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haven't yet forgotten the voice of nature, and we keep hoping, hoping for... everything.
자연의 속삭임도 잊지 않았고, 우린 끊임없이 희망해. 모든 것이 잘되기를 말이야.
여기서 '자연의 목소리'는 원초적인 생존 본능을 뜻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좋은 날이 오겠지'라며 모든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안네의 모습이 참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해 보여.
Let something happen soon, even an air raid. Nothing can be more crushing than this anxiety.
공습이라도 좋으니 제발 무슨 일이든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어. 이 불안감만큼 사람을 짓누르는 건 없으니까.
폭탄이 떨어지는 무서운 공습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언제 잡힐지 모르는 이 피 말리는 불안감이 더 힘들다는 거야. 안네가 얼마나 막막했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싶어.
Let the end come, however cruel; at least then we'll know whether we are to be the victors or the vanquished. Yours, Anne M. Frank
결말이 아무리 잔혹하더라도 차라리 빨리 끝이 났으면 좋겠어. 적어도 그때가 되면 우리가 승리자가 될지 패배자가 될지는 알 수 있을 테니까. 너의 안네 M. 프랑크가.
결과가 나쁘더라도 이 지긋지긋한 불확실성을 끝내고 싶어 하는 안네의 처절한 심정이야. 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로 결정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거지. 마지막에 자기 이름을 꾹꾹 눌러 쓴 게 참 인상적이야.
WEDNESDAY, MAY 31, 1944
1944년 5월 31일 수요일
새로운 일기가 시작되는 날짜야. 1944년이면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인데, 안네의 세상은 여전히 좁은 은신처 안에 갇혀 있네.
Dearest Kitty, Saturday, Sunday, Monday and Tuesday it was too hot to hold my fountain pen, which is why I couldn't write to you.
사랑하는 키티에게, 지난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만년필을 잡을 기운조차 없었어. 그래서 너에게 편지를 쓰지 못했지.
며칠 동안 소식이 없어서 키티(일기장)가 서운했을까 봐 안네가 변명(?)을 하고 있어. 얼마나 더웠으면 만년필 잡는 것조차 힘들었을까? 은신처는 환기도 잘 안 돼서 진짜 찜통이었을 거야.
Friday the drains were clogged, Saturday they were fixed.
금요일엔 배수구가 막혔는데 토요일엔 다행히 고쳤어.
은신처 생활에서 하수구 막히는 건 진짜 대재앙이지! 냄새도 냄새지만 사람 부르기도 힘드니까 말이야. 다행히 하루 만에 고쳐졌다니 안네 가족들이 정말 한숨 돌렸을 거야.
Mrs. Kleiman came for a visit in the afternoon and told us a lot about Jopie; she and Jacque van Maarsen are in the same hockey club.
오후엔 클라이만 아주머니가 놀러 오셔서 요피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 요피랑 자크 판 마르선은 같은 하키 클럽에 다닌대.
은신처에 갇힌 안네한테 바깥 친구들 소식은 거의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급이지! 조피랑 자크가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소소한 얘기도 안네에겐 너무나 소중한 정보였을 거야.
Sunday Bep dropped by to make sure there hadn't been a break-in and stayed for breakfast.
일요일엔 벱 언니가 도둑이 들진 않았는지 확인하러 들렀다가 같이 아침을 먹었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은신처 식구들을 챙겨주는 벱은 정말 천사 같아. 혹시라도 도둑이 들었을까 봐 확인하러 온 건데, 덕분에 다 같이 아침 식사도 하고 훈훈한 시간이 됐네.
Monday (a holiday because of Pentecost), Mr. Gies served as the Annex watchman, and Tuesday we were finally allowed to open the windows.
월요일엔(성령 강림 대축일 휴일이었어) 기스 아저씨가 은신처 당번을 서주셨고, 화요일엔 드디어 창문을 열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어.
공휴일엔 창고 건물을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서 위험하거든. 그래서 조력자인 기스 아저씨가 직접 보초를 서준 거야. 덕분에 화요일엔 그 찜통 같은 은신처 창문을 활짝 열 수 있었다니, 안네에겐 생명의 은인 같았겠지?
We've seldom had a Pentecost weekend that was so beautiful and warm. Or maybe “hot” is a better word.
성령 강림 대축일 연휴가 이렇게 화창하고 따뜻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아니, ‘덥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
오순절(부활절 후 50일째 축제) 주말이면 보통 날씨가 화창하긴 하지만, 이번엔 유독 날씨가 미쳤나 봐. 안네가 처음엔 '따뜻하다'고 예쁘게 말하다가 바로 '아니, 그냥 더워 죽겠어'라고 정정하는 걸 보니 기온이 장난 아니었던 모양이야.
Hot weather is horrible in the Annex. To give you an idea of the numerous complaints, I'll briefly describe these sweltering days.
은신처에서 겪는 더위는 정말 끔찍해. 다들 얼마나 불평을 쏟아냈는지, 그 무더웠던 날들을 간단히 들려줄게.
밖에서야 날씨가 좋으면 돗자리 펴고 노니까 좋겠지만, 창문도 제대로 못 열고 좁은 곳에 갇혀 있는 안네 가족들에겐 이 더위가 재앙이었을 거야.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생하게 중계해주겠다는 안네의 비장함이 느껴져.
Saturday: “Wonderful, what fantastic weather,” we all said in the morning.
토요일 아침: “와, 날씨 정말 끝내준다!” 다들 한마디씩 했지.
아침엔 아직 선선하니까 다들 기분이 업돼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어. 나중에 닥쳐올 시련은 꿈에도 모른 채 '판타스틱'을 외치는 사람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그려져서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