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lways nice to hear my first name spoken aloud by a human voice too.
타인의 목소리로 내 이름이 소리 내어 불리는 것을 듣는 것은 역시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 문장, 유머러스하게 넘기려 하지만 사실 엘리너의 고독이 뚝뚝 묻어나. 기계음이나 인공지능이 아니라 실제 'human voice(인간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다는 거잖아. 평소에 얼마나 이름을 불릴 일이 없었으면 콜센터 직원한테 이런 감동을 느낄까? 엘리너의 결핍을 보여주는 가장 따뜻하고도 슬픈 단서야.
Apart from Social Work and the utility companies, sometimes a representative from one church or another
사회복지국이나 공공 서비스 업체 직원들 외에, 때로는 이따금 이런저런 교회에서 나온 신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엘리너의 방문객 명단이 공개됐어. 사회복지사, 수도/전기 회사 직원, 그리고 종교 권유하는 사람들... 하나같이 자기가 반가워서 맞이하는 손님은 없네. 'one church or another(이런저런 교회)'라는 표현에서 엘리너가 그들을 얼마나 무관심하게 보고 있는지 느껴져. 엘리너 집 대문은 오직 행정적인 필요나 포교 활동에만 열리고 있는 셈이지.
will call round to ask if I’ve welcomed Jesus into my life.
그들은 내 삶에 예수님을 영접했는지 묻기 위해 방문한다.
전형적인 포교 멘트 등장! 'welcomed Jesus into my life(예수님을 영접하다)'래. 엘리너는 이 상황을 아주 객관적으로 보고 있어. 아마 엘리너라면 그들이 들어왔을 때 예수님의 역사적 실존 여부나 포교의 철학적 정당성을 따지며 토론을 제안했을지도 몰라. 그 상담원들, 상대 잘못 골랐다는 생각 안 들었을까?
They don’t tend to enjoy debating the concept of proselytizing, I’ve found, which is disappointing.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들은 개종이라는 개념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엘리너가 전도하러 온 사람들한테 토론 배틀을 신청했나 봐! 'proselytizing(개종 권유)'의 철학적 개념을 따지자고 덤비니, 그들이 좋아할 리가 있겠어? 엘리너는 진지하게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었는데 상대가 안 받아주니까 'disappointing(실망스럽다)' 하대. 전도하러 왔다가 엘리너의 논리에 탈탈 털리고 도망갔을 그분들의 뒷모습이 그려지지 않니?
Last year, a man came to deliver a Betterware catalog, which turned out to be a most enjoyable read.
작년에는 한 남자가 베터웨어(Betterware) 카탈로그를 배달하러 왔는데, 그것은 뜻밖에도 무척 즐거운 읽을거리였다.
엘리너의 독특한 독서 취향 등장! 남들은 쓰레기통에 바로 버릴 'Betterware(생활용품)' 카탈로그를 'most enjoyable read(최고의 읽을거리)'라고 극찬하고 있어. 화려한 소설보다 주방 용품이나 청소 도구가 가득한 카탈로그가 엘리너에겐 더 논리적이고 흥미로웠나 봐. 정말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캐릭터지?
I still regret not purchasing the spidercatcher, which really was a very ingenious device.
나는 정말 독창적인 장치였던 거미 포획기를 사지 않은 것을 여전히 후회한다.
엘리너가 일 년이나 지난 일을 아직도 후회(regret)하고 있어. 그게 뭐냐고? 바로 거미 포획기(spidercatcher)! 'ingenious device(기발한 장치)'라고 칭송하는 걸 보니 엘리너의 취향 저격 아이템이었나 봐. 거미를 죽이지 않고 잡아서 밖으로 내보내는 그 논리적인 자비심이 엘리너의 마음을 흔들었나 봐. 거미 한 마리에도 진심인 그녀, 너무 귀엽지 않니?
June Mullen declined my offer of a cup of tea as we returned to the living room,
거실로 돌아왔을 때 준 멀런은 차 한 잔 마시겠느냐는 내 제안을 거절했다.
엘리너가 나름대로 손님 대접을 하려고 차(tea)를 권했는데, 준 멀런이 칼같이 거절(declined)해버렸어. '나 너랑 친해지러 온 거 아니고 일하러 온 거야'라는 무언의 신호 같지? 엘리너 입장에선 '그래, 나도 차 타기 귀찮았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거실로 돌아가는 그 공기가 왠지 더 차갑게 느껴지네.
and after sitting down on the sofa, she pulled my file from her briefcase.
소파에 앉은 뒤, 그녀는 서류 가방에서 내 서류철을 꺼냈다.
본격적인 업무 시작! 준 멀런이 소파에 앉자마자 서류 가방에서 엘리너의 'file(서류철)'을 꺼내. 저 두툼한 서류 가방 안에는 엘리너의 인생이 종이 몇 장으로 요약되어 있겠지? 엘리너는 그 서류를 꺼내는 동작 하나하나를 긴장... 이 아니라 아주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어.
It was several inches thick, held together precariously by a rubber band.
그것은 두께가 몇 인치는 되었고, 고무줄 하나에 아슬아슬하게 묶여 있었다.
세상에, 서류 두께 좀 봐. 'several inches thick(몇 인치 두께)'이래. 엘리너의 인생사가 얼마나 파란만장했으면 저렇게 두꺼울까? 근데 더 압권인 건 그걸 'rubber band(고무줄)' 하나로 'precariously(아슬아슬하게)' 묶어놨다는 거야. 엘리너의 평온해 보이는 일상이 사실은 저 낡은 고무줄처럼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걸 상징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해지네.
Some unknown hand had written OLIPHANT, ELEANOR, in marker pen on the top right-hand corner and dated it July 1987, the year of my birth.
누군지 모를 손이 오른쪽 상단 구석에 사인펜으로 '올리펀트, 에리너'라고 적어 놓았고, 내가 태어난 해인 1987년 7월의 날짜를 기입해 두었다.
서류 겉면에 적힌 에리너의 이름과 생년월일이야. '누군지 모를 손(Some unknown hand)'이라는 표현이 왠지 운명론적이면서도 행정적인 차가움이 느껴져. 태어나자마자 서류가 만들어졌다니, 에리너의 인생은 태생부터 시스템의 관리 대상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네.
The buff folder, tattered and stained, looked like a historical artifact.
낡고 얼룩진 황갈색 서류철은 마치 역사적 유물처럼 보였다.
서류철 상태 묘사 좀 봐. '역사적 유물(historical artifact)'이래. 얼마나 오래됐으면 고고학자가 발굴해야 할 수준일까? 낡고(tattered) 얼룩진(stained) 그 종이 뭉치가 곧 에리너의 파란만장했던 세월을 증명하는 훈장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족쇄 같기도 해.
“Heather’s handwriting is atrocious,” she muttered, running a manicured fingernail down the page at the top of the pile of papers.
“헤더의 글씨체는 정말 형편없군요.” 그녀는 서류 뭉치 맨 위의 페이지를 잘 가꾸어진 손톱으로 훑어 내리며 중얼거렸다.
전임자 헤더의 악필을 대놓고 까는 준 멀런! 'atrocious(형편없는)'라는 단어 선택부터 범상치 않아. 그 와중에 준의 손톱은 아주 '잘 가꾸어졌다(manicured)'는 걸 에리너는 놓치지 않고 포착해. 준 멀런의 완벽주의적 성격과 헤더의 털털함(혹은 무능함)이 대조되는 순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