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ld anything be more pathetic—me, a grown woman? I’d told myself a sad little fairy tale,
다 큰 성인 여자인 내가 이것보다 더 한심할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슬프고 작은 동화를 들려주고 있었던 거야.
이불 킥 예약 확정이야. 성인이 되어버린 자신과 유치한 망상을 품었던 자신 사이의 괴리감에 몸부림치는 중이지.
thinking that I could fix everything, undo the past, that he and I would live happily ever after and Mummy wouldn’t be angry anymore.
모든 걸 바로잡고 과거를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그와 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엄마도 더 이상 화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행복 회로가 과부하 걸려서 타버리기 직전이야. 망상이 구체적일수록 나중에 찾아오는 현타의 깊이는 태평양 급이지.
I was Eleanor, sad little Eleanor Oliphant, with my pathetic job, my vodka and my dinners for one, and I always would be.
나는 한심한 직업과 보드카 그리고 혼자 먹는 저녁 식사를 가진 슬프고 보잘것없는 엘리너 올리펀트였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거였어.
자포자기의 정석이자 굴을 파고 들어가는 우울의 극치야. 현재의 초라한 모습이 평생 변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아픈 대목이지.
Nothing and no one—and certainly not this singer, who was now checking his hair in his phone during a bandmate’s guitar solo—could change that.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그리고 동료의 기타 솔로 중에 휴대폰으로 자기 머리 모양이나 확인하고 있는 이 가수 녀석은 더더욱,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었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좋아했던 가수의 실체를 목격하고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순간이야. 무대 위에서 폼 잡는 줄 알았더니 거울 공주마냥 머리나 만지고 있는 꼴을 보니 현타가 우주 끝까지 밀려오는 상황이지.
There was no hope, things couldn’t be put right. I couldn’t be put right. The past could neither be escaped nor undone.
희망은 없었고, 상황은 바로잡힐 수 없었지. 나라는 사람도 제대로 고쳐질 수 없었어. 과거는 도망칠 수도,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도 없었거든.
자신을 수리 불가능한 고장 난 기계처럼 느끼는 절망의 끝판왕이야. 세탁기 돌렸는데 옷감이 다 상해서 복구 안 될 때의 그 막막함이 인생 전체로 번진 느낌이지.
After all these weeks of delusion, I recognized, breathless, the pure, brutal truth of it.
몇 주 동안이나 이어진 망상 끝에, 나는 숨이 막힐 듯한 기분으로 그 순수하고도 잔인한 진실을 깨달았어.
핑크빛 필터가 걷히고 흑백의 차가운 현실이 눈앞에 닥친 거야.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하다가 갑자기 게임 오버 창이 뜨면서 모니터에 비친 내 초췌한 얼굴을 마주한 기분이지.
I felt despair and nausea mingled inside me, and then that familiar black, black mood came down fast. I slept again.
내 안에서 절망과 메스꺼움이 뒤섞이는 걸 느꼈고, 그러자 그 익숙하고도 시커먼 우울함이 순식간에 덮쳐왔어. 나는 다시 잠들었지.
정신적인 충격이 몸의 거부 반응으로 나타나는 거야. 속이 울렁거리고 세상이 온통 검은색으로 보이는 우울의 늪에 빠져서 결국 현실 도피를 위해 잠을 선택하는 안쓰러운 상황이지.
When I woke, my head was empty, finally, of all thoughts except physical ones: I am cold, I am shaking.
잠에서 깨어났을 때 마침내 내 머릿속은 육체적인 생각들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춥다, 몸이 떨린다 같은 생각들 말이다.
폭풍 같은 현타가 지나가고 정신줄을 놓은 채 잠들었다가 깨어난 직후의 상황이야. 복잡한 고민은 다 로그아웃되고 오로지 추위와 떨림 같은 원초적인 감각만 남은 멍한 상태지.
Decision time. I decided on more vodka. When I got to my feet, slow as evolution,
결정의 시간이다. 나는 보드카를 더 마시기로 결심했다. 진화만큼이나 느리게 몸을 일으켰을 때,
일어났으니 이제 뭘 할지 골라야 하는데, 주인공이 선택한 건 결국 또 술이야. 몸이 천근만근이라 일어나는 속도가 거의 인류 진화 역사만큼이나 느리다는 비유가 압권이지.
I saw the mess on the floor and nodded to myself—this was a good sign.
바닥에 엉망이 된 것을 보고 스스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좋은 징조였다.
방안이 난장판인데 그걸 보고 절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상태야. 제정신이 아니거나, 혹은 인생을 포기해서 나타나는 기괴한 긍정주의지.
Perhaps I might actually die before I needed to choose one of the methods laid out on the table.
어쩌면 테이블 위에 놓인 방법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하기 전에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지쳐서, 그냥 자연스럽게 죽음이 찾아오길 바라는 처절한 심정이야. 고민의 수고를 덜고 싶어 하는 극도의 무기력함이 느껴지지.
I took a tea towel from the hook—A Present from Hadrian’s Wall, it said. It had a centurion and an SPQR sigil on it.
갈고리에 걸린 행주를 하나 집어 들었어. ‘하드리아누스 성벽에서 온 선물’이라고 적혀 있었지. 거기엔 백부장과 SPQR 문장이 그려져 있었어.
엉망진창인 집구석에서 대충 행주 하나 집어 드는 상황인데 그 행주가 하필이면 역사 덕후 냄새 풀풀 풍기는 로마 시대 기념품이야. 정신없는 와중에 행주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읽고 있는 주인공의 묘한 디테일이 포인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