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leared my throat before I spoke, realizing that I hadn’t uttered a word for almost twelve hours,
말을 꺼내기 전 목을 가다듬으며, 내가 거의 12시간 동안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12시간 동안 침묵 수행을 한 거야. 혼자 살면 이럴 때 있지? 갑자기 말하려고 하면 목소리가 잘 안 나와서 '에헴' 하고 목을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 에리너의 고독이 얼마나 깊은지 몸소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야.
back when I told the taxi driver where to drop me off.
마지막으로 말을 한 건 택시 기사에게 나를 어디에 내려달라고 말했을 때였다.
에리너의 마지막 대화 상대가 택시 기사님이었네. 그것도 '어디 내려주세요'라는 생존형 대화가 전부였어. 그 비싼 블랙 캡을 타고 오면서도 기사님이랑 축구 얘기 같은 건 1도 안 했다는 소리지.
That’s actually quite good, for me—usually, I don’t speak from the point at which I state my destination
나로서는 사실 꽤 양호한 편이었다. 평소의 나는 내 목적지를 말하는 시점부터 말을 하지 않는다.
12시간 침묵이 에리너 기준에선 '양호한(quite good)' 거래. 세상에! 평소엔 얼마나 더 오랫동안 입을 꾹 닫고 산다는 걸까? 목적지 딱 말하고 나면 그때부터 셧다운 모드에 들어가는 에리너의 철벽 사회성을 알 수 있어.
to the bus driver on Friday night, right through until I greet his colleague on Monday morning.
금요일 밤 버스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한 뒤로, 월요일 아침 그의 동료 기사에게 인사를 건넬 때까지 쭉 말이다.
와, 주말 내내 단 한마디도 안 한다는 소리네! 금요일 퇴근길 버스 기사님한테 목적지 말하고 나면, 월요일 출근할 때까지 목소리를 낼 일이 없는 거야. 에리너의 주말은 정말 소리 없는 정물화 같은 시간이었나 봐.
“Eleanor?” It was Raymond, of course.
“에리너?” 그것은 물론 레이먼드였다.
12시간 만에 에리너의 이름을 불러준 구원자(?) 등장! 역시나 레이먼드야. 에리너의 철벽 같은 침묵을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레이먼드뿐인가 봐. 'Of course(물론)'라는 말에서 레이먼드의 존재가 에리너에게도 이젠 어느 정도 당연해졌다는 게 느껴져.
“Yes, this is she,” I said, quite curtly. For goodness’ sake, who did he expect?
“네, 제가 그 사람입니다.” 나는 꽤 퉁명스럽게 말했다. 세상에, 대체 누구라고 생각한 걸까?
전화가 왔을 때 에리너가 대답하는 방식 좀 봐. This is she는 문법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요새는 거의 안 쓰는 아주 딱딱한 표현이거든. 레이먼드가 자기 목소리를 못 알아본 것 같아서 에리너는 지금 살짝 짜증이 났어. 대체 누굴 기대한 거야?라며 속으로 투덜대고 있지.
He coughed extravagantly: filthy smoker. “Erm, right.
그는 요란하게 기침을 했다. 불결한 흡연자 같으니. “음, 그렇군요.
레이먼드가 전화 대고 컥컥 기침을 하니까 에리너가 바로 Filthy smoker(불결한 흡연자)라고 낙인을 찍어버려. 에리너에게 흡연은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 위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인 셈이지. 레이먼드는 민망했는지 음, 알겠어요라며 화제를 돌리려 해.
I just wanted to let you know that I’m going in to see Sammy again today—wondered if you wanted to come with me?”
오늘 새미를 다시 보러 갈 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당신도 같이 가고 싶은지 궁금해서요.”
레이먼드가 전화를 건 진짜 이유가 나왔어! 같이 새미 할아버지를 병문안 가자는 제안이지. I just wanted to~라며 쑥스러운 듯 밑밥을 깔고는 슬쩍 에리너의 의중을 묻고 있어. 은근슬쩍 데이트... 아니, 병문안 데이트 신청인가 봐?
“Why?” I said. He paused for quite a while—strange. It was hardly a difficult question.
“왜요?” 내가 물었다. 그는 꽤 오랫동안 침묵했다. 이상한 일이다. 딱히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는데.
에리너의 사회성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네! 같이 가자는 호의에 왜요?라고 찬물을 끼얹어버려. 에리너 입장에선 용건이 있으면 혼자 가면 되지 왜 굳이 자기를 부르나 싶은 거야. 레이먼드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정적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지?
“Well... I phoned the hospital and he’s much better—he’s awake—and he’s been moved into the general medical ward.
“글쎄요... 병원에 전화를 해봤는데 훨씬 좋아지셨대요. 의식도 찾으셨고,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셨거든요.
당황한 레이먼드가 주저리주저리 새미 할아버지의 상태를 설명해. Well... 하고 뜸 들이는 건 에리너의 돌직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지. 다행히 할아버지가 깨어나셔서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동(general medical ward)으로 옮기셨대.
I thought... I suppose I thought it’d be nice if he met us, in case he had any questions about what happened to him.”
제 생각엔... 혹시나 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한 점이 있으실까 봐 우리가 직접 만나 뵙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레이먼드가 에리너의 왜요?에 대한 아주 인간적이고 따뜻한 대답을 내놨어.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서 정신없이 병원 왔으니, 자기를 구해준 사람들을 보면 안심도 되고 상황 파악도 될 거라는 거지. 레이먼드의 이런 다정한 마음씨가 에리너의 차가운 논리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I wasn’t thinking very quickly and had no time to consider the ramifications.
나는 머리 회전이 기민하게 돌아가지 않았으며, 그 파장에 대해 고려해 볼 시간조차 없었다.
레이먼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에리너가 '어버버'하다가 얼떨결에 수락해버린 상황이야. 평소엔 논리 정연하게 따지던 에리너가 이렇게 당황하다니, 레이먼드가 그녀의 페이스를 제대로 흔들어 놓은 거지. 'Ramifications(파장)'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는 걸 보니, 에리너에게 이 약속은 거의 국가 비상사태급 사건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