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ouldn’t possibly afford to live in this postcode otherwise, certainly not on the pittance that Bob pays me.
그렇지 않았다면 이 우편번호 구역에 사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밥이 내게 주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확실히 무리다.
엘리너의 팩트 체크! 사장님 '밥'이 주는 월급이 얼마나 짠지 'pittance(쥐꼬리만 한 돈)'라는 단어로 한 방에 정리했어. 그 돈으로는 이 동네(this postcode) 근처에도 못 올 텐데, 공공 주택 덕분에 살고 있다는 거지. 자기 경제 상황을 이렇게 냉정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분석하다니, 엘리너도 은근히 현실주의자라니까.
Social Services arranged for me to move here after I had to leave my last foster placement, the summer immediately before I started university.
사회복지국은 내가 마지막 위탁 가정을 떠나야 했던 때, 즉 대학 입학 직전 여름에 이곳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엘리너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과거사를 풀고 있어. 위탁 가정(foster placement)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시점이 바로 대학 입학 직전이었대. 사회복지국이 엘리너의 '둥지 탈출'을 도와준 셈인데, 엘리너에게는 이 이사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을 거야. 혼자만의 공간을 처음 갖게 된 설렘... 보다는 안도감이 더 컸을 것 같지?
I’d just turned seventeen. Back then, a vulnerable young person who’d grown up in care would be allocated a council flat
나는 막 열일곱 살이 된 참이었다. 그 당시에는 보호 시설에서 자란 취약 계층 청년에게 공공 주택이 배정되곤 했다.
와, 열일곱 살에 독립이라니! 우리 엘리너는 참 일찍 철이 들 수밖에 없었겠어. 'vulnerable(취약한)' 청년들을 위해 나라에서 'council flat(공공 주택)'을 내주던 좋은(?) 시절의 이야기야. 엘리너는 자기가 보호가 필요한 사람(in care)이었다는 걸 아주 담담하게,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설명하고 있어.
close to her place of study without it being too much of a problem. Imagine that.
학업 장소와 가까운 곳으로 말이다. 별다른 문제 없이 말이다.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대학 근처에 집을 떡하니 내주다니, 엘리너가 생각하기에도 그 시절 복지 시스템은 상상도 못 할 만큼 쿨했나 봐. 'Imagine that(상상해 봐)'이라고 툭 던지는 말에서 지금의 팍팍한 현실과 대비되는 냉소적인 느낌이 살짝 묻어나지 않니? 집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애들이 들으면 배 아파할 소리야.
It took me a while to get around to decorating, I remember, and I finally painted the place in the summer after I graduated.
내 기억으로 집을 꾸미는 데 마음을 먹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고, 졸업한 후의 여름이 되어서야 드디어 집 전체를 칠했다.
집을 배정받고 나서 바로 꾸미지는 않았나 봐. 'get around to(드디어 ~를 하게 되다)'라는 표현을 보니 꽤 오랜 시간 방치해뒀던 것 같지? 그러다 졸업 후에야 큰맘 먹고 페인트칠을 했대. 엘리너에게는 대학 졸업이 비로소 자기만의 공간을 돌볼 여유가 생긴 시점이었나 봐. 텅 빈 공간을 색으로 채우는 엘리너의 모습, 왠지 좀 짠하면서도 대견하지?
I bought emulsion and brushes after cashing a check I received in the post from the University Registry, along with my degree parchment;
나는 학위 증서와 함께 대학 등록국으로부터 우편으로 받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 수성 페인트와 붓을 샀다.
와우, 상금을 받았었나 봐! 'University Registry(대학 등록국)'에서 온 수표(check)를 현금으로 바꿔서 페인트 재료를 샀대. 학위 증서(degree parchment)를 받은 날, 엘리너는 파티 대신 페인트 붓을 들었어. 자기 힘으로 얻은 상금으로 집을 꾸미는 저 소박하고도 철저한 경제 관념... 역시 우리 엘리너다워.
it turned out that I’d won a small prize, set up in the name of some long-dead classicist,
알고 보니 내가 어떤 이미 오래전에 죽은 고전 학자의 이름으로 마련된 소박한 상을 받았던 것이다.
엘리너가 상을 받은 이유가 나왔어! 'long-dead classicist(오래전 죽은 고전 학자)'의 이름으로 된 상이래. 엘리너가 고전학을 전공했다는 건 이미 알았지만, 상까지 받을 정도로 우등생이었다니 반전 매력이지? 이미 세상에는 없는 대선배가 엘리너의 페인트 값을 대준 셈이야. 고전학자의 유산이 엘리너의 벽지로 환생했네!
for the best finals performance in a paper on Virgil’s Georgics.
베르길리우스의 '농경시'에 관한 논문으로 기말 시험에서 최우수 성적을 거둔 덕분이었다.
상장 이름이 엄청나네. 베르길리우스의 '농경시(Georgics)'에 관한 논문이라니! 엘리너의 지적 수준이 상상 이상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야. 남들 연애하고 놀 때 엘리너는 기원전 시인의 농사 짓는 시를 분석하며 '최우수 성적(best finals performance)'을 찍었어. 이 언니, 공부 하나는 진짜 끝내주게 잘했구나!
I graduated in absentia of course; it seemed pointless to process onto the stage with no one there to applaud me.
나는 물론 불참한 상태로 졸업했다. 나에게 박수를 보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무대 위로 걸어 나가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졸업식 무대 위로 당당히 걸어 나가는 대신 '불참 졸업(in absentia)'을 선택한 엘리너. 박수 쳐 줄 가족이나 친구가 없으니 그 화려한 행렬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거야. 냉소적이지만 그 안에 깊은 고독이 느껴져서 마음이 찡하네. 축하받지 못할 기쁨은 엘리너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나 봐.
The flat hadn’t been touched since then. I suppose, trying to be objective, that it was looking rather tired.
그 이후로 아파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 보건대, 집이 꽤 낡아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졸업 후에 페인트칠 한 번 하고는 9년 동안 그대로 방치했대. 준 멀런의 시선을 빌려 자기 집을 보니 'tired(지친/낡은)'해 보인다는 걸 인정한 거지. 집도 주인 닮아 기운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엘리너가 자기 삶을 방치해온 시간이 집안 구석구석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느껴지는 장면이야.
Mummy always said that an obsession with home interiors was tediously bourgeois and, worse still,
엄마는 늘 집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것은 지루할 정도로 중산층답고, 설상가상으로,
엘리너가 왜 집을 안 꾸몄는지 이유가 드디어 나왔어! 'Mummy'의 가스라이팅 때문이었네. 인테리어 꾸미는 걸 'bourgeois(부르주아/중산층)'스럽다고 깎아내렸던 거야. 엄마의 독설이 엘리너의 취향을 아예 거세해버린 거지. 엘리너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엄마의 비웃음 소리가 이명처럼 울리고 있나 봐.
that any kind of “do-it-yourself” activities were very much the preserve of the hoi polloi.
온갖 종류의 'DIY' 활동은 그야말로 하층민들의 전유물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선민의식이 폭발하는 대목이야! 직접 집을 고치거나 꾸미는 DIY는 'hoi polloi(하층민/민초)'들이나 하는 짓이래. 자기는 고귀해서 손에 먼지 묻히는 일 따위는 안 한다는 거지. 이런 엄마 밑에서 자랐으니 엘리너가 자기 주변을 가꾸는 걸 얼마나 죄악시했겠어? 'hoi polloi'라는 표현 자체가 엘리너 엄마의 오만함을 아주 잘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