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t was saved for last, and it came toward the end of the set.
가장 좋은 건 마지막을 위해 아껴뒀다는데, 그게 공연 세트가 끝나갈 무렵에 터져 나왔어.
공연장에서 보드카 빨고 정신 몽롱한 와중에 드디어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야. 인생 원래 아껴둔 게 제일 맛있고 주인공도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지.
My focus was slightly filmy by that stage—the vodka—and I didn’t trust my eyes.
그 단계에선 이미 내 시야가 약간 뿌옇게 흐려진 상태였어—보드카 때문이지—그래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
보드카를 나발로 불었으니 세상이 HD에서 갑자기 480p 화질로 떨어져 보이는 상황이야. 술기운에 헛것이 보이나 싶은 의심이 드는 거지.
I screwed them up, strained to confirm what I thought I was looking at.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한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애를 썼어.
시력이 나쁜 게 아니라 술 때문에 침침해진 눈을 억지로 가늘게 뜨고 '저게 뭐야?' 하면서 집중하는 처절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어. 뇌가 이미 반쯤 출타 중이라 집중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
Smoke, gray, hazy, deadly smoke, emanating from the side of the stage and along the front.
연기, 회색의 흐릿하고 치명적인 연기가 무대 옆과 앞쪽을 따라 뿜어져 나오고 있었어.
공연 특수 효과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데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이지. 보드카에 취한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거야.
The room started to fill with it. The man next to me coughed; a psychosomatic action, since dry ice, stage smoke, prompts no such reflex.
방 안이 그것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어. 옆에 앉은 남자가 기침을 했는데, 그건 심리적인 반응이었지. 드라이아이스나 무대 연기는 그런 반사 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니까 말이야.
무대 연기가 자욱해지니까 옆 사람이 콜록거리는데, 사실 이건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머리가 시키는 기분 탓 기침이라는 거야. 가짜 연기라는 걸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연기는 매캐하다는 고정관념에 뇌가 속아버린 거지.
I felt it drift over me, saw how the lights and the lasers cut through it. I closed my eyes.
연기가 나를 덮치며 흘러가는 게 느껴졌고, 조명과 레이저가 그 연기를 뚫고 지나가는 걸 보았어. 나는 눈을 감았지.
몽환적인 레이저 쇼가 연기 사이로 쫙 펼쳐지는 장관인데, 주인공은 술기운과 연기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결국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상황이야. 분위기에 압도된 거지.
In that moment, I was back there, in the house, upstairs. Fire.
그 순간, 나는 다시 그곳, 그 집 위층에 가 있었어. 불이야.
공연장 연기를 보니까 갑자기 머릿속에 '그날'의 트라우마가 소환된 거야. 몸은 지금 공연장에 있는데 정신은 과거의 불타는 집 구석으로 타임슬립 해버린 아주 호러틱한 순간이지.
I heard screams, and could not tell if they were mine. The bass drum beat fast with my heart, the snare drum skittered like my pulse.
비명 소리가 들렸는데, 그게 내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어. 베이스 드럼은 내 심장과 함께 빠르게 울렸고, 스네어 드럼은 내 맥박처럼 불안하게 떨렸지.
드럼 소리랑 자기 심장 박동이 동기화되면서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 상황이야. 자기가 소리를 지르는지 누가 지르는지도 모를 만큼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져서 자아 분열이 일어난 거지.
The room was full of smoke, and I couldn’t see. Screams, my own and hers. The bass drum, the snare.
방 안은 연기로 가득 찼고,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 내 것과 그녀의 것이 뒤섞인 비명 소리들.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드럼 소리.
과거의 끔찍한 화재 기억이 현재 공연장의 소음과 연기 때문에 강제로 소환된 거야. 현실과 환각이 뒤섞여서 뇌가 거의 탈출 버튼 누르기 직전인 상황이지.
The spurt of adrenaline, speeding the tempo, nauseatingly strong, too strong for my small body, for any small body.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템포가 빨라졌는데, 그게 너무나 강렬해서 역겨울 정도였어. 내 작은 몸으로는, 아니 그 어떤 작은 몸으로도 감당하기엔 너무 강했지.
몸이 생존 모드로 바뀌면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데, 이게 활력을 주는 게 아니라 몸을 망가뜨릴 것처럼 과하게 분출되는 고통스러운 순간이야.
The screaming. I pushed out, out, pushed past every obstacle, stumbling, panting, until I was outside, out in the dark black night.
비명 소리. 나는 밖으로, 밖으로 밀치고 나갔어. 모든 장애물을 지나쳐 밀치고 나갔고, 비틀거리고 숨을 헐떡이며 마침내 밖으로, 캄캄한 밤공기 속으로 나왔어.
공황 발작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탈출구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야. 주변 사람들이나 물건들이 다 장애물로 느껴질 만큼 절박하게 도망친 거지.
Back to the wall, I slumped down, sprawled on the ground, the screaming in my ears, body still pounding.
벽에 등을 기댄 채 나는 털썩 주저앉았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어. 귓가에는 여전히 비명 소리가 들리고 몸은 계속 두근거렸지.
탈출은 했는데 몸과 마음은 아직 재난 현장에 갇혀 있는 상태야. 긴장이 풀리면서 육체적인 고통과 트라우마의 잔상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