, interrupting my train of thought.
펜으로 치아를 톡톡 두드리며 세로 12번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던 중, 레이먼드가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와 나의 사고 흐름을 끊어 놓았다.
한창 몰입해서 뇌를 풀가동 중인데 레이먼드가 또 '성큼성큼(loped)' 등장해서 훼방을 놓네. 'train of thought'가 끊겼을 때의 그 빡침... 엘리너의 레이저 눈빛이 발사되기 직전이야.
He looked over my shoulder. “Crosswords, eh?” he said. “Never seen the point of them.
그는 내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았다. “크로스워드인가 보군?” 그가 말했다. “난 이런 것의 의미를 도통 모르겠단 말이지.”
레이먼드가 엘리너의 개인적인 공간, 그러니까 어깨 너머로 쑥 들어와서 엘리너의 신성한 크로스워드를 구경하더니 대놓고 무시를 하고 있어. 퍼스널 스페이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레이먼드의 태도에 엘리너는 지금 속으로 '이 분홍색 남자는 대체 뭐야?' 싶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