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insisted that we meet outside the post office, fearing the reaction of my coworkers were we to be observed leaving work together.
우리가 같이 퇴근하는 걸 들킬까 봐 걱정돼서 우체국 밖에서 만나자고 내가 빡빡 우겼어.
레이먼드랑 같이 퇴근하는 모습이 회사 사람들 눈에 띄면 온갖 뒷말이 나올까 봐 철벽 방어막을 치는 장면이야. 엘리너는 남들의 시선을 아주 피곤할 정도로 의식하거든.
It was a mild, pleasant evening, so we decided to walk to hospital, which would take only twenty minutes.
날씨가 포근하고 좋아서 병원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겨우 20분밖에 안 걸릴 거리였어.
산책하기 딱 좋은 저녁 날씨라 둘이서 도란도란 걷기로 한 상황이야. 레이먼드의 건강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지.
Raymond was certainly in need of the exercise. “How was your day, Eleanor?” he said, smoking as we walked.
레이먼드는 분명히 운동이 좀 필요한 상태였지. '오늘 하루 어땠어 엘리너?' 그가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며 물었어.
레이먼드의 후덕한 몸매를 보고 엘리너가 속으로 '너 운동 좀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어. 근데 정작 레이먼드는 걷는 와중에도 담배를 피우는 모순을 보여줘.
I changed sides, trying to position myself downwind of the noxious toxins.
나는 그 유해한 독소의 바람 아래쪽으로 내 자리를 잡으려고 위치를 바꿨어.
담배 연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엘리너가 레이먼드의 연기를 피해서 바람이 부는 방향을 계산해 자리를 옮기는 장면이야. 연기를 그냥 '연기'라 안 하고 '독소'라고 표현하는 게 엘리너답지.
“Fine, thank you. I had a cheese-and-pickle sandwich for lunch, with ready-salted crisps and a mango smoothie.”
좋아요, 고마워요. 점심으로 치즈 피클 샌드위치를 먹었고, 레디 솔티드 감자칩이랑 망고 스무디도 곁들였죠.
보통 "How was your day?"라고 물으면 "피곤했어"라거나 "김 부장님이 또..." 하면서 감정이나 사건을 공유하잖아? 근데 우리 엘리너는 AI 챗봇마냥 섭취한 영양소 리스트를 읊고 있어. 사회성 0%의 순수한 답변이지.
He blew smoke out of the side of his mouth and laughed. “Anything else happen? Or just the sandwich?”
그는 입가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일은 없었어? 아니면 딱 샌드위치 먹은 게 다야?”
레이먼드는 엘리너의 이런 엉뚱함이 재밌나 봐. 보통은 '아, 그래?' 하고 말 텐데, '밥 먹은 거 말고 인간적인 에피소드는 없니?' 하고 되묻는 상황이야. 묘하게 둘 케미가 터지기 시작해.
I thought about this. “There was a protracted discussion about Christmas lunch venues,” I said.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크리스마스 점심 회식 장소에 대한 아주 긴 논의가 있었어요,” 내가 말했다.
샌드위치 말고 다른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까, 또 아주 진지하게 업무 회의하듯이 '회식 장소 토론'을 안건으로 올리고 있어. 엘리너에게 잡담(Small talk)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야.
“Apparently it’s been narrowed down to TGI Fridays, because ‘it’s a laugh’”—here, I tried out a little finger-waggling gesture indicating quotation marks,
“보아하니 TGI 프라이데이스로 좁혀진 모양인데, 왜냐하면 ‘거긴 재밌으니까’래요”—이 지점에서, 나는 인용 부호를 의미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작은 제스처를 시도해 보았다,
사람들이 "It's a laugh"(거기 재밌잖아)라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엘리너가 난생처음으로 '에어 쿼트(air quotes)' 손동작을 써먹는 역사적인 순간이야. 남들의 행동을 학습해서 따라 하는 AI 로봇 같지 않아?
which I’d seen Janey doing once and had stored away for future reference; I think I carried it off with aplomb—
제이니가 하는 걸 한 번 보고 나중에 써먹으려고 저장해 뒀던 건데, 내 생각엔 아주 능숙하게 해낸 것 같다—
남들이 하는 손짓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놨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출력(output)하는 엘리너야. 본인은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자화자찬 중인데, 옆에서 보면 로봇이 춤추는 것 같았을지도 몰라.
“or else the Bombay Bistro Christmas Buffet.” “Nothing says Christmas like a lamb biryani, eh?” Raymond said.
“그게 아니면 봄베이 비스트로 크리스마스 뷔페라더군요.” “양고기 비리야니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것도 없지, 안 그래?” 레이먼드가 말했다.
크리스마스엔 칠면조나 로스트비프가 국룰인데, 인도 요리인 비리야니를 먹으러 가자니까 레이먼드가 비꼬는 거야. "크리스마스엔 역시 김치찌개지!"라고 하는 거랑 똑같은 반어법이지.
He stubbed out his cigarette, discarding it on the pavement.
그는 담배를 비벼 끄고는 인도 위에 내버렸어.
레이먼드가 이제 병원에 들어가기 직전에 하던 흡연을 마무리하는 장면이야. 엘리너는 이걸 보면서 또 속으로 '어휴, 저 매너 없는 인간...' 하고 점수를 깎고 있을 게 뻔하지?
We arrived at the hospital and I waited while Raymond, typically disorganized, went into the shop on the ground floor.
우리는 병원에 도착했고, 평소처럼 준비성이라곤 1도 없는 레이먼드가 1층 상점에 들어간 동안 나는 기다렸어.
병문안 가는데 빈손으로 온 레이먼드를 보며 엘리너가 '아휴, 역시 체계 없는 인간'이라며 혀를 차는 상황이야. 엘리너의 파워 J 성향과 레이먼드의 자유로운 영혼이 정면충돌하는 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