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very petty. Mood upstairs: bad. Mrs. van D. has a cold.
참 치사하지? 위층 분위기는 아주 별로야. 반 단 아주머니는 감기에 걸리셨고 말이야.
상황이 아주 점입가경이야. 먹는 거로 싸우고 분위기는 냉랭한데, 반 단 부인은 감기까지 걸려서 골골대고 있어. 좁은 공간에서 한 명 아프면 다들 고생인데, 진짜 바람 잘 날 없는 위층 동네네.
Dussel caught with brewer's yeast tablets, while we've got none. The Fifth Army has taken Rome.
뒤셀 씨는 우리도 없는 맥주 효모 알약을 몰래 숨겨뒀다 걸렸어. 그 와중에 제5군이 로마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들려.
은신처 분위기 험악한데 뒤셀 아저씨가 또 사고 쳤네! 다들 영양실조 걸리기 일보 직전인데 혼자 몸 챙기겠다고 비타민 같은 약을 숨겨둔 거야. 밖에서는 연합군이 로마를 탈환했다는 초대박 승전보가 들려오는데, 안에서는 알약 하나로 치사하게 굴고 있으니 안네가 얼마나 기가 차겠어?
The city neither destroyed nor bombed. Great propaganda for Hitler.
로마 시내는 파괴되지도 않았고 폭격도 면했대. 히틀러에겐 아주 좋은 선전 거리겠지.
로마가 무사하다는 건 다행인데, 이게 또 골치 아픈 게 히틀러가 이걸 자기 업적으로 포장할 거라는 거야. '봐라, 내가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키려고 공격 안 한 거다'라고 뻥카를 칠 게 뻔하거든. 적의 승리마저 자기 홍보 수단으로 써먹는 히틀러의 잔머리가 대단하지?
Very few potatoes and vegetables. One loaf of bread was moldy.
감자랑 채소는 거의 없고, 빵 한 덩이는 곰팡이가 슬어버렸어.
진짜 눈물 나는 식량난이야. 감자 하나도 귀한 판에 그나마 있는 채소도 바닥났고, 어렵게 구한 빵마저 곰팡이가 피어버렸으니... 전쟁 중에는 총알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운 법인데, 안네의 일기장에서 배고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속상하네.
Scharminkeltje (name of new warehouse cat) can't stand pepper. She sleeps in the cat box and does her business in the wood shavings.
‘샤르밍켈처’(새로 온 창고 고양이 이름이야)는 후추 냄새를 정말 싫어해. 고양이 상자에서 잠을 자고 대팻밥 위에다 실례를 하거든.
은신처에 새로운 가족인 고양이가 왔어! 이름이 좀 어렵지? 이 녀석이 은근히 깔끔쟁이라 후추 냄새가 나면 질색하고, 화장실도 꼭 대팻밥이 깔린 곳에서만 본대. 삭막한 전쟁 통에도 이런 작고 귀여운 생명체의 일상을 관찰하는 안네의 마음이 참 예쁘다.
Impossible to keep her. Bad weather. Continuous bombing of Pas de Calais and the west coast of France.
더 이상 키우긴 힘들 것 같아. 날씨는 엉망이고, 파드칼레랑 프랑스 서부 해안엔 끊임없이 폭격이 쏟아지고 있어.
새로 온 고양이 스하르밍컬터랑 정들기도 전에 이별각이 잡혔어. 밖은 폭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안에서는 고양이가 후추 때문에 재채기하고 난리도 아니거든. 전쟁통에 고양이 한 마리 건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야.
No one buying dollars. Gold even less interesting. The bottom of our black moneybox is in sight.
달러를 사려는 사람도 없고 금값은 더 떨어졌대. 우리의 비자금 상자도 이제 바닥이 보여.
경제 위기가 은신처까지 덮쳤어! 암시장에서 달러도 금도 안 팔린대. 전쟁이 너무 길어지니까 돈의 가치가 똥값이 되어가는 거지. 게다가 모아둔 비상금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니 안네의 마음이 얼마나 쫄깃하겠어?
What are we going to live on next month? Yours, Anne M. Frank
다음 달엔 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할까? 너의 안네 M. 프랑크가.
비상금 상자는 바닥났고, 밖은 전쟁 중... '다음 달에 뭐 먹고 살지?'라는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현실적이고 무서운 공포인 것 같아. 안네의 일기 끝에 남긴 서명이 오늘따라 더 묵직하게 다가오네.
TUESDAY, JUNE 6, 1944
1944년 6월 6일 화요일
역사적인 날이 밝았어! 바로 '디데이(D-Day)',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된 날이야. 안네는 아직 이 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겠지? 날짜만 적혀 있는데도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대목이야.
My dearest Kitty, “This is D Day,” the BBC announced at twelve. “This is the day.” The invasion has begun!
사랑하는 키티에게, “오늘은 디데이(D-Day)입니다.” 12시에 BBC에서 발표했어. “바로 오늘입니다.” 드디어 침공이 시작됐어!
드디어 터졌다! 은신처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연합군의 반격 소식이 들려온 거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디데이'라는 단어에 다들 얼마나 소름 돋았을까? 안네의 일기장에서도 흥분이 느껴지는 것 같아.
This morning at eight the British reported heavy bombing of Calais, Boulogne, Le Havre and Cherbourg, as well as Pas de Calais (as usual).
오늘 아침 8시 보도에 따르면 칼레, 불로뉴, 르아브르, 셰르부르에 엄청난 폭격이 퍼부어졌대. 늘 그렇듯 파드칼레도 포함해서 말이야.
드디어 연합군 형님들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독일 놈들이 점령한 프랑스 해안가 도시들을 아주 그냥 탈탈 털고 있는 거지. 파드칼레는 워낙 단골 코스라 '늘 그렇듯이'라는 말이 붙었는데, 폭격당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안 괜찮은 일상이지.
Further, as a precautionary measure for those in the occupied territories,
게다가 점령지 사람들을 위한 예방 조치로,
폭격만 하는 게 아니라, 민간인들 다치지 말라고 미리 경고까지 해주는 센스! 비록 적군 점령지라 할지라도 무고한 시민들은 살려야 하니까 이런 예방 조치를 취하는 거야. 연합군 형님들 은근히 서윗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