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seemed overfull. “How are you, Davis?” she asked.
식탁이 너무 꽉 찬 것 같았다. “데이비스, 어떻게 지내니?” 엄마가 물었다.
평소 2인용으로만 쓰이던 식탁에 데이비스가 합류하니까 갑자기 공간이 포화 상태가 된 느낌이야.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무게감까지 더해져서 식탁이 터져나갈 것 같은 묘한 압박감이 느껴지지. 엄마는 그 어색함을 깨보려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있어.
“Things are good. As you may have heard, I am kind of an orphan, but I am well. How are you?”
“잘 지내고 있어요. 이미 들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일종의 고아나 다름없는 처지이긴 해도 전 괜찮아요. 아주머니는요?”
데이비스가 자기 상황을 '일종의 고아(kind of an orphan)'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장면이야. 아버지는 도망갔고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니 틀린 말은 아닌데, 이걸 남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게 오히려 듣는 사람 마음을 짠하게 만들지. 슬픔을 건조하게 표현하는 데이비스식 화법이야.
“Who looks after you these days?” she asked. “Well, everybody and nobody, I guess,” he said.
“요즘은 누가 널 돌봐주니?” 엄마가 물었다. “글쎄요, 모두가 돌봐주기도 하고 아무도 안 돌봐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돌봐주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데이비스의 대답이 진짜 뼈를 때려. 돈으로 고용된 직원들은 많아서 '모두(everybody)'가 챙겨주는 것 같지만, 진짜 마음으로 사랑해 주는 가족이 없으니 '아무도(nobody)'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화려한 저택 속의 고독함이 느껴지는 대답이야.
“I mean, we have a house manager, and there’s a lawyer guy who does the money stuff.”
“그러니까 제 말은, 하우스 매니저도 있고, 돈 문제를 관리해 주는 변호사 분도 계시다는 뜻이에요.”
데이비스의 '보호자' 목록이야. 엄마, 아빠 대신에 매니저랑 변호사라니... 'money stuff(돈 문제)'라는 표현을 써서 자기를 돌보는 시스템이 결국 돈으로 얽혀 있다는 걸 씁쓸하게 보여주고 있어.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돌봄을 받는 아이의 현실이지.
“You’re a junior at Aspen Hall, yes?” I closed my eyes and tried to telepathically beg my mother not to attack him.
“애스펜 홀 11학년이지, 그렇지?” 나는 눈을 감고 엄마가 그를 공격하지 않기를 텔레파시로 간절히 빌었다.
엄마의 취조 모드가 발동됐어. 데이비스가 다니는 '애스펜 홀'은 이 동네에서 알아주는 초호화 사립학교거든. 엄마는 지금 데이비스를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규정하고 레이저를 쏘는 중이야. 에이자는 지금 창피해서 영혼 가출 직전이지.
“Yes.” “Aza is not some girl from the other side of the river.” “Mom,” I said.
“네.” “에이자는 강 건너편에서 온 그런 가벼운 애가 아니란다.” “엄마.” 내가 말했다.
엄마의 선전포고가 시작됐어. '강 건너편'은 데이비스가 사는 부촌을 의미해. 거기 사는 애들이 우리 동네 애들을 어떻게 보는지 다 안다는 듯이 쐐기를 박는 거지. 우리 딸은 네 노리개가 아니라는 엄마의 무시무시한 방어 기제가 작동했어.
“And I know you can have anything the moment you want it, and that can make a person think the world belongs to them, that people belong to them.
“그리고 네가 원하면 언제든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런 환경은 자칫 세상이,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지.
엄마의 훈계 레벨이 만렙을 찍었어. 부자로 자라면 세상 모든 게 자기 건 줄 아는 '안하무인'이 될까 봐 걱정하는 거야. 데이비스는 지금 앉은자리에서 인성 교육 1회차 수강 중이야. 분위기가 점점 싸해지고 있지?
But I hope you understand you are not entitled to—” “Mom,” I said again.
하지만 네가 ~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엄마.” 내가 다시 말했다.
'entitled(특권 의식)'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엄마의 훈계가 절정에 달했어. 엄마의 말이 폭주하니까 에이자가 결국 다시 한번 '엄마!'를 외치며 브레이크를 밟아. 에이자는 지금 창피해서 지구 내핵까지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야.
I shot Davis an apologetic look, but he didn’t see, because he was looking at my mom.
나는 데이비스에게 사과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엄마를 보느라 내 시선을 보지 못했다.
엄마의 가시 돋친 훈계에 에이자가 데이비스한테 '미안, 우리 엄마가 좀 그래'라는 눈빛을 쐈어. 근데 데이비스는 이미 엄마의 강력한 기운에 홀린 건지, 아니면 너무 당황한 건지 에이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엄마만 뚫어져라 보고 있네.
He started to say something, but then had to stop, because his eyes were welling up with tears.
그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멈추어야만 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철 멘탈 도련님인 줄 알았던 데이비스가 엄마의 말에 제대로 급소를 찔렸나 봐. 대답을 하려고 입을 뗐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안쓰러운 순간이야.
“Davis, are you all right?” my mom asked. He tried to speak again but it devolved into a choked sob.
“데이비스, 너 괜찮니?” 엄마가 물었다. 그는 다시 말을 하려 애썼지만, 결국 울음 섞인 흐느낌으로 변하고 말았다.
독설 날리던 엄마가 데이비스 눈물에 당황해서 갑자기 상냥해졌어. '병 주고 약 주고' 시전 중이지. 데이비스는 대답하고 싶어 죽겠는데, 목구멍에 울음이 걸려서 끅끅대는 소리만 나오네. 식탁 분위기가 완전 얼음판이야.
“Davis, I’m sorry, I didn’t realize...” Blushing, he said, “I’m sorry.”
“데이비스, 미안하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구나….” 얼굴을 붉히며 그가 말했다. “죄송해요.”
엄마도 본인의 말폭격이 너무 심했다는 걸 깨닫고 사과를 해. 그런데 데이비스는 울어서 얼굴이 빨개진 건지, 창피해서 그런 건지 얼굴을 붉히며 오히려 자기가 죄송하대. 이 상황, 대체 누가 누구한테 미안해해야 하는지 꼬일 대로 꼬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