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3, 1992
1992년 8월 23일
마지막 편지 이후 두 달 정도 시간이 흘렀어. 한여름의 정점에서 찰리에게도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날짜야. 다시 편지지가 펼쳐진 걸 보니 찰리가 돌아왔나 봐!
Dear friend, I’ve been in the hospital for the past two months. They just released me yesterday.
친구에게, 지난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 어제 막 퇴원했지 뭐야.
충격적인 근황 보고! 마지막 편지 직후 찰리는 결국 정신적 한계가 와서 입원을 했었어. 하지만 'Released'라는 단어에서 이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만큼 회복했다는 희망이 보여. 찰리의 목소리가 훨씬 담담해진 것 같지 않니?
The doctor told me that my mother and father found me sitting on the couch in the family room.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엄마랑 아빠가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셨대.
찰리가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렸던 그날의 모습이야. 부모님이 거실에 들어왔을 때 찰리의 상태가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상상이 가니? 의사 선생님의 입을 통해 듣는 '내 모습'이라니, 찰리 입장에서도 참 묘하고 씁쓸한 기분일 거야.
I was completely naked, just watching the television, which wasn’t on.
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켜지도 않은 텔레비전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대.
찰리가 겪은 해리 현상의 절정이야. 'Completely naked'라는 표현이 찰리의 무방비하고 상처받은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지? 그냥 멍하니 꺼진 TV를 보는 그 눈동자가 얼마나 공허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I wouldn’t speak or snap out of it, they said. My father even slapped me to wake me up, and like I told you, he never hits.
내가 도통 말도 안 하고 정신도 못 차리고 있었대. 아빠는 날 깨우려고 내 뺨을 때리기까지 하셨는데, 내가 말했었지, 우리 아빠는 절대 사람 안 때리는 분이라고 말이야.
사람 절대 안 때리는 아빠가 뺨까지 때릴 정도면 부모님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느껴져. 찰리가 깊은 늪에 빠져서 도저히 못 올라오고 있었다는 증거지. 아빠의 원칙을 무너뜨릴 만큼 상황이 급박했나 봐.
But it didn’t work. So, they brought me to the hospital where I stayed when I was seven after my aunt Helen died.
하지만 소용없었어. 그래서 헬렌 이모가 돌아가셨던 일곱 살 때 머물렀던 그 병원으로 날 데려가셨대.
트라우마의 성지로 다시 돌아온 찰리. 일곱 살 때의 기억과 지금의 아픔이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지점이야. 병원이 찰리에겐 참 얄궂고 무거운 인연인 것 같아.
They told me I didn’t speak or acknowledge anyone for a week. Not even Patrick, whom I guess visited me during that time.
사람들이 그러는데 내가 일주일 동안 말 한마디 안 하고 아무도 못 알아봤대. 그 사이에 면회 왔던 것 같은 패트릭조차도 말이야.
찰리는 일주일 동안 세상과 소통을 완전히 단절했어. 패트릭이 병문안을 왔는데도 몰라봤다니, 패트릭 마음도 참 찢어졌겠다. 찰리는 지금 자기만의 어둡고 깊은 방에 갇혀 있었던 거야.
It’s scary to think about. All I remember is putting the letter in the mailbox.
생각만 해도 소름 돋아. 기억나는 거라곤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던 게 전부거든.
기억의 실타래가 툭 끊긴 찰리. 마지막 기억이 편지를 부치는 장면이라는 건, 그 편지가 찰리에게 얼마나 절박한 마지막 신호였는지 보여줘. 그 뒤의 거대한 블랙아웃이 찰리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거야.
The next thing I knew, I was sitting in a doctor’s office. And I remembered my aunt Helen. And I started to cry.
정신을 차려보니 난 의사 선생님 진료실에 앉아 있었어. 그리고 헬렌 이모가 생각났지. 그래서 난 울기 시작했어.
찰리의 블랙아웃이 끝나고 드디어 의식이 돌아온 순간이야. 근데 하필이면 깨어나자마자 가장 아픈 기억인 헬렌 이모가 떠오르다니, 찰리의 마음이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졌을지 상상조차 안 돼.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둑이 터지듯 터져 나온 거지.
And the doctor, who turned out to be a very nice woman, started asking me questions. Which I answered.
알고 보니 아주 좋은 분이었던 그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 난 대답했지.
찰리가 만난 새로운 의사 선생님은 다행히 따뜻한 분이었나 봐. 찰리는 이제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열고,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이야기들을 쏟내기 시작해. 이 '대답했다'는 짧은 문장 속에 찰리의 엄청난 용기가 담겨 있어.
I don’t really want to talk about the questions and the answers.
그 질문들과 대답들에 대해서는 정말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상담 내용은 찰리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진실들이었을 거야. 우리도 가끔은 남에게 도저히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잖아? 찰리는 지금 그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친구인 너에게도 노코멘트를 선언하고 있어.
But I kind of figured out that everything I dreamt about my aunt Helen was true.
하지만 헬렌 이모에 대해 꿈꿨던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됐어.
단순한 악몽인 줄 알았던 일들이 사실은 찰리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실제 기억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소름 돋는 순간이야.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어. 찰리의 직감이 확신으로 바뀌는 지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