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not.” “His memory is compromised,” Lidewij said. “If only my memory would compromise,” Van Houten responded.
“전혀.” “기억력이 좀 손상되어서요.” 리더베이가 말했다. “내 기억력이 정말 손상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반 호텐이 맞받아쳤다.
기억력 좋아서 괴롭다는 배부른 소리를 하네요. 망각이 축복이라는 말을 저렇게 재수 없게 할 수도 있군요 ㅋ.
“So, our questions,” I repeated. “She uses the royal we,” Peter said to no one in particular. Another sip.
“그러니까 저희 질문 말이에요.” 내가 되풀이했다. “저 아이는 고귀한 '우리'라는 표현을 쓰는군.” 피터가 누구랄 것도 없이 중얼거리며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우리'라는 표현 가지고도 트집을 잡습니다. 사사건건 시비 거는 솜씨가 아주 예술이네요.
I didn’t know what Scotch tasted like, but if it tasted anything like champagne,
스카치가 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샴페인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맛이라면,
술맛도 모르는 애들 앞에서 홀짝거리는 꼴이라니. 헤이즐은 그저 저 아저씨가 신기할 뿐입니다.
I couldn’t imagine how he could drink so much, so quickly, so early in the morning.
어떻게 아침 일찍부터 저렇게 많은 술을 그렇게 빨리 마실 수 있는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모닝 술 속도가 거의 LTE급입니다. 간이 아주 강철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네요.
“Are you familiar with Zeno’s tortoise paradox?” he asked me.
“제논의 거북이 역설에 대해 알고 있나?” 그가 나에게 물었다.
갑자기 분위기 철학 시간입니다. 질문에 답은 안 하고 뜬금없이 역설 타령이라니 회피 기술이 만렙이네요.
“We have questions about what happens to the characters after the end of the book, specifically Anna’s—”
“저희는 책이 끝난 뒤 캐릭터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어요. 특히 안나의— ”
드디어 본론을 꺼내네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목적이 바로 이 질문 하나에 담겨 있습니다.
“You wrongly assume that I need to hear your question in order to answer it. You are familiar with the philosopher Zeno?”
“자네는 내가 대답하기 위해 질문을 들어야 한다고 잘못 가정하고 있군. 철학자 제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나?”
질문도 안 듣고 대답하겠다니 기적의 논리입니다. 갑자기 분위기 철학 교실이 열려버렸네요.
I shook my head vaguely.
나는 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그게 아닙니다. 일단 대충 넘기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느껴지네요.
“Alas. Zeno was a pre-Socratic philosopher who is said to have discovered forty paradoxes within the worldview put forth by Parmenides—
“아아. 제논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로, 파르메니데스가 내세운 세계관 안에서 마흔 개의 역설을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지— ”
역설이 마흔 개나 된다니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픕니다. 작가님은 지금 자기 지식 자랑에 푹 빠져 있군요.
surely you know Parmenides,” he said, and I nodded that I knew Parmenides, although I did not.
“파르메니데스는 당연히 알고 있겠지.” 그가 말했고, 나는 모르면서도 파르메니데스를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긴 뭘 알겠어요? 그냥 빨리 대답 듣고 싶어서 아는 척하는 거야 ㅋ.
“Thank God,” he said. “Zeno professionally specialized in revealing the inaccuracies and oversimplifications of Parmenides,
“다행이군.” 그가 말했다. “제논은 파르메니데스의 부정확함과 지나친 단순화를 드러내는 것을 전문으로 했네.”
남 까는 재미로 사시는 분 같네요. 제논의 전문 분야가 파르메니데스 저격이었다니 참 얄궂은 관계입니다.
which wasn’t difficult, since Parmenides was spectacularly wrong everywhere and always.
“그건 어렵지 않았어. 파르메니데스는 모든 면에서, 그리고 항상 형편없이 틀렸으니까.”
항상 형편없이 틀렸답니다. 이쯤 되면 거의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