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hook my head, but said nothing. “Oh, they do—I know they do.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오, 아플 거야. 내가 다 안다니까.
엘리너는 대답을 회피하려 하지만 엄마는 엘리너의 속마음을 다 꿰뚫고 있다는 듯이 단정 지으며 공포를 유발해.
Remember how you got them, Eleanor. Was it worth it? For her?
그것들을 어떻게 얻었는지 기억해봐 엘리너. 그럴 가치가 있었니? 그녀를 위해서?
흉터의 기원을 들먹이며 엘리너의 아픈 구석을 제대로 긁어버리는 중이야. 엄마라는 사람이 거의 최종 보스급 빌런 포스를 풍기며 정서적 학대를 이어가고 있어.
Oh, there’s room on your other cheek for a bit more hurt, isn’t there?
오 네 다른 쪽 뺨에도 고통이 머물 자리가 조금 더 남아있네 그렇지 않니?
이미 있는 흉터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다른 쪽 뺨까지 상처 입히고 싶어 하는 광기 서린 협박이야. 소름 돋아서 에어컨이 필요 없을 지경이지.
Turn the other cheek for Mummy, Eleanor, there’s a good girl.”
엄마를 위해 다른 쪽 뺨도 돌려야지 엘리너 착한 아이지.
착한 아이라는 말로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며 폭력을 유도하는 아주 사악한 화법이야. 읽다 보면 주먹이 절로 쥐어질 만큼 화가 나지.
And then there was only silence. On the bus to work on Friday, I felt strangely calm.
그리고나서 오직 정적만이 흘렀어. 금요일 출근 버스 안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차분함을 느꼈지.
폭풍 같은 독설이 끝나고 찾아온 고요함인데 이게 진짜 힐링이 아니라 멘탈이 바스러진 뒤의 해탈 같은 상태를 묘사하고 있어.
I hadn’t drunk vodka after the chat with Mummy, but only because I didn’t have any, and I didn’t want to go out alone in the dark to buy some.
엄마랑 대화하고 나서 보드카를 마시지 않았는데, 그건 그냥 집에 보드카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걸 사려고 어두운 밤에 혼자 나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엄마라는 인간이랑 한판 하고 나면 멘탈이 바스러져서 술이 땡기기 마련이잖아? 근데 우리 엘리너는 술이 없어서 '강제 금주' 당한 상태야. 의지력이 대단해서 안 마신 게 아니라, 귀찮음과 어둠에 대한 공포가 알코올 중독을 이겨버린 아주 웃픈 상황이지.
Always alone, always dark. So, instead, I had made a cup of tea and read my book,
항상 혼자이고, 항상 어둡지. 그래서 대신에, 난 차 한 잔을 타서 내 책을 읽었어.
혼자라는 외로움이 뼈 사무치게 느껴지는 대목이야. 술 대신 차를 선택했다는 건 엘리너가 자기 나름대로의 평온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기도 해. 고독을 씹어 먹으며 차를 홀짝이는 모습, 상상 가니?
distracted occasionally by my flashing green fingernails as I turned the pages.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반짝이는 내 초록색 손톱에 가끔 정신이 팔리기도 했지.
책 내용은 뒷전이고 자기 손톱 보느라 정신 팔린 엘리너, 너무 인간적이지 않니? 우울한 기분 전환용으로 칠한 그 튀는 초록색 손톱이 엘리너에게는 작은 위안이 되고 있는 거야.
I’d had enough of tropical fruit for the time being, and needed something more conducive to matters of the heart.
당분간 열대 과일은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마음의 문제에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어.
여기서 '열대 과일'은 엘리너가 읽던 가벼운 책들을 비유하는 걸 수도 있어. 이제는 좀 더 깊이 있고, 감정을 건드리는 진지한 이야기(matters of the heart)가 필요하다는 거지. 엘리너도 이제 연애 세포가 좀 꿈틀대나 봐?
Sense and Sensibility. It’s another one of my favorites: top five, certainly.
이성과 감성.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 하나야. 확실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술 대신 책을 고른 엘리너가 자기가 제일 아끼는 고전 소설을 소개하고 있어. 취향 한 번 고급지지?
I love the story of Elinor and Marianne. It all ends happily, which is highly unrealistic,
난 엘리너랑 마리안의 이야기를 사랑해. 전부 행복하게 끝나는데, 그건 아주 비현실적이지.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자기랑 같아서 더 몰입하는 것 같아. 근데 해피엔딩 보고 비현실적이라고 투덜대는 거 보면 엘리너도 참 냉소적이야.
but, I must admit, narratively satisfying, and I understand why Ms. Austen adhered to the convention.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네, 서사적으로는 만족스러워. 오스틴 여사가 왜 그런 관습을 고수했는지 이해가 가거든.
비현실적이라고 까면서도 이야기의 완성도는 인정해 주는 엘리너. 역시 츤데레 독서가다운 면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