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I'm constantly being accused of knowing all there is to know in theory, but not in practice)
(내가 맨날 이론만 빠삭하고 실전엔 꽝이라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 말이야.)
안네가 스스로를 살짝 디스하는 귀여운 부분이야. 주변 어른들이 안네한테 "넌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네"라고 잔소리하는 걸 비꼬면서 언급하고 있어. 억울하긴 하지만 일단 인정은 하는 쿨한 모습!
that in time, even the most uncommunicative types will long as much, or even more, for someone to confide in.
아무리 말수 적은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갈망이 남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작지는 않다는 걸 말이야.
"침묵은 금이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누군가한테 자기 얘기 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해질 거라는 안네의 날카로운 분석이야. 피터도 조만간 무너질(?) 거라고 확신하며 그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거지.
Peter and I have both spent our contemplative years in the Annex.
페터랑 난 우리 생애에서 가장 생각이 많을 이 시기를 여기 은신처에서 보내고 있어.
꽃다운 나이에 좁아터진 다락방에 갇혀 지내야 하는 안네와 피터... 둘 다 인생의 가장 예민한 시기를 여기서 '강제 수양' 중인 셈이지. 사춘기 감성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둘이 더 가까워진 걸지도 몰라!
We often discuss the future, the past and the present, but as I've already told you, I miss the real thing, and yet I know it exists!
우린 자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해. 전에도 말했지만 난 ‘진짜배기’가 그립고, 그게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는 걸 알아!
갇혀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건 수다밖에 없지. 철학적인 얘기까지 다 나오지만, 결국 결론은 '아, 진짜 나가고 싶다!'야. 상상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짜 바깥세상이 있다는 걸 아니까 안네는 더 몸부림치는 중이야.
Is it because I haven't been outdoors for so long that I've become so smitten with nature?
너무 오랫동안 밖에 못 나가서 그런 걸까, 내가 이렇게 자연에 푹 빠져버린 이유가?
원래 집 안에만 박혀 있으면 비 오는 것만 봐도 감성 터지잖아? 안네도 지금 강제 '집순이'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예전엔 거들떠도 안 보던 길가 잡초만 봐도 눈물이 핑 도는 지경이 된 거야.
I remember a time when a magnificent blue sky, chirping birds, moonlight and budding blossoms wouldn't have captivated me.
예전엔 저렇게 눈부신 파란 하늘이나 새들의 지저귐, 달빛, 그리고 막 피어나는 꽃망울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옛날엔 자연 따위 '어 그래, 하늘이네? 새가 우네?' 하고 쿨하게 넘겼던 안네. 소중한 건 잃어버리고 나서야 알게 된다더니, 예전엔 평범하게 느꼈던 것들이 이제는 인생 최고의 쇼가 되어버렸어.
Things have changed since I came here. One night during the Pentecost holiday, for instance, when it was so hot,
여기 온 뒤로 많은 게 변했어. 예를 들면 지난 성령 강림 대축일 연휴 때 너무 더웠던 어느 날 밤이었지.
은신처 생활이 안네를 '자연 덕후'로 만들어버렸어. 예전엔 그냥 지나쳤을 평범한 밤이 이제는 안네에게 아주 특별한 관찰 대상이 된 거지. 좁은 곳에 갇혀 지내다 보니 창밖의 온도나 날씨 변화 하나하나가 인생 최대의 이슈가 된 상황이야.
I struggled to keep my eyes open until eleven-thirty so I could get a good look at the moon, all on my own for once.
모처럼 혼자서 달을 실컷 구경하고 싶어서 밤 11시 반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버텼거든.
달 구경 한 번 하겠다고 잠과의 전쟁을 선포한 안네! 은신처에서는 다른 사람들 눈치 보느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하늘의 별 따기거든. 그래서 모두가 잠든 밤, 오로지 달과 자신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눈꺼풀의 무게를 견뎌낸 거야.
Alas, my sacrifice was in vain, since there was too much glare and I couldn't risk opening a window.
아쉽게도 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어. 불빛이 너무 강한 데다 창문을 열었다간 들킬 위험이 컸거든.
잠까지 포기하며 버텼는데 결과는 꽝! 달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부시거나 반사가 심했나 봐. 그렇다고 창문을 활짝 열자니 밖에서 누가 볼까 봐 무서워서 그러지도 못하고... 안네의 '로맨틱 달밤 프로젝트'가 허무하게 끝나버린 슬픈 순간이야.
Another time, several months ago, I happened to be upstairs one night when the window was open.
또 한 번은 몇 달 전이었는데, 어느 날 밤 위층 창문이 열려 있을 때 거기 있었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이번엔 운 좋게 창문이 열려 있는 레어한 상황을 마주했어. 은신처 사람들은 보통 창문을 꼭 닫고 지내야 하는데, 웬일로 창문이 열려 있었고 안네가 딱 그 타이밍에 위층에 있었던 거지. 안네에게는 로또 당첨급 행운이야.
I didn't go back down until it had to be closed again.
창문을 다시 닫아야 할 때까지 난 내려가지 않고 계속 거기 머물렀지.
창문이 열려있는 그 귀한 순간을 단 1초도 놓치지 않겠다는 안네의 굳은 의지! 다락방 창문 하나 열린 게 뭐라고, 안네한테는 이게 클럽 불금 파티보다 더 힙하고 소중한 이벤트였던 거야.
The dark, rainy evening, the wind, the racing clouds, had me spellbound;
비 내리는 어두운 저녁, 세찬 바람과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들이 내 넋을 쏙 빼놓았거든.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씨면 보통 '아, 오늘 날씨 구리네' 할 텐데, 안네는 지금 감수성 폭발 중이야. 질주하는 구름을 보며 넋이 나간 거지. 사실 우리도 시험 기간에 창밖만 봐도 재밌잖아? 딱 그 느낌인데 한 100배는 더 절실한 상태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