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ing her handbag where she’d dropped it, going straight up to her bedroom and quietly shutting the door.
핸드백을 떨어뜨린 자리에 그대로 둔 채, 할머니는 자기 침실로 올라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명품 백보다 더 무거운 마음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네. 차라리 소리를 지르는 게 낫지 침묵은 너무 무거워.
Conor stood there for a while, not knowing whether he should move or not.
코너는 움직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른 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얼음 땡이라도 하는 줄 알겠어. 이 타이밍에 움직였다간 할머니가 다시 나올까 봐 무섭겠지.
After what seemed like forever, he went into his grandma’s kitchen to get some empty bin liners.
영겁 같은 시간이 흐른 뒤, 그는 할머니의 주방으로 가서 빈 쓰레기 봉투를 가져왔다.
이제야 사태 파악하고 청소 모드 돌입했네. 종량제 봉투 몇 장으로는 택도 없을 난장판인데 말이야.
He worked on the mess late into the night, but there was just too much of it.
코너는 밤늦게까지 어질러진 것들을 치웠지만, 치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자기가 저지른 일 셀프 뒤처리 중이야. 야간 자율 학습보다 훨씬 빡센 야간 자율 청소가 시작됐군.
Dawn was breaking by the time he finally gave up. He climbed the stairs, not even bothering to wash off the dirt and dried blood.
마침내 포기했을 때는 이미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는 흙먼지와 말라붙은 피를 씻어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계단을 올랐다.
밤샘 청소의 끝은 떡실신이지. 피랑 먼지랑 섞인 몰골로 자러 가는 꼬락서니가 참 처량해 보여.
As he passed his grandma’s room, he saw from the light under her door that she was still awake.
할머니의 방을 지나칠 때,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그녀가 여전히 깨어 있음을 알았다.
방 안의 불빛이 왠지 슬퍼 보이네. 할머니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야.
He could hear her in there, weeping.
방 안에서 할머니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꼿꼿하던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리네. 집을 부숴서 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것 같아 더 씁쓸해.
INVISIBLE
투명인간
새로운 챕터 제목이야. 코너가 이제 아예 존재감 제로가 되어버린다는 뜻일까?
Conor stood waiting in the schoolyard. He’d seen Lily earlier.
코너는 학교 운동장에 서서 기다렸다. 아까 릴리를 본 참이었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어젯밤 거실에 머물러 있겠지. 릴리 얼굴 보는 것도 이제는 어색해졌을 거야.
She was with a group of girls who he knew didn’t really like her and who she didn’t really like either,
그녀는 서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 뻔한 여자애들 무리에 섞여 있었다.
쇼윈도 우정의 현장이네. 친하지도 않은 애들이랑 어울리는 릴리의 속사정이 궁금하지 않아?
but there she was, standing silently with them while they chatted away.
하지만 릴리는 다른 애들이 수다를 떠는 동안 그들 곁에 묵묵히 서 있었다.
말 한마디 안 섞고 그냥 서 있는 릴리 좀 봐. 어색함 끝판왕이지만 혼자 있기 싫어서 버티는 중인가 봐.
He found himself trying to catch her eye but she never looked over at him. Almost as if she could no longer see him.
코너는 그녀와 눈을 맞추려 애썼지만, 릴리는 끝내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마치 그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도 된 듯했다.
릴리가 제대로 삐졌나 봐. 투명 인간 취급하는 게 제일 무서운 법이지? 눈길 한 번 안 주는 저 단호함 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