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night of the play, right before she and Justin were leaving to get to their school early,
연극이 열리는 날 밤, 비아 누나와 저스틴 형이 학교에 일찍 도착하기 위해 떠나기 직전이었다.
드디어 운명의 연극 날! 고등학교 축제 무대는 준비할 게 태산이지. 누나랑 형이 일찍 가서 대기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 찰나의 순간을 아주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어.
she gave me a big hug and told me she loved me and she was proud to be my sister.
누나는 나를 꽉 안아주며 나를 사랑한다고, 그리고 나의 누나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다.
비아 누나가 어기한테 날리는 감동의 스트레이트 펀치네. 평소엔 좀 차갑게 굴어도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네 누나라서 자랑스러워'라고 해주는 누나라니... 진짜 어기 인생의 수호천사가 따로 없어.
This was my first time in Via’s new school. It was much bigger than her old school, and a thousand times bigger than my school.
비아 누나의 새 학교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누나의 옛날 학교보다 훨씬 컸고, 우리 학교보다는 천 배는 더 컸다.
어기가 고등학교 스케일에 제대로 압도당했어. 천 배 크다는 건 어기만의 귀여운 뻥(?)이 섞인 과장이지만, 중학교 꼬맹이 눈에 비친 고등학교는 거의 거인들의 성처럼 보였을 거야. 여기서 길 잃으면 답도 없겠지?
More hallways. More room for people.
복도도 더 많았다.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더 넓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바글바글한 사람들! 어기한테는 이 거대한 공간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자 구경거리야. 중학교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등학교의 체급 차이를 복도와 공간으로 요약하고 있어.
The only really bad thing about my bionic Lobot hearing aids was the fact that I couldn’t wear a baseball cap anymore.
나의 생체 공학적인 로봇 보청기의 유일한 단점은 야구 모자를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기한테 야구 모자는 단순히 패션이 아니라 얼굴을 가려주는 든든한 방패였잖아. 근데 보청기 때문에 그 소중한 방패를 못 쓰게 됐어. 남들에겐 사소해도 어기한텐 거의 무장 해제나 다름없는 큰일인 거지. '로봇 보청기'라는 표현에서 어기만의 긍정 드립이 느껴져.
In situations like these, baseball caps come in really handy.
이런 상황에서는 야구 모자가 정말 유용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어기는 본능적으로 숨고 싶어 하잖아. 특히 고등학교 강당처럼 낯선 사람들이 떼로 몰려 있는 곳은 어기에게 거의 던전이나 다름없지. 이럴 때 얼굴을 슥 가려주는 야구 모자는 어기에게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같은 존재야.
Sometimes I wish I could still get away with wearing that old astronaut helmet I used to wear when I was little.
가끔은 내가 어렸을 때 쓰곤 했던 그 낡은 우주인 헬멧을 써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 썼던 우주인 헬멧 기억나지? 그건 어기에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완벽한 요새였어. 이제 덩치가 커서 헬멧을 쓰면 더 이상해 보일까 봐 못 쓰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그 안전한 '우주' 안으로 숨고 싶은 어기의 절실함이 느껴져.
Believe it or not, people would think seeing a kid in an astronaut helmet was a lot less weird than seeing my face.
믿기 힘들겠지만,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는 것보다 우주인 헬멧을 쓴 아이를 보는 게 훨씬 덜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문장은 어기가 자기 얼굴에 대해 느끼는 절망감을 담담하게, 그래서 더 아프게 표현하고 있어. 강당 한복판에 헬멧 쓴 애가 나타나면 당연히 다들 쳐다보겠지? 근데 어기는 그 시선조차 자기 맨얼굴을 향한 시선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거야. 슬픈 비교지만 어기한테는 뼈아픈 진실이지.
Anyway, I kept my head down as I walked right behind Mom through the long bright hallways.
어쨌든, 나는 길고 환한 복도를 지나는 동안 엄마 바로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새 학교 복도는 왜 그렇게 길고 밝은 걸까? 숨을 곳도 마땅치 않은 그 환한 길을 지날 때 어기의 유일한 전술은 '엄마 꽁무니 졸졸 따라가기'와 '바닥만 보기'야. 복도가 밝을수록 어기의 마음은 더 위축됐을 것 같아 짠하네.
We followed the crowd to the auditorium, where students handed out programs at the front entrance.
우리는 인파를 따라 강당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는 학생들이 안내 책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강당으로 가는 길은 축제 분위기라 시끌벅적했겠지. 입구에서 안내 책자(programs)를 나눠주는 학생들을 지나치며 어기는 '제발 나한테 말 걸지 마라'고 빌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는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느껴지는 장면이야.
We found seats in the fifth row, close to the middle. As soon as we sat down, Mom started looking inside her pocketbook.
우리는 앞에서 다섯 번째 줄, 가운데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는 가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줄 가운데라니, 연극 보기엔 거의 명당자리네! 근데 엄마는 앉자마자 뭔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가방을 뒤지기 시작해. 여기서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들지 않니? 엄마의 건망증 드립이 시작되려는 찰나야.
“I can’t believe I forgot my glasses!” she said. Dad shook his head.
“안경을 깜빡하다니 말도 안 돼!” 엄마가 말했다. 아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의 건망증은 역시 국대급이야. 연극 보러 와서 안경을 놓고 오다니, 이건 마치 팝콘 없이 영화관 온 거랑 똑같지. 아빠의 고개 젓는 모습에서 '그럼 그렇지' 하는 깊은 체념이 느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