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been the focus of far too much attention in my time. Pass me over, move along please, nothing to see here.
나는 살면서 너무나도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니 나를 그냥 지나쳐 달라. 어서 지나가시라. 여기에는 볼거리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자기 흉터를 빤히 보는 게 진저리나나 봐. 'Nothing to see here'는 경찰들이 사건 현장에서 구경꾼들 쫓아낼 때 쓰는 말이거든. 자기를 구경거리 취급하지 말라는 엘리너의 서글픈 철벽이지. 제발 관심 좀 꺼달라는 거야!
I don’t often look in the mirror, as a rule. This has absolutely nothing to do with my scars.
원칙적으로 나는 거울을 자주 보지 않는다. 이것은 내 흉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거울 안 보는 이유가 흉터 때문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 'As a rule(원칙적으로)'이라는 표현을 써서 자기만의 철칙임을 강조하지. 흉터 때문에 자존감 낮아서 안 보는 거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기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It is because of the unsettling gene mix that looks back at me. I see far too much of Mummy’s face there.
그것은 거울 너머로 나를 마주하는 불쾌한 유전자 조합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는 엄마의 얼굴을 너무나도 많이 발견한다.
거울을 피하는 진짜 이유가 드디어 나왔어. 자기 얼굴에서 '엄마'가 보이기 때문이래. 'Unsettling gene mix(마음 편치 않은 유전자 조합)'라니, 자기 몸속에 흐르는 엄마의 피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알 수 있지. 거울을 보는 게 엄마를 보는 것 같아 소름 끼치는 거야.
I cannot distinguish any of my father’s features, because I have never met him and, to the best of my knowledge, no photographic records exist.
나는 아버지의 생김새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분별할 수 없다. 그를 만난 적이 전혀 없는 데다, 내가 아는 한 사진 기록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너는 아빠에 대한 정보가 아예 '제로'야.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아주 담담하게,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설명하고 있어. '사진 기록조차 없다'는 대목에서 그녀의 과거가 얼마나 철저히 단절되었는지 알 수 있지.
Mummy almost never mentioned him, and on the rare occasions when he came up, she referred to him only as “the gametes donor.”
엄마는 그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으며, 드물게 그가 화두에 오를 때면 그를 단지 '배우자 공여자'라고만 칭했다.
엄마는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아. 무려 '배우자 공여자(gametes donor)'래. 아빠를 인간이 아니라 그냥 유전자를 전달해준 택배 기사 정도로 생각하는 엄마의 소름 돋는 냉소주의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야.
Once I’d looked up this term in her New Shorter Oxford English Dictionary
엄마의 '뉴 쇼터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이 용어를 찾아본 적이 있었다.
어린 엘리너는 엄마가 아빠를 '배우자 공여자'라고 부르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봤대. 일반적인 아이라면 그냥 물어봤을 텐데, 일일이 사전을 뒤지는 엘리너의 모습에서 고지식한 꼬마 학자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니?
(from the Greek γαμἐτηϛ, “husband”—did this juvenile etymological adventuring spark my love of classics?),
(그리스어 '가메테스'에서 유래한 '남편'이라는 뜻—어린 시절의 이러한 어원적 탐험이 고전 문학에 대한 나의 애정에 불을 지폈던 것일까?)
엘리너가 왜 대학교 때 고전 문학을 전공했는지 그 이유가 여기서 나와. 어릴 때 사전을 뒤지며 단어의 어원을 파헤치는 게 '모험'처럼 느껴졌나 봐. 단어 하나로 그리스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꼬마 엘리너, 진짜 떡잎부터 남다른 덕후였네!
I spent several years wondering about this strange set of circumstances.
나는 이 기이한 상황들에 관해 궁금해하며 몇 년을 보냈다.
엄마가 아빠를 그렇게 이상한 단어로 부르니까, 엘리너는 그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고민하느라 몇 년을 허비했대. 아이답게 뛰어노는 대신 방구석에서 인생의 미스터리를 풀려고 했던 엘리너의 고독한 유년 시절이 상상돼서 짠하다.
Even at that tender age, I understood that assisted conception was the antithesis of careless, spontaneous or unplanned parenthood,
그 어린 나이에도 나는 보조 생식이란 부주의하거나, 즉흥적이거나, 계획되지 않은 부모 됨의 정반대 개념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엘리너는 '배우자 공여자'라는 말을 듣고, 자기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줄 알았어. 그래서 '아, 엄마가 날 아주 계획적으로 공들여 낳았구나!'라고 생각했지. 엄마가 자기를 소중히 여겨서 낳았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려던 어린 엘리너의 눈물겨운 합리화야.
that it was the most deliberate of decisions, undertaken only by women who were serious and dedicated in their quest to be mothers.
그것은 가장 의도적인 결정이며, 어머니가 되려는 탐구 과정에서 진지하고 헌신적인 여성들만이 내리는 선택이라는 사실 말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 병원까지 찾아가는 건 진짜 진심인 엄마들만 하는 일이잖아? 어린 엘리너는 엄마가 아빠를 그렇게 부르는 걸 보고 '아, 우리 엄마는 나를 엄마가 되기 위해 인생을 건 진지한 분이구나!'라고 엄청난 착각을 해버려. 진실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이 대목은 정말 가슴 아픈 오해지.
I simply could not believe, given the evidence and my own experience,
증거와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엘리너가 자기 엄마를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추론하고 있어. 엄마가 보여준 '증거(행동)'와 자기가 겪은 '경험'을 합쳐보니, 엄마가 결코 '아이를 간절히 원한 헌신적인 여성'일 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지. 역시 데이터 분석에 진심인 엘리너야!
that Mummy had ever been such a woman, could ever have wished for a child so intensely.
엄마가 그런 부류의 여성이었을 리도, 그토록 간절하게 아이를 원했을 리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엄마가 자기를 낳기 위해 '성스러운 탐구'를 했다는 건 엘리너가 보기에 완전 개그였나 봐. 'So intensely(그렇게나 강렬하게)' 아이를 바라는 엄마의 모습과 자기가 아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딴판이라 괴리감을 느끼는 장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