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just like he did two seconds ago, he stood in front of the half-opened door and started talking.
그리고 불과 2초 전과 똑같이, 그는 반쯤 열린 문 앞에 서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줄리안 이 녀석, 완전 데자뷔 아니야? 아까 홈룸 앞에서 하던 짓을 과학실 앞에서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반복하고 있어. 복사해서 붙여넣기 수준의 안내 매뉴얼이라도 머릿속에 들어있는 건지 궁금할 지경이라니까.
He didn't look at me once while he talked, which was okay because I wasn't looking at him, either.
그는 말하는 동안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를 보지 않았으므로 상관없었다.
줄리안은 어기 얼굴을 보는 게 껄끄러운 건지, 아니면 그냥 벽이랑 대화하는 게 취미인 건지 계속 딴 데만 보고 있어. 어기도 굳이 녀석의 콧구멍을 감상하고 싶진 않으니 피차일반이라며 쿨하게 넘어가네. 서로 안 보는 게 세계 평화의 지름길일지도 몰라.
“You won't know who you have for science until the first day of school, but you want to get Mr. Haller.
“개학 첫날 전까지는 누가 과학 선생님이 될지 모르겠지만, 할러 선생님이 걸리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줄리안이 또 학교 정보통인 척 꿀팁을 대방출하고 있어. '할러 선생님이 당첨되어야 해!'라며 거의 신내림 받은 예언가처럼 말하고 있지? 학교 생활의 성패는 역시 선생님 운빨이라는 걸 이 녀석도 이미 터득했나 봐.
He used to be in the lower school. He would play this giant tuba in class.”
그분은 원래 초등부에 계셨어. 수업 시간에 이 거대한 튜바를 연주하시곤 했지.”
과학 시간에 튜바를 부는 선생님이라니, 완전 힙한데? 실험하다가 갑자기 빵파레를 울리는 걸까? 줄리안의 설명을 들으니 할러 선생님의 수업은 왠지 오케스트라와 폭발 실험이 공존하는 카오스일 것 같아.
“It was a baritone horn,” said Charlotte. “It was a tuba!” answered Julian, closing the door.
“그건 바리톤 혼이었어.” 샬롯이 정정했다. “튜바였다니까!” 줄리안이 대답하며 문을 닫았다.
샬롯과 줄리안의 불꽃 튀는 악기 명칭 배틀! 샬롯은 아주 구체적으로 '바리톤 혼'이라고 교정해주는데, 줄리안은 지기 싫어서 빽 소리를 지르고는 문을 쾅 닫아버려. 아집과 고집의 콜라보레이션이 아주 예술이지?
“Dude, let him go inside so he can check it out,” Jack Will told him, pushing past Julian and opening the door.
“야, 녀석도 좀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게 해줘.” 잭 윌이 줄리안을 밀치고 문을 열며 말했다.
오, 잭 윌! 드디어 우리 잭 형님이 한마디 거들었어. 줄리안이 문 앞에 딱 버티고 서서 말로만 떠드니까, 답답했는지 어깨빵(?)을 시전하며 길을 터주고 있어. 무심한 척 챙겨주는 잭의 츤데레 매력이 뿜뿜 터지는 순간이야.
“Go inside if you want,” Julian said. It was the first time he looked at me.
“들어가 보고 싶으면 들어가 봐.” 줄리안이 말했다. 그 애가 나를 쳐다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줄리안이 드디어 어기랑 눈을 맞췄어! 근데 말투가 참... '원하면 그러든가' 식의 츤데레인 척하지만 사실은 되게 얄미운 거 알지? 어기 입장에선 그 시선이 얼마나 낯설고 무거웠을까 싶어.
I shrugged and walked over to the door. Julian moved out of the way quickly, like he was afraid I might accidentally touch him as I passed by him.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줄리안은 내가 옆을 지나갈 때 실수로라도 자기 몸에 닿을까 봐 겁내는 사람처럼 재빨리 길을 비켜 주었다.
줄리안 이 녀석, 길 비켜주는 매너가 아주... 무슨 전염병 피하듯이 후다닥 비켜버리네? 어기는 그냥 무덤덤하게 어깨 으쓱하고 가는데, 줄리안 혼자 오버하는 꼴이 참 가관이야.
“Nothing much to see,” Julian said, walking in after me. He started pointing to a bunch of stuff around the room.
“볼 건 별로 없어.” 줄리안이 내 뒤를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그 애는 방 안 여기저기에 있는 물건들을 무더기로 가리키기 시작했다.
방금까진 피하더니 이제는 또 뒤에서 졸졸 따라오면서 가이드질이야. '볼 거 없다'면서 손가락은 아주 바쁘게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는 거, 완전 모순덩어리 아니니?
“That's the incubator. That big black thing is the chalkboard. These are the desks. These are chairs.”
“저건 부화기야. 저기 커다란 검은 건 칠판이고. 이건 책상들, 이건 의자들이야.”
줄리안이 지금 어기를 바보로 아나 봐. 칠판, 책상, 의자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성의 없이 손가락만 휘휘 저으면서 영혼 없는 브리핑을 하는 중인데, 내가 다 민망하다 야.
“Those are the Bunsen burners. This is a gross science poster. This is chalk. This is the eraser.”
“저건 분젠 버너야. 이건 징그러운 과학 포스터고. 이건 분필. 이건 칠판지우개야.”
분젠 버너 정도는 좀 설명해주나 싶더니, 포스터 보고 징그럽다고 툴툴대고 있어. 급기야 분필이랑 지우개까지 하나하나 짚어주는데... 줄리안, 혹시 유치원 가이드랑 헷갈린 거 아니니?
“I'm sure he knows what an eraser is,” Charlotte said, sounding a little like Via. “How would I know what he knows?” Julian answered.
“칠판지우개가 뭔지 정도는 얘도 분명히 알 거야.” 샬롯이 비아 언니와 비슷한 말투로 말했다. “얘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줄리안이 대꾸했다.
참다못한 샬롯이 딴지를 걸었어. 어기를 바보 취급하지 말라는 거지. 근데 줄리안의 대답이 더 기가 막혀. '내가 어떻게 알아?'라니, 저 당당한 무논리 좀 보라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