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lways, Charlie
언제나 사랑을 담아, 찰리
찰리의 전매특허 편지 끝인사야. 이번 편지는 특히나 무거운 비밀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깊고 진하게 느껴지네.
February 23, 1992
1992년 2월 23일
새로운 편지의 시작이야.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네. 지난주에 약속했던 그 '토요일'이 이미 지났을 시점이라,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해서 손에 땀이 쥐어지는 날짜야.
Dear friend, I was sitting in the waiting room of the clinic. I had been there for an hour or so.
안녕 친구야, 난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어. 거기 한 시간쯤 앉아 있었던 것 같아.
결국 운명의 날이 왔어. 찰리는 지금 차가운 병원 의자에 앉아 시계만 쳐다보고 있지.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찰리에겐 마치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을 거야. 정적만이 흐르는 대기실의 분위기가 찰리의 첫 문장에서부터 팍팍 느껴져.
I don’t remember exactly how long. Bill had given me a new book to read, but I just couldn’t concentrate on it.
정확히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기억 안 나. 빌 선생님이 읽어보라고 새 책을 한 권 주셨는데,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거든.
병원 대기실의 그 무거운 공기 속에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찰리는 감도 못 잡고 있어. 빌 선생님은 찰리 마음을 좀 달래주려고 책을 주셨지만, 지금 찰리 머릿속은 온통 누나 걱정뿐이라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I guess it makes sense why not. Then, I tried to read some magazines, but again, I just couldn’t.
왜 집중이 안 되는지 나도 알 것 같아. 그래서 잡지라도 좀 읽어보려 했지만, 역시나 안 되더라고.
책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상황이 상황인지라 집중 안 되는 게 당연하단 걸 찰리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어. 그래서 가벼운 잡지로 눈을 돌려봤지만 결과는 꽝! 찰리의 멘탈이 지금 얼마나 너덜너덜한지 알겠지?
It wasn’t so much that they mentioned what the people were eating. It was all the magazine covers.
잡지 기사에 사람들이 뭘 먹었는지 적혀 있는 게 거슬렸던 건 아냐. 문제는 그 잡지 표지들이었어.
예전에 찰리가 스타들이 뭐 먹는지 나열하는 가벼운 잡지들을 싫어했잖아? 근데 지금은 그 '내용'이 문제가 아니래. 대기실에 널브러진 잡지들의 '표지'가 찰리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끌며 묘한 불쾌감을 주고 있어.
Each one had a smiling face, and every time it was a woman on the cover, she was showing her cleavage.
표지마다 웃는 얼굴들이 가득했고, 표지 모델이 여자일 때마다 그녀들은 가슴골을 드러내고 있었거든.
표지는 화려하게 웃고 있는데 노출은 심한 상태... 찰리는 이 부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껴. 누나의 힘든 상황과 겹쳐 보이면서 세상이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찰리의 월플라워적 본능이 발동한 거야.
I wondered if those women wanted to do that to look pretty or if it was just part of the job.
저 여자들이 예뻐 보이려고 스스로 원해서 저렇게 한 건지, 아니면 그냥 일의 일부라서 어쩔 수 없이 한 건지 궁금해졌어.
찰리의 깊은 사색이 시작됐어. '노출'이 본인의 자유로운 선택인지, 아니면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거절할 수 없는 시스템의 강요인지 고민하는 거야. 누나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 '여성의 선택'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지.
I wondered if they had a choice or not if they wanted to be successful. I just couldn’t get that thought out of my mind.
성공하고 싶다면 그녀들에게 선택권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결국 '선택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네. 성공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도 감수해야 하는 시스템... 찰리는 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괴로운 거야. 누나의 고통도 이런 시스템의 희생양은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
I could almost see the photo shoot and the actress or model going to eat a “light lunch” with her boyfriend afterward.
잡지 화보 촬영장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져. 촬영이 끝나고 여배우나 모델이 남자친구랑 같이 '가벼운 점심'을 먹으러 가는 모습까지 말이야.
찰리의 상상력이 풀가동 중이야. 잡지 표지 한 장을 보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영화처럼 머릿속으로 찍고 있어. 찰리는 화려한 겉모습보다 촬영이 끝난 뒤의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이 더 궁금한가 봐.
I could see him asking her about her day, and how she wouldn’t think too much of it,
남자친구가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묻고, 그녀는 그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 보여.
찰리는 모델의 연인이 던질 법한 아주 사소한 질문까지 상상해. 잡지에선 세상 제일가는 여신 같지만, 실제론 밥 먹으면서 '오늘 촬영 힘들었어'라고 툴툴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거지.
or maybe if it was her first magazine cover, how she would be very excited because she was starting to become famous.
아니면 만약 그게 그녀의 생애 첫 잡지 표지라면, 이제 막 유명해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엄청 들떠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번엔 또 다른 시나리오를 써보고 있어. 누군가에겐 지겨운 일상이지만,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겐 인생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잖아. 찰리는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느낄 감정의 온도 차이를 섬세하게 짚어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