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everybody in the barn cellar. Wilbur and the sheep and the lambs and the goose and the gander and the goslings and Charlotte and me.”
“아, 헛간 지하실에 있는 모두요. 윌버랑 양들이랑 어린 양들, 그리고 엄마 거위랑 아빠 거위랑 새끼 거위들, 그리고 샬롯이랑 저요.”
펀이 헛간 식구들을 하나하나 호명하고 있어. 이건 뭐 거의 동창회 명단 부르는 수준이지? 자기도 그 멤버 중 하나라는 걸 아주 당당하게 밝히고 있어. 펀의 세계관에서는 동물과 사람이 완벽하게 친구가 된 상태야.
“Charlotte?” said Mrs. Arable. “Who’s Charlotte?” “She’s Wilbur’s best friend. She’s terribly clever.”
“샬롯?” 애러블 부인이 말했어. “샬롯이 누구니?” “그 애는 윌버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진짜 엄청 똑똑해요.”
엄마는 이제 '샬롯'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촉이 팍 섰어. 펀이 샬롯을 지능캐로 묘사하니까 엄마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거지. 사람 이름 같은데 헛간에 산다니까 대체 누군지 감도 안 잡히는 상황이야.
“What does she look like?” asked Mrs. Arable. “Well,” said Fern, thoughtfully, “she has eight legs. All spiders do, I guess.”
“그 애는 어떻게 생겼니?” 애러블 부인이 물었어. “음,” 펀이 생각에 잠겨 말했지, “다리가 여덟 개예요. 제 생각엔 모든 거미들이 그런 것 같아요.”
엄마는 샬롯이 펀의 새로운 학교 친구인 줄 알고 외모를 물어봤는데, 펀의 대답이 아주 가관이지? 다리가 여덟 개라니, 엄마 입장에선 '내 딸이 지금 외계인이랑 노나?' 싶어서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야.
“Charlotte is a spider?” asked Fern’s mother. Fern nodded. “A big grey one.”
“샬롯이 거미라고?” 펀의 엄마가 물었어. 펀은 고개를 끄덕였지. “크고 회색인 거미요.”
드디어 샬롯의 정체가 탄로 났어! 샬롯은 사람이 아니라 거미였던 거지. 엄마는 지금 머릿속이 하얘졌을 거야. 예쁜 딸내미가 징그러운 거미랑 베프라니, 이건 거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아니냐고.
“She has a web across the top of Wilbur’s doorway. She catches flies and sucks their blood. Wilbur adores her.”
“윌버의 문 위쪽에 거미줄을 쳤어요. 파리를 잡아서 피를 빨아먹죠. 윌버는 그 애를 아주 아주 좋아해요.”
펀은 아주 해맑게 샬롯의 식성까지 설명하고 있어. 파리 피를 빨아먹는 거미를 돼지가 사랑한다니, 엄마 입장에선 이보다 더 기괴하고 소름 돋는 로맨스가 있을까 싶을걸? 펀은 지금 동심 가득하지만 엄마는 동심 파괴 중이야.
“Does he really?” said Mrs. Arable, rather vaguely. She was staring at Fern with a worried expression on her face.
“정말 그러니?” 애러블 부인이 다소 멍하게 말했어. 부인은 얼굴에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펀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지.
엄마는 이제 영혼이 가출하기 일보 직전이야. 딸의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고 기괴하니까 이걸 믿어야 할지, 아니면 펀을 정신 상담이라도 시켜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진 거지. 펀을 쳐다보는 엄마의 눈빛에서 깊은 고뇌가 느껴지지 않니?
“Oh, yes, Wilbur adores Charlotte,” said Fern. “Do you know what Charlotte said when the goslings hatched?”
“아, 맞아요, 윌버는 샬롯을 아주 아주 좋아해요,” 펀이 말했어. “거위 새끼들이 부화했을 때 샬롯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펀은 지금 샬롯이 얼마나 멋진 친구인지 엄마 아빠한테 어필하느라 바빠. 마치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 자랑하는 초등학생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하고 있을 거야. 돼지가 거미를 사랑한다는 이 기묘한 로맨스를 펀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전하고 있지.
“I haven’t the faintest idea,” said Mr. Arable. “Tell us.”
“전혀 모르겠는걸,” 애러블 씨가 말했어. “우리한테 말해주렴.”
아빠는 지금 딸의 상상력(?)에 맞춰주기로 작정한 모양이야. '그래, 그 똑똑하다는 거미가 뭐라고 하디?' 하는 심정으로 일단 들어는 봐주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이지. 영혼은 살짝 가출했을지 몰라도 리액션은 만점이야.
“Well, when the first gosling stuck its little head out from under the goose, I was sitting on my stool in the corner and Charlotte was on her web.”
“글쎄요, 첫 번째 아기 거위가 엄마 거위 밑에서 작은 머리를 쏙 내밀었을 때, 저는 구석에 있는 제 의자에 앉아 있었고 샬롯은 자기 거미줄 위에 있었어요.”
펀은 그날의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거위 머리가 쏙 나오는 순간과 자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샬롯이 어디 있었는지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지. 이 정도면 거의 현장 리포터 수준 아니냐고.
“She made a speech. She said: ‘I am sure that every one of us here in the barn cellar will be gratified to learn that”
“그 애가 연설을 했어요. 이렇게 말했죠. ‘저는 여기 헛간 지하실에 있는 우리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요.”
거미가 연설을 한다니, 엄마 아빠는 속으로 '우리 딸이 상상력이 지나쳐서 소설을 쓰는구나' 싶을 거야. 하지만 펀은 샬롯의 말투를 아주 정중하고 품위 있게 흉내 내고 있어. 샬롯은 그냥 거미가 아니라 헛간의 지성인이거든.
“after four weeks of unremitting effort and patience on the part of the goose, she now has something to show for it.’”
“거위가 4주 동안 끈질기게 노력하고 인내한 끝에, 이제 그 결실을 보게 되었네요.”
샬롯이 거위의 부화를 축하하며 한 말이야. 거의 뭐 시상식 축사급이지? 거미가 이렇게 고급 어휘를 쓰니까 펀이 반할 수밖에 없어. 샬롯은 헛간의 지성인 그 자체라니까.
“Don’t you think that was a pleasant thing for her to say?” “Yes, I do,” said Mrs. Arable.
“샬롯이 그렇게 말한 게 참 다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응, 그렇구나,” 애러블 부인이 말했어.
펀은 샬롯의 인성(?)을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 엄마는 속으로 '거미가 말을 한다고?' 싶으면서도 일단 딸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