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thank you,” I said, smiling as broadly as I could. She looked rather disconcerted, perhaps even slightly frightened.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꽤 당황한 듯 보였고, 아마도 약간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했다.
에리너는 나름대로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활짝 웃었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이었나 봐. 준이 'disconcerted(당황한)'를 넘어 'frightened(겁먹은)' 단계까지 갔대. 에리너의 미소가 얼마나 파괴적(?)이었을지 상상이 가니? 본인은 호의인데 상대는 공포라니, 이 지독한 사회적 불통의 현장!
I was disappointed. I’d been aiming for pleasant and friendly.
나는 실망했다. 쾌활하고 다정한 분위기를 목표로 삼았었는데 말이다.
에리너의 진심 어린 실망이야. 본인은 'pleasant(유쾌한)'하고 'friendly(우호적인)'한 이미지를 노렸는데 결과는 상대방 겁주기라니. 사회적 기술 점수가 마이너스를 찍고 있지만, 본인은 그 이유를 전혀 모르는 저 천진난만함(?)이 에리너의 짠한 매력 포인트지.
“Well then, that seems to be that for the time being, Eleanor; I’ll leave you in peace,” she said.
“그럼 일단 오늘 업무는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에리너 씨. 이만 편히 쉬시게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준은 이제 도망치듯 작별 인사를 해. 'leave you in peace(평화롭게 내버려 두다)'라는 표현이 재밌지? 겉으로는 '방해 안 할게'지만 속으로는 '제발 저 기괴한 미소에서 나 좀 해방시켜줘'라는 비명 같아. 준에게 에리너와 함께 있는 건 평화가 아니라 극한 체험이었나 봐.
She continued talking as she packed away the file in her briefcase, adopting a breezy, casual tone.
그녀는 서류 가방에 서류철을 챙겨 넣으며 경쾌하고 격식 없는 어조를 취하며 말을 이어갔다.
긴장이 풀린 준이 갑자기 수다스러워졌어. 'breezy(산들바람 같은)'하고 'casual(캐주얼한)'한 톤으로 바꿨대. 에리너의 흉터를 보며 경직됐던 아까와는 딴판이지? 이제 무거운 비즈니스 끝났으니 가벼운 스몰토크로 어색함을 덮어보려는 준의 필사의 노력이 보여.
“Any plans for the weekend?” “I’m visiting someone in hospital,” I said.
“주말에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요?” “병원에 있는 누군가를 면회하러 갈 겁니다.” 내가 말했다.
준 멀런이 가기 전 던진 의례적인 스몰토크 질문에 에리너는 아주 성실하게 답했어. 하지만 '누군가를 면회한다'는 에리너의 대답은 사실 새미를 만나러 간다는 뜻이지. 주말에도 혼자 보드카나 마시던 에리너에게 '면회'라는 일정이 생겼다는 건 엄청난 변화야. 물론 준은 그 '누군가'가 누군지 꿈에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Oh, that’s nice. Visits always cheer a patient up, don’t they?”
“아, 그거 좋네요. 방문은 언제나 환자의 기운을 북돋워 주지요, 안 그런가요?”
준 멀런은 에리너가 누굴 보러 가는지도 모르면서 세상 따뜻한 척 맞장구를 쳐. 'Visits always cheer a patient up'이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교과서적인 위로를 건네고 있지. 준의 목소리엔 '어머, 우리 에리너가 드디어 사회적인 활동을 하네?'라는 기특함과 대견함이 듬뿍 묻어나는 것 같아.
“Do they?” I said. “I wouldn’t know. I’ve never visited anyone in hospital before.”
“그런가요?” 내가 말했다. “나는 잘 모르겠군요. 전에 병원으로 누군가를 면회하러 가 본 적이 없어서요.”
에리너의 논리적인 일격! '환자가 기운이 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한 번도 안 가봤는데'라는 거지. 에리너는 경험하지 않은 데이터에 대해서는 절대로 아는 척하지 않아. 준의 감상적인 위로를 한 방에 차단해버리는 에리너만의 철벽 논리, 정말 독보적이지 않니?
“But you’ve spent a lot of time in hospital yourself, of course,” she said.
“하지만 당신 본인도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요, 당연히요.” 그녀가 말했다.
준 멀런이 선을 넘었어! 에리너의 과거 서류를 다 읽어놓고는 '너도 병원에 오래 있었잖아'라며 트라우마를 툭 건드리네. 준은 공감해주려고 꺼낸 말이겠지만, 에리너 입장에서는 '너 내 아픈 과거 다 훔쳐봤잖아'라고 비꼬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어. 이 대화, 점점 아슬아슬해지는데?
I stared at her. The imbalance in the extent of our knowledge of each other was manifestly unfair.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서로에 대한 지식의 정도가 이토록 불균형하다는 것은 명백히 불공평했다.
에리너의 눈빛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지? 준은 에리너의 인생 밑바닥까지 서류로 다 훑었는데, 에리너는 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잖아. 이 정보의 불균형을 'manifestly unfair(명백히 불공평한)'하다고 느끼는 에리너의 저 논리적인 분노! 에리너는 지금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관찰 대상'이 된 기분일 거야.
Social workers should present their new clients with a fact sheet about themselves to try to redress this, I think.
사회복지사들도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의뢰인들에게 자신들에 관한 정보가 담긴 안내서를 제시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에리너의 기막힌 해결책! 사회복지사들도 자기 사생활이 담긴 'fact sheet(안내서/정보지)'를 들고 와야 공평하다는 거야. 'redress(바로잡다)'라는 단어를 쓰는 에리너의 진지함 좀 봐. 자기는 다 까발려졌는데 상대는 비밀인 게 억울한 거지. 에리너식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보 공유론, 은근히 설득력 있지 않니?
After all, she’d had unrestricted access to that big brown folder, the bumper book of Eleanor,
결국 그녀는 그 커다란 갈색 서류철, 즉 에리너 대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내 기록물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권한을 가졌던 셈이다.
준 멀런은 에리너의 20년 치 흑역사가 담긴 '비밀 장부'를 통째로 읽었어. 에리너는 이걸 'bumper book of Eleanor(에리너 대백과사전)'라고 부르는데, 자기 인생의 비극을 남의 나라 역사책 보듯 묘사하는 저 여유! 정보의 불균형에 살짝 빡친(?) 에리너의 마음이 느껴지지?
two decades’ worth of information about the intimate minutiae of my life.
내 삶의 지극히 사적인 세부 사항들에 관한 20년 분량의 정보들 말이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하는데, 에리너의 그 모든 'minutiae(세부 사항들)'가 준의 손안에 있다니. 특히 'intimate(사적인/내밀한)'이라는 단어를 써서 준이 선을 세게 넘었다는 걸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어. 에리너는 지금 자기 인생이 스포일러 당한 기분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