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financially rebarbative too,” I said. “Aye,” he nodded, “it does cost a fortune, right enough.”
“재정적으로도 혐오스럽다.” 내가 말했다. “그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돈이 엄청나게 들긴 하지.”
엘리너가 'rebarbative(혐오스러운, 거부감이 드는)'라는 아주 어려운 단어를 썼어. 레이먼드는 그게 뭔 뜻인지 알기나 할까? 하지만 레이먼드도 '돈이 엄청 든다(cost a fortune)'는 점엔 적극 공감해. 건강보다는 지갑 사정으로 대동단결하는 두 사람의 모습, 묘하게 웃기지 않니?
There was a pause. “Which way are you going, Eleanor?” he asked.
침묵이 흘렀다. “에리너, 어느 쪽으로 가나요?” 그가 물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레이먼드가 갈림길에서 물었어. 보통은 '저 이쪽으로 가요' 하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거나 같이 가겠지만, 엘리너 머릿속은 지금 '탈출 작전'으로 복잡해. 레이먼드랑 더 이상 같이 걷기 싫어서 머리를 굴리는 중이거든.
I considered the best response to this question. I was heading home for an exciting rendezvous.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변을 고민했다. 나는 흥미진진한 만남을 위해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최선의 답변을 고민한다니, 질문 하나에도 전략을 짜는 엘리너답지? 근데 'exciting rendezvous(흥미진진한 만남)'가 뭘까? 사실은 집에 가서 조니 로몬드를 구글링하려는 걸 저렇게 거창하게 표현한 거야. 컴퓨터와의 데이트를 밀회라고 부르는 엘리너의 귀여운 허세!
This highly unusual occasion—an appointment with a visitor to my home—
내 집에 방문객이 오기로 되어 있는 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은—
집에 누가 온다는 건 엘리너 인생에서 진짜 드문 일이야. 사회복지사 정기 점검이긴 하지만, 엘리너는 이걸 'highly unusual occasion(매우 이례적인 행사)'이라고 불러. 평소에 얼마나 고독하게 지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살짝 짠하기도 해.
meant that I needed to curtail this tedious, unplanned interaction posthaste.
이 지루하고 계획에 없던 상호작용을 즉시 단축해야 함을 의미했다.
엘리너의 본심 폭발! 레이먼드랑 걷는 걸 '지루하고 계획에 없던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했어. 그러고는 'posthaste(급히, 즉시)' 단축해야겠대. '단축(curtail)'이라는 단어 선택 봐. 무슨 회의 시간 줄이는 팀장님 같지 않니? 얼른 집에 가서 자기만의 '밀회(구글링)'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거야.
I therefore ought to pick any route but the one Raymond would be taking.
그러므로 나는 레이먼드가 갈 길만 아니라면 그 어떤 길이라도 선택해야 했다.
레이먼드랑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게 얼마나 싫었으면 '레이먼드가 가는 길만 아니면 어디든 좋아!'라고 외치고 있어. 여기서 'any route but'은 레이먼드의 경로를 제외한 모든 우주의 길을 탐색하겠다는 엘리너의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대목이지. 거의 레이먼드 기피증 수준 아니니?
But which one? We were about to pass the chiropody clinic and inspiration struck.
하지만 어느 길인가? 우리가 발 치료 클리닉을 막 지나려던 찰나 영감이 떠올랐다.
탈출 경로를 찾던 엘리너의 레이더에 '발 치료 클리닉'이 딱 걸렸어! 'inspiration struck(영감이 덮쳤다)'이라는 표현 좀 봐. 무슨 뉴턴이 사과 떨어지는 거 본 수준의 깨달음 아니니? 레이먼드를 떼어낼 완벽한 핑곗거리를 찾은 엘리너의 반짝이는 눈빛이 그려진다니까.
“I have an appointment over there,” I said, pointing to the chiropodist’s opposite.
“저기에 예약이 있어요.” 나는 건너편의 발 치료사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엘리너의 구라... 아니, 임기응변 1단계! 길 건너편 건물을 손가락으로 콕 집으면서 예약이 있다고 선수 치고 있어. 레이먼드를 떼어내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발 예약'을 급조한 엘리너의 처절함이 느껴지니? 'chiropodist'라는 어려운 단어를 써서 신뢰도를 높이려는 저 치밀함!
He looked at me. “Bunions,” I improvised. I saw him looking at my shoes.
그가 나를 쳐다보았다. “무지외반증 때문이에요.” 나는 즉흥적으로 꾸며냈다. 그가 내 신발을 살펴보는 것이 보였다.
레이먼드가 쳐다보니까 엘리너가 한술 더 떠서 구체적인 병명인 'Bunions(무지외반증)'까지 대버렸어. 근데 레이먼드가 엘리너의 투박한 신발을 훑어보네? 엘리너 입장에선 '내 신발이 좀 무지외반증 환자용 같아 보이나?' 하고 찔렸을 거야.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지!
“I’m sorry to hear that, Eleanor,” he said. “My mother’s the same; she’s got terrible trouble with her feet.”
“안됐군요, 에리너.” 그가 말했다. “우리 어머니도 그래요. 발 때문에 고생이 아주 심하시거든요.”
아뿔싸! 레이먼드가 눈치껏 가주기는커녕 공감을 해버리네? 심지어 자기 엄마도 발이 아프대. 엘리너는 그냥 레이먼드를 떼어놓고 싶었을 뿐인데, 졸지에 레이먼드 어머니의 발 건강 고민까지 들어줘야 할 판이야. 레이먼드의 저 넘치는 친화력, 엘리너에겐 정말 재앙 같은 호의 아니니?
We waited at the pedestrian crossing, and he was silent at last.
우리는 횡단보도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입을 다물었다.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어!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엘리너에겐 구세주 같았을 거야. 레이먼드의 TMI 폭격이 멈추고 찾아온 'silent at last(마침내 침묵)'! 엘리너가 이 짧은 정적을 얼마나 달콤하게 즐기고 있을지 상상이 가니? 물론 신호가 바뀌면 또 시끄러워지겠지만 말이야.
I watched an old man stagger down the opposite side of the road.
나는 한 노인이 길 반대편에서 비틀거리며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평화롭던 탈출로에 새로운 관찰 대상이 등장했어. 엘리너의 레이더에 걸린 건 길 건너편의 한 할아버지야. 'stagger(비틀거리다)'라는 단어를 쓴 걸 보니, 그냥 걷는 게 아니라 중심을 못 잡고 휘청이는 위태로운 상황인 것 같아. 엘리너는 이 광경을 마치 다큐멘터리 감독처럼 아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