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ond nodded. To his credit, he looked slightly ashamed, and only a tiny bit disappointed.
레이먼드는 고개를 끄덕였어. 칭찬해 줄 만한 점은, 그는 약간 부끄러워 보였고 아주 조금만 실망한 기색이었지.
레이먼드가 오지랖 넓게 엘리너의 아픈 과거를 파헤치려 했던 걸 반성하는 중이야. 엘리너는 그런 레이먼드의 인간미 넘치는 반응을 보며 '이 녀석 제법인데?'라고 생각하고 있어.
He really isn’t prurient, unlike most other people. After this chat, he still asked questions,
그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정말 음흉하지 않아. 이 대화가 끝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질문들을 던졌지만,
엘리너가 레이먼드를 '남의 사생활이나 캐묻는 하이에나'들과는 다른 청정 구역 사람으로 분류했어. 레이먼드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건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진짜 관심 때문이라는 걸 눈치챈 거지.
but they were normal questions that anyone would ask about their friend’s mother
하지만 그건 친구의 어머니에 대해 누구나 물어볼 법한 평범한 질문들이었어.
레이먼드의 질문이 공격적이지 않고 아주 상식적이라 엘리너가 안도하고 있어. '나도 드디어 평범한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걸 하는구나!'라며 속으로 감격하는 중이지.
(friend! I’ve got a friend!)—how she was, whether we’d spoken recently.
(친구라니! 나한테 친구가 생겼어!) 그녀가 어떻게 지내시는지, 우리가 최근에 대화한 적이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야.
엘리너가 '친구'라는 단어 하나에 꽂혀서 내적으로 난리가 났어. 평생 외톨이었던 그녀에게 레이먼드가 '친구'로 각인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지. 괄호 속의 외침이 엘리너의 찐 행복을 보여줘.
I asked him the same questions back. It was normal. I didn’t tell him most of what Mummy said during our chats, of course—
나도 그에게 똑같은 질문들을 다시 물어봤어. 그건 정상적인 일이었지. 물론 엄마가 우리 대화 중에 했던 말의 대부분은 그에게 말하지 않았어—
엘리너가 드디어 '사회적 핑퐁'이라는 걸 시작했어! 레이먼드의 질문에 답만 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되물어주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주지. 하지만 엄마와의 통화 내용은 너무 매운맛이라 우리 순수한 레이먼드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한 거야.
it was too painful to repeat, embarrassing and humiliating.
반복해서 말하기엔 너무 고통스러웠고, 당황스럽고 굴욕적이었거든.
엄마의 말들이 엘리너의 자존감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야. 그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가 엘리너에게는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상처 내는 일이었던 거지.
I was sure Raymond was already acutely aware of my many physical and character defects,
레이먼드가 이미 나의 많은 신체적, 성격적 결함들을 뼈저리게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
엘리너의 낮은 자존감이 뿜어져 나오는 부분이야. 레이먼드는 그냥 친구로서 엘리너를 보고 있는데, 엘리너는 혼자서 '이미 쟤는 내 단점을 다 꿰뚫어 보고 있겠지?'라며 지레짐작하고 있어.
and so there was no need to remind him of them by relating Mummy’s bon mots.
그래서 엄마의 그 '재치 있는 독설'들을 들려주면서 그에게 그런 결함들을 다시 상기시킬 필요는 없었지.
여기서 'bon mots'는 원래 '재치 있는 말'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인데, 엘리너 엄마가 한 말들은 사실 독설이잖아? 엘리너가 이걸 'bon mots'라고 부르는 건 엄청난 반어법이자 풍자야. 이미 레이먼드가 내 단점을 다 아는데 굳이 엄마의 독설로 복습시켜줄 필요는 없다는 거지.
Sometimes, he made me stop and think. We’d been talking about holidays, about how he planned to go traveling when he retired,
가끔, 그는 나를 멈춰 서서 생각하게 만들었어. 우리는 휴가에 대해, 그리고 그가 은퇴하면 어떻게 여행을 떠날 계획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
맨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엘리너에게 레이먼드란 존재는 '생각의 과속방지턱' 같은 거야. 그냥 흘려듣지 않고 멈춰서 '어? 이게 뭐지?' 하고 곱씹게 만드는 거지. 이게 바로 찐 소통의 시작 아니겠어? 대화 주제가 은퇴 후 여행이라니, 레이먼드는 꽤나 계획적인 남자인가 봐.
so that he would have enough money to do it in style. “Mummy’s seen so much of the world, lived in so many different places,” I said.
그래야 그가 폼 나게 여행할 충분한 돈이 있을 테니까. "우리 엄마는 세상을 정말 많이 돌아다니셨고, 아주 다양한 곳에서 사셨어," 내가 말했지.
레이먼드는 돈 모아서 '궁상맞은 여행' 말고 '플렉스 하는 여행'을 꿈꾸고 있어. 근데 엘리너가 여기서 눈치 없이 엄마 얘기를 꺼내네? 엄마(Mummy)가 세상을 많이 봤다는데, 독자들은 알지. 그게 관광이 아니라 도망이거나 수감 생활일 수도 있다는 걸. 엘리너만 모르는 이 짠내 나는 상황 어쩔 거야.
I reeled a few off. Raymond, surprisingly, looked distinctly unimpressed.
나는 몇 군데를 줄줄 읊어댔어. 그런데 놀랍게도 레이먼드는 확실히 별 감흥이 없어 보이더라고.
엘리너는 '우리 엄마 스펙 쩔지?' 하고 도시 이름을 랩 하듯 쏟아냈는데, 레이먼드 반응이 영 시원찮아. '우와 대박!'을 기대했는데 '아... 예...' 같은 표정이니 엘리너가 당황할 수밖에. 레이먼드는 뭔가 낌새를 챈 거야. 이건 정상적인 여행 루트가 아니라는 걸.
“How old is your mum?” he said. I was taken aback. How old was she? I started to work it out.
"너네 엄마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 그가 물었어. 나는 깜짝 놀랐지. 엄마가 몇 살이었더라? 나는 계산을 해보기 시작했어.
보통 엄마 나이는 자다가도 툭 치면 나와야 정상 아니야? 근데 엘리너는 '계산'을 해야 해. 엄마랑 물리적, 심리적으로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순간이지. 레이먼드의 단순한 질문이 엘리너에겐 고난도 수학 문제가 돼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