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old him she was holding my hand, and he said, ‘It’s just a reflex,’ and I said, ‘She’s holding my hand, Dad, look.’
나는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있다고 말했지. 그러자 아빠는 '그건 그냥 반사 작용일 뿐이야'라고 말했어. 나는 다시 말했어.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있다고요, 아빠, 보세요.'
어린 데이비스의 간절함과 아빠의 냉혹한 이성이 충돌하는 가슴 아픈 장면이야. 아들은 사랑의 증거라고 믿고 싶은데, 아빠는 그걸 단순한 근육의 반사 작용(reflex)으로 치부해버려. 아빠는 정말 T인가 봐.
And he said, ‘She’s not in there, Davis. She’s not in there anymore.’
그러자 아빠가 말했어. '저 안에 엄마는 없단다, 데이비스. 엄마는 더 이상 저기에 계시지 않아.'
이 소설의 핵심 주제와 맞닿아 있는, 아빠의 최종 선고야. 몸은 여기 있어도 그 안의 '자아'나 '영혼'은 이미 떠났다는 말이지. 아들의 희망을 무참히 밟아버리는 아빠의 차가운 말 한마디가 데이비스에겐 평생의 상처가 되었을 거야.
“But that’s not how it works, Aza. She was still real. She was still alive.
“하지만 세상사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야, 에이자. 그녀는 여전히 실재했어. 여전히 살아 있었다고.
데이비스의 아빠는 엄마가 그냥 '반사 작용'일 뿐이라고 차갑게 말했지만, 데이비스는 그 말을 거부해. 육체적인 반응 이상의 무언가, 즉 엄마라는 존재가 그 자리에 분명히 있었다고 믿는 거야. 에이자에게 '너의 존재도 기생충에 조종당하는 물고기 같은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지?
She was as much a person as any other person; you’re real, but not because of your body or because of your thoughts.”
그녀도 다른 여느 사람과 다름없는 인격체였어. 너도 진짜야. 하지만 네 몸이나 생각 때문은 아니야.”
에이자는 자기가 '기생충이 조종하는 물고기' 아닐까 걱정하지만, 데이비스는 존재의 근거를 몸이나 생각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해줘. 우리를 '나'로 만드는 건 눈에 보이는 몸이나 머릿속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무언가라는 뜻일까? 데이비스, 너 사실 철학과니?
“Then what?” I said. He sighed. “I don’t know.” “Thanks for telling me that,” I said.
“그럼 뭔데?” 내가 물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몰라.” “그 말을 해줘서 고마워.” 내가 말했다.
에이자는 정답을 원했지만, 데이비스의 정직한 '모른다'는 답변이 오히려 위안이 됐나 봐. 가짜 위로보다는 같이 고민해주겠다는 그 마음이 에이자의 닫힌 마음을 똑똑 두드린 거지. 옆얼굴을 바라보는 에이자의 눈빛이 조금은 부드러워졌을 것 같아.
I’d turned to him and was looking at his face in profile.
나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려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면을 보는 것보다 옆얼굴(profile)을 보는 게 가끔은 더 친밀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 에이자가 데이비스의 옆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는 장면에서 둘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어. 아, 이게 바로 썸의 전조 현상인가?
Sometimes, Davis looked like a boy—pale skin, acne on his chin. But now he looked handsome.
어떨 때는 데이비스가 그저 소년처럼 보였다. 창백한 피부와 턱에 난 여드름 같은 것들 때문에. 하지만 지금 그는 잘생겨 보였다.
평소엔 그냥 여드름 난 뽀시래기 남사친이었는데,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 순간 갑자기 남자로 보이는 마법! 에이자의 눈에 콩깍지가 씌이기 시작했어.
The silence between us grew uncomfortable until eventually I asked him the stupidest question, because I actually wanted to know its answer.
우리 사이의 침묵이 점점 불편해질 무렵, 나는 결국 그에게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사실은 그 대답이 정말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썸 탈 때 그 어색한 침묵 알지? 심장 소리 들킬까 봐 아무 말이나 던지는데, 그게 하필이면 '무슨 생각해?'라니. 뻔하지만 가장 궁금한 그 질문!
“What are you thinking?” “I’m thinking it’s too good to be true,” he said.
“무슨 생각 해?” “꿈만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가 말했다.
캬, 이 멘트 보소. '무슨 생각해?'라는 진부한 질문을 로맨틱 코미디 명대사로 받아치다니. 데이비스 선수네, 선수야. 에이자의 심장은 남아나질 않겠어.
“What is?” “You.” “Oh.” And then after a second, I added, “Nobody ever says anything is too bad to be true.”
“뭐가?” “너.” “아.” 그리고 잠시 후, 내가 덧붙였다. “아무도 너무 나빠서 사실 같지 않다는 말은 안 하더라.”
'뭐가?' '너.' 아, 여기서 기절. 하지만 에이자는 역시 에이자야. 로맨틱한 순간에도 비관적인 철학을 한 스푼 얹어버리네. '불행은 현실적이지만 행복은 비현실적이다'라니, 뼈 때리는 말이야.
“I know you saw the picture. The night-vision picture.” I didn’t answer, so he continued.
“네가 그 사진을 봤다는 거 알아. 그 야간 투시경 사진 말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러자 그는 말을 이어갔다.
달달하던 썸 분위기가 싹 가시고 무거운 현실이 끼어들었어. 데이비스는 에이자가 실종된 자기 아빠의 단서가 찍힌 사진을 봤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거지. 에이자는 찔리는 게 있어서인지 입을 꾹 다물어버렸네.
“That’s the thing you know, that you want to tell the cops. Did they offer you a reward for it?”
“경찰에 알리고 싶어 하는 게 바로 그거잖아. 경찰 쪽에서 포상금이라도 준다고 하던가?”
데이비스의 말투에서 묘한 씁쓸함이 느껴지지 않니?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아빠를 찾는 포상금 때문에 접근한 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 거야. 돈 때문에 사람이 꼬이는 부잣집 도련님의 슬픈 운명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