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 maybe it means they’re in too deep already, that they’ve gotten through the skin into the blood.
아니면 박테리아들이 이미 너무 깊숙이 침투해서, 피부를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방금 전의 희망은 어디 가고, 다시 지옥의 이지선다가 시작됐어. '덜 따가운 건 이미 세균들이 내 혈관 타고 고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그런 거 아냐?'라는 무시무시한 역발상이지. 강박증은 정말 쉴 틈을 안 주네.
Just look at it one more time. Does it look like the swelling is getting better?
딱 한 번만 더 들여다보자. 부기가 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나?
강박증 환자들의 국룰 멘트 '딱 한 번만 더'. 하지만 우리 모두 알지? 그 한 번이 수만 번이 될 거라는 걸. 에이자는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손가락 부기(swelling)를 감정하고 있어.
It’s only been eight minutes too soon to tell. Stop. It was 3:15.
아직 겨우 8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 그만해. 3시 15분이었다.
3시 7분에 뭘 했길래 8분 지났다는 걸까? 3시 12분에 시작했으니 실제론 3분 지났는데, 에이자의 뇌 속 시간은 이미 광속으로 흐르고 있나 봐. '그만해(Stop)'라고 외치는 이성적인 목소리가 아주 힘겹게 들리네.
“Holmesy,” she said. “We need to go. I can drive.”
“홈즈,”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가야 해. 내가 운전할게.”
데이지가 참다 참다 드디어 한마디 날렸어. 주차장에서 반창고랑 무한 루프 돌고 있는 에이자를 보니 속이 터질 만도 하지. '야, 너 오늘 제정신 아니니까 운전대 내려놔'라는 찐친의 걱정 섞인 압박이야.
I shook my head again, put the car into reverse, and this time succeeded in getting moving.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고, 후진 기어를 넣었으며, 이번에는 드디어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오, 드디어 에이자가 자기 머릿속 빌런을 잠시 따돌리고 엑셀을 밟았어! 해럴드(차 이름)도 아마 '휴, 이제야 퇴근하는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걸?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첫발을 뗐을 때의 그 묵직한 성공이야.
“I wish I understood it,” she told me as I drove. “Like, does it help to be reassuring or is it better to worry with you?
“네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 내가 운전하는 동안 그녀가 말했다. “이를테면, 안심시켜 주는 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냥 너랑 같이 걱정해 주는 게 나을까?”
데이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야. 강박증 있는 친구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정답이 없거든. '괜찮아'라고 하면 '안 괜찮아!' 할 것 같고, 같이 떨자니 둘 다 멘탈 털릴 것 같고... 찐친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하고 서글픈 질문이지.
Is there anything that makes it better?” “It’s infected,” I whispered.
나아지게 만드는 게 뭐라도 있을까?” “감염됐어.” 내가 속삭였다.
데이지는 해결책(anything that makes it better)을 찾으려 하지만, 에이자는 이미 자기만의 공포 영화 찍는 중이야. '감염됐다'는 그 한마디가 에이자한테는 거의 종말 선언이나 다름없거든. 친구는 손을 내미는데 에이자는 그 손을 잡지도 못하고 공포에 떨고 있어.
“And I did it to myself. Like I always do. Opened the callus up and now it’s infected.”
결국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늘 그랬듯이. 굳은살을 비집어 열었고 이제는 감염되고 말았다.
에이자가 결국 스스로 판 무덤에 들어갔어. 박테리아가 무섭다고 벌벌 떨면서 정작 그 박테리아가 들어오기 딱 좋게 대문을 활짝 열어버린 셈이지. 자기가 저지른 일이라 누구 탓도 못 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처량한 신세야.
I was that fish, infected with a parasite, swimming close to the surface, trying to get myself eaten.
나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수면 가까이 헤엄치며 스스로 잡아먹히기를 자처하는 그 물고기였다.
에이자가 예전에 말했던 그 기괴한 기생충 이야기를 다시 꺼냈어. 뇌를 조종당해서 죽을 자리로 찾아가는 불쌍한 물고기에 자신을 투영한 거야. 자기도 강박증이라는 기생충 때문에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유지.
When we finally got to the bank, I stood in the back while Daisy introduced herself to a teller,
우리가 마침내 은행에 도착했을 때, 데이지가 창구 직원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동안 나는 뒤편에 서 있었다.
주차장에서 반창고 쇼를 몇 번이나 하고 나서야 겨우 은행에 왔어. 에이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서 데이지 뒤에 멍하니 서 있는 중이지. 거액의 현금을 들고 온 상황이라 평소보다 공기가 더 무겁게 느껴질 거야.
and then we were escorted to a glassed-off private office in the back,
그러고 나서 우리는 뒤편에 유리로 차단된 개인 사무실로 안내되었다.
돈 뭉치를 들고 왔으니 일반 창구에서 처리하기엔 너무 눈에 띄지. 그래서 VIP룸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소환된 거야. 에이자는 지금 정신이 혼미한데 주변 상황은 점점 더 무겁게 흘러가고 있어.
where a thin woman in a black suit placed our cash into a machine that shuffled through the bills, counting them.
그곳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마른 여성이 우리의 현금을 지폐를 섞으며 세는 기계에 넣었다.
은행 직원이 능숙하게 돈 세는 기계를 돌리고 있어. 에이자 눈에는 그 기계 소리나 지폐가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을 거야. 자기 인생이 통째로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