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rprised myself. And whose fault is that, then?
나 자신도 깜짝 놀랐어. 그런데 그게 누구 탓인데, 응?
평소에 감정 표현 드물던 엘리너가 생각지도 못한 진심을 내뱉고는 스스로 당황하는 순간이야. 그때 머릿속에서 빌런 같은 환청이 들려오기 시작하지.
A voice, whispering in my ear, cold and sharp. Angry. Mummy.
한 목소리가 내 귀에 차갑고 날카롭게 속삭여. 화가 난 목소리. 바로 엄마야.
엘리너의 트라우마가 형상화된 '엄마'의 목소리가 귀가에 꽂히는 소름 끼치는 상황이야. 따뜻한 엄마가 아니라 거의 공포 영화 수준이지.
I closed my eyes, trying to be rid of her. Mrs. Gibbons seemed to sense my discomfort.
나는 그녀를 떨쳐버리려고 눈을 감았어. 기븐스 부인이 내 불편함을 눈치챈 것 같았지.
머릿속 엄마 목소리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엘리너가 눈을 질끈 감아버려. 옆에 있던 레이먼드 엄마는 '어라 얘 왜 이래?' 하고 분위기를 파악 중이야.
“Oh, but I’m sure that must mean you’ve got a lovely close relationship with your mum and dad, then?
“어머, 하지만 그건 분명 네가 부모님이랑 아주 가깝고 다정한 사이라는 뜻이겠지, 그치?”
상황 파악 끝낸 기븐스 부인이 나름대로 위로한답시고 던진 말인데, 이게 완전 헛다리 짚은 거야. 엘리너한테는 부모님 얘기가 금기어나 다름없거든.
I bet you mean the world to them, being the only one.”
부모님한테는 네가 세상의 전부일 거야, 외동이니까 말이야.
레이먼드 엄마가 엘리너의 아픈 구석인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름대로 훈훈하게 마무리해보려고 던진 말이야. 분위기는 따뜻한데 엘리너 속마음은 지금 거의 빙하기 직전이지.
I looked at my shoes. Why had I selected them? I couldn’t remember.
나는 내 신발을 쳐다봤어. 내가 왜 이걸 골랐었지? 기억이 나지 않았어.
불편한 질문을 받으면 사람이 괜히 땅바닥 보게 되잖아? 엘리너도 시선 회피하려고 자기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딴생각을 시전하는 중이야.
They had Velcro fastenings for ease of use and they were black, which went with everything.
그 신발은 사용하기 편하게 찍찍이로 되어 있었고, 검은색이라 모든 옷에 잘 어울렸거든.
엘리너 특유의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이 돋보이는 부분이야. 패션이고 뭐고 일단 편하고 때 안 타면 장땡이라는 거지.
They were flat for comfort, and built up around the ankle for support. They were, I realized, hideous.
편안함을 위해 굽이 낮았고, 발목을 지지해주려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디자인이었어. 깨닫고 보니 진짜 끔찍하게 생겼더라고.
실용성만 따지다 보니 디자인이 산으로 가버린 거지. 갑자기 객관화가 되면서 자기 신발의 끔찍한 비주얼을 깨닫고 현타 온 장면이야.
“Don’t be so nosy, Mum,” Raymond said, drying his hands on the tea towel. “You’re like the Gestapo!”
“엄마, 너무 꼬치꼬치 캐묻지 마세요.” 레이먼드가 행주에 손을 닦으며 말했다. “완전 게슈타포 같다니까요!”
레이먼드가 자기 엄마의 선 넘는 질문(엘리너 부모님 이야기)을 제지하려고 등판했어. 분위기 싸해지니까 아들이 나서서 엄마한테 '작작 좀 해'라고 일침을 날리는 장면이지.
I thought she’d be angry, but it was worse than that; she was apologetic.
나는 그녀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보다 더 나빴다. 그녀는 사과하고 있었다.
엘리너는 사실 독설이나 화내는 것엔 익숙한데, 예상치 못한 타인의 진심 어린 사과 앞에서는 오히려 더 당황하고 무너져버려. 친절함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야.
“Oh, Eleanor, I’m sorry, love, I didn’t mean to upset you. Please, hen, don’t cry. I’m so sorry.”
“오, 엘리너, 미안해 얘야, 널 속상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제발, 얘야, 울지 마. 정말 미안하다.”
엘리너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니까 기븐스 부인이 화들짝 놀라서 안절부절못하며 달래는 중이야. 'hen'이나 'love' 같은 호칭에서 영국 스코틀랜드 아줌마 특유의 다정함이 묻어나지.
I was crying. Sobbing! I hadn’t cried so extravagantly for years.
나는 울고 있었다. 흐느껴 울고 있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격렬하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 댐이 한순간에 터진 거야. 그냥 눈물 좀 흘리는 수준이 아니라, 온몸을 떨면서 통곡하는 수준이지.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감정이 폭발해버린 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