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hink shelling peas is boring work, you ought to try removing the inner linings.
완두콩 까는 게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속껍질 벗기는 것도 꼭 해봐야 해.
완두콩 20파운드면 거의 9kg인데, 알맹이만 까는 것도 고역인데 이제 속껍질까지 벗기라는 미션이 추가됐어. 안네의 말투에서 '너도 한번 당해봐라' 하는 깊은 빡침이 느껴지지 않니? 지루함의 끝판왕을 맛보게 해주겠다는 선전포고 같은 거야.
I don’t think many people realize that once you’ve pulled out the linings, the pods are soft, delicious and rich in vitamins.
속껍질을 벗겨내고 나면 꼬투리가 부드럽고 맛있고 비타민도 풍부하다는 걸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먹을 게 부족한 은신처 상황이라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거지. 껍질까지 싹싹 긁어먹어야 하니까 정당성을 부여하는 중이야. 몸엔 좋아도 내 손가락은 이미 감각을 잃어가는 중인 것 같지만 말이야.
But an even greater advantage is that you get nearly three times as much as when you eat just the peas.
하지만 훨씬 더 큰 장점은 알맹이만 먹을 때보다 거의 세 배나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다는 거야.
콩 알맹이만 먹으면 양이 얼마 안 되는데 껍질까지 합치니 양이 뻥튀기됐어! 엥겔지수 높은 은신처 생활에서 이건 거의 창조경제 수준이지. 하지만 그만큼 노동 시간도 세 배로 늘어났다는 건 안 비밀...
Stripping pods is a precise and meticulous job that might be suited to pedantic dentists or finicky spice experts,
꼬투리를 벗기는 건 꼼꼼하고 세심한 작업이라 규칙에 얽매이는 치과의사나 까다로운 향신료 전문가에게나 어울릴 법한 일이야.
안네의 비유 감각 좀 봐. 치과의사랑 향신료 전문가를 소환했어. 그만큼 이 작업이 세상에서 제일 섬세하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서, 성격 급한 사람은 사리 나올 정도라는 걸 돌려 까는 중이지.
but it’s a horror for an impatient teenager like me.
하지만 나처럼 참을성 없는 십 대에겐 그저 공포일 뿐이지.
앞서 말한 전문가들에겐 어울릴지 몰라도, 한창 뛰놀고 싶은 15살 안네에게 이 단순 반복 노동은 거의 고문 수준이야. 'horror'라는 단어 선택에서 안네의 진심 어린 비명이 들리는 것 같지 않아?
We started work at nine-thirty; I sat down at ten-thirty, got up again at eleven, sat down again at eleven-thirty.
우린 9시 반에 일을 시작했어. 난 10시 반에 앉았다가, 11시에 다시 일어났다가, 11시 반에 또 앉았지.
완두콩 까기 무한 루프에 빠진 안네의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져? 엉덩이가 들썩거려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거지. 30분 단위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걸 보니 거의 스쿼트 운동 수준인데? 지루함이 사람을 얼마나 역동적으로 만드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야.
My ears were humming with the following refrain: snap the end, strip the pod, pull the string,
내 귀에는 이런 후렴구가 웅웅거리고 있었어. 끝을 톡 꺾고, 껍질을 벗기고, 실을 잡아당기고,
단순 노동을 너무 오래 하면 뇌가 절전 모드로 들어가면서 환청이 들리기 시작하잖아. 안네도 지금 완두콩 까는 순서가 무슨 금지곡 후렴구처럼 뇌리에 박혀버린 거야. 수능 금지곡 뺨치는 완두콩 금지곡 탄생이지.
pod in the pan, snap the end, strip the pod, pull the string, pod in the pan, etc., etc.
꼬투리를 냄비에 넣고, 끝을 꺾고, 껍질을 벗기고, 실을 당기고, 다시 냄비에 넣고, 등등, 계속 반복됐지.
이건 문장이 아니라 거의 코딩 수준이야. 반복문(Loop)이 무한정 돌아가고 있는 거지. 보고 있는 나까지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아. 안네의 영혼이 이미 안드로메다로 떠난 게 보이지?
My eyes were swimming: green, green, worm, string, rotten pod, green, green.
내 눈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 초록색, 초록색, 벌레, 실, 썩은 꼬투리, 초록색, 초록색.
세상이 온통 초록색으로 보이기 시작했어! 그러다 가끔 벌레나 썩은 게 나오면 정신이 번쩍 들겠지만, 다시 초록색의 바다로 빠져드는 거지. 안네의 시야가 거의 매트릭스의 초록색 코드처럼 변해버린 것 같아. 거의 초록색 중독 수준이야.
To fight the boredom and have something to do, I chattered all morning,
지루함을 이겨내고 뭐라도 하려고 아침 내내 떠들어댔어.
완두콩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한 안네의 필사적인 발버둥이야. 입이라도 안 움직이면 뇌가 완두콩으로 변해버릴 것 같았나 봐. 조용한 은신처에서 혼자 오디오를 꽉 채우는 안네의 모습, 상상만 해도 짠하지 않아?
saying whatever came into my head and making everyone laugh. The monotony was killing me.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뭐든 말하면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지. 단조로움 때문에 죽을 맛이었거든.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아무 말 대잔치를 연 거야. 은신처 사람들은 안네 덕분에 웃었겠지만, 사실 그건 안네가 미치지 않으려고 부린 광대의 몸부림이었어. '단조로움'이라는 괴물한테 잡아먹히기 직전이었다니까.
Every string I pulled made me more certain that I never, ever, want to be just a housewife!
콩 줄기를 하나씩 당길 때마다, 난 절대로 평범한 주부로 살고 싶지 않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어!
완두콩 까기가 안네의 진로 고민까지 해결해 줬네? 단순 반복 노동이 안네의 야망에 불을 지핀 셈이지. '난 이 콩껍질 인생에서 탈출하겠어!'라고 다짐하는 대목이야. 완두콩이 쏘아 올린 안네의 원대한 꿈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