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ds sucked into the non-lingual way down. You’re a we. You’re a you. You’re a she, an it, a they.
단어들은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신은 우리이고, 당신은 당신이며, 당신은 그녀이자 그것이고 그들이다.
이제 '나(I)'라는 단어는 실종됐어. 뱃속 세균부터 시작해서 온갖 자아가 뒤섞여서 '우리'가 됐다가 '그들'이 됐다가 하는 거지. 자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밑바닥까지 추락한 처절한 묘사야.
My kingdom for an I. Felt myself slipping, but even that’s a metaphor. Descending, but that is, too.
'나'라는 주체를 찾을 수만 있다면 내 왕국이라도 바치련만. 내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기분이었지만, 그조차도 은유에 불과하다. 추락하는 것 역시 은유일 뿐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인 'My kingdom for a horse!'를 패러디해서, 말 대신 '나(I)'라는 자아를 간절히 찾고 있어. 근데 그 고통을 설명하려고 '미끄러진다', '추락한다' 같은 말을 써보지만, 그 단어들조차 실제의 끔찍함을 다 담지 못하는 '은유'일 뿐이라며 더 좌절하는 중이야.
Can’t describe the feeling itself except to say that I’m not me. Forged in the smithy of someone else’s soul.
내가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이 기분 자체를 묘사할 길이 없다. 다른 누군가의 영혼이라는 대장간에서 벼려진 기분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했어.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억지로 두드려 만든 도구처럼 느껴진다는 거야. 자아를 완전히 상실하고 타자에 의해 조종당하는 듯한 소름 끼치는 이질감을 대장간에 비유했지.
Please just let me out. Whoever is authoring me, let me up out of this. Anything to be out of this.
제발 나를 여기서 내보내 다오. 나를 써 내려가고 있는 이가 누구든, 나를 여기서 끌어올려 다오. 여기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에이자는 지금 자기가 소설 속 캐릭터처럼 느껴져서, 자기를 조종하는 '작가'에게 빌고 있어. 이 지옥 같은 생각의 굴레에서 제발 탈출시켜 달라는 처절한 기도지. 'Anything'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절박함이 느껴져.
But I couldn’t get out. Three flakes, then four arrive. Then many more.
하지만 나는 나갈 수 없었다. 눈송이가 세 개, 그러다 네 개가 떨어진다. 그리고 수없이 많이 쏟아진다.
탈출하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어.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시를 인용해서, 강박적인 생각들이 처음엔 한두 개씩(Three, then four) 오더니 곧 눈보라처럼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리는 걸 묘사했지. 이제 에이자의 의식은 하얗게 지워지는 중이야.
EIGHTEEN
제18장.
새로운 챕터가 시작됐어. 밤새 강박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에이자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야.
MOM WOKE ME UP AT 6:50. “Sleep through your alarm?” she asked.
엄마가 6시 50분에 나를 깨웠다. “알람 소리 못 들었니?” 엄마가 물었다.
밤새도록 강박적인 생각들에 시달리느라 진이 다 빠진 에이자에게 아침이 찾아왔어. 엄마는 알람도 못 듣고 정신없이 자는 딸이 걱정되나 봐.
I squinted. It was still dark in my room. “I’m fine,” I said.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억지로 눈을 떴지만 에이자의 몸은 천근만근이야. 엄마 걱정 안 시키려고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마음속엔 폭풍우가 치고 있는 상태지.
“You sure?” “Yeah,” I said, and pulled myself out of bed. I was at school just thirty-two minutes later.
“정말이야?” “네,” 나는 대답하고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나왔다. 불과 32분 만에 나는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엄마의 집요한 확인 사살에도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침대를 빠져나와. 몸은 이미 학교에 가 있지만, 정신은 아직 밤새 겪은 지옥 같은 생각들에 묶여 있는 듯한 무미건조한 속도감이야.
I didn’t look my best, but I’d long ago given up trying to impress the student body of White River High School.
나의 몰골은 최악이었으나, 화이트 리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였다.
밤새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대느라 얼굴이 퀭하겠지만, 에이자는 이미 학교 아이들한테 잘 보이려는 욕심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보낸 지 오래야. 해탈의 경지에 오른 고등학생의 쿨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지.
Daisy was sitting alone on the front steps. “You look sleepy,” she said as I walked up.
데이지는 현관 계단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녀가 말했다. “너 졸려 보여.”
등교하자마자 단짝 데이지를 만났어. 에이자의 퀭한 얼굴을 보자마자 '졸리냐'고 묻는 데이지의 모습에서 찐친의 기운이 느껴지지? 원래 친구는 예쁘다는 말보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먼저 하는 법이거든.
It was cloudy, the kind of day where the sun is a supposition.
하늘은 흐렸다. 태양의 존재가 그저 가설에 불과해 보이는 그런 날이었다.
날씨 묘사부터가 심상치 않아. 해가 떴는지 안 떴는지 의심스러운 회색빛 하늘인데, 이걸 '가설(supposition)'이라고 표현하다니 역시 우리 주인공, 문학적 감수성이 터지다 못해 폭발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