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ertainly am, Mister Jem. Grew up down there between the Buford Place and the Landing.
“물론이지, 젬 도련님. 저 아래 뷰퍼드네 집이랑 상륙지(랜딩) 사이에서 자랐단다.
칼 아줌마가 알고 보니 핀치 가문의 '성골' 라인이었어. 핀치네 조상님들이 터 잡았던 곳에서 같이 자랐다니, 이 정도면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뿌리 깊은 인연이지.
I’ve spent all my days working for the Finches or the Bufords, and I moved to Maycomb when your daddy and your mamma married.”
내 평생을 핀치네나 뷰퍼드네를 위해 일하며 보냈고, 너희 아빠랑 엄마가 결혼할 때 메이콤으로 옮겨 왔지.”
칼퍼니아 아줌마의 커리어 패스가 공개됐어. 핀치 가문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산 증인인 셈이지. 부모님의 결혼과 동시에 이 집안에 합류했다니, 아이들에게는 거의 제2의 엄마 같은 존재라는 게 느껴져.
“What was the book, Cal?” I asked. “Blackstone’s Commentaries.” Jem was thunderstruck.
“그게 무슨 책이었어요, 칼 아줌마?” 내가 물었어. “블랙스톤의 법학 주석서란다.” 젬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깜짝 놀랐어.
아이들은 그냥 쉬운 동화책이나 입문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분위기 법전! 블랙스톤의 주석서는 당시에 법대생들이나 보던 아주 어렵고 딱딱한 책이었거든. 젬이 충격을 먹은 건 당연해.
“You mean you taught Zeebo outa that?” “Why yes sir, Mister Jem.” Calpurnia timidly put her fingers to her mouth.
“진짜로 지보를 그 책으로 가르쳤다는 거예요?” “그럼요, 젬 도련님.” 칼퍼니아는 수줍게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어.
젬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양이야. 그 어려운 법학 서적으로 아들을 가르쳤다니! 칼 아줌마는 대단한 일을 해놓고도 오히려 쑥스러운지 입을 가리며 수줍어하고 있어. 이 아줌마, 보면 볼수록 뇌섹녀지?
“They were the only books I had. Your grandaddy said Mr. Blackstone wrote fine English—”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책들이었어. 너희 할아버지가 블랙스톤 씨는 아주 훌륭한 영어를 쓴다고 말씀하셨지—”
칼 아줌마가 왜 하필 그 딱딱한 법전으로 공부를 했는지 이유가 나왔어.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있지만, 핀치 할아버지가 그 책 영어가 '찐'이라고 추천해주셨대. 역시 공부는 근본 있는 책으로 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철학이 느껴지지?
“That’s why you don’t talk like the rest of ‘em,” said Jem. “The rest of who?”
“그래서 아줌마가 다른 사람들처럼 말하지 않는 거군요,” 젬이 말했어. “다른 누구 말이냐?”
젬이 이제야 무릎을 탁 쳤어! 칼 아줌마가 평소에 왜 그렇게 똑부러지게 영어를 잘하는지 블랙스톤 법전 덕분이라는 걸 깨달은 거지. 근데 칼 아줌마는 '다른 누구?'라며 짐짓 모른 척 되묻고 있어. 묘한 기싸움 같기도 하지?
“Rest of the colored folks, Cal, but you talked like they did in church…”
“다른 흑인들 말이에요, 칼 아줌마. 하지만 아줌마는 교회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말했잖아요...”
젬이 좀 당황했어. 평소엔 백인들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칼 아줌마가 교회만 가면 왜 흑인들 특유의 말투를 쓰는지 궁금했던 거지. 아줌마의 '멀티 언어' 능력에 젬의 뇌가 과부하 걸리기 직전이야.
That Calpurnia led a modest double life never dawned on me.
칼퍼니아가 소박하게 이중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을 나는 단 한 번도 깨닫지 못했어.
우리 옆집 아줌마가 알고 보니 낮에는 요리사, 밤에는 스파이? 뭐 이런 급의 충격이야. 스카웃은 칼 아줌마가 자신들 앞에서의 모습 말고 또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거지. 어른들의 세계는 참 복잡하다는 걸 깨닫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충격이야.
The idea that she had a separate existence outside our household was a novel one, to say nothing of her having command of two languages.
칼 아줌마가 우리 집 밖에서 별개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정말 생소했어. 두 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스카웃은 칼 아줌마가 그냥 '우리 집 일해주는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퇴근(?) 후의 삶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인 거야. 마치 우리 담임 선생님이 밤에는 힙합 클럽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DJ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런 충격이랄까?
“Cal,” I asked, “why do you talk nigger-talk to the—to your folks when you know it’s not right?”
“칼 아줌마,” 내가 물었어. “그게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 왜 흑인들한테—아줌마 사람들한테 그런 식으로 흑인 말투를 써요?”
스카웃은 지금 '표준어'가 무조건 정답이라는 어린아이의 잣대로 질문을 던진 거야. 칼 아줌마가 왜 장소와 사람에 따라 말투를 카멜레온처럼 바꾸는지, 그 서글프고도 깊은 속사정을 아직은 모르는 거지. 애들이 원래 이렇게 순수하게 뼈를 잘 때려.
“Well, in the first place I’m black—” “That doesn’t mean you hafta talk that way when you know better,” said Jem.
“글쎄다, 우선 내가 흑인이고—” “더 잘 알면서(배운 사람이면서) 그렇게 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젬이 말했어.
칼 아줌마가 "나 흑인이잖아"라고 이유를 대려니까, 똑쟁이 젬이 바로 논리로 받아치고 있어. "아니, 아줌마는 공부도 많이 해서 똑똑한데 왜 굳이 수준 낮은 말투를 써요?"라고 묻는 거지. 젬은 지금 논리 싸움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야.
Calpurnia tilted her hat and scratched her head, then pressed her hat down carefully over her ears.
칼퍼니아는 모자를 비딱하게 기울이고 머리를 긁적이더니, 그러고는 다시 모자를 양쪽 귀 위로 조심스럽게 꾹 눌러 썼어.
애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칼 아줌마가 좀 난처해진 모양이야. 대답하기 곤란할 때 나오는 전형적인 제스처지? 모자를 만지작거리는 행동에서 아줌마의 복잡미묘한 심경이 느껴져. 아이들에게 이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어른의 모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