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a minute or two they stood gazing at the tatted wall with its white lettering.
일분 혹은 이분 동안 그들은 흰 글씨가 쓰인 타르 칠 된 벽을 응시하며 서 있었다.
클로버랑 벤저민이 벽 앞에 멍하니 섰어. 원래 저 벽에는 동물들의 헌법 같은 '7계명'이 아주 위엄 있게 적혀 있었잖아? 근데 뭔가 분위기가 싸한 거지. 흰 글씨(white lettering)는 그대로인데,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그 묘한 기분... 너희도 느껴지니?
“My sight is failing,” she said finally. “Even when I was young I could not have read what was written there.
"내 시력이 떨어지고 있어."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젊었을 때조차 저기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읽을 수 없었지만 말이야."
클로버 할머니의 슬픈 고백이야. 눈이 침침해서(failing) 안 보인대. 사실 젊었을 때도 글을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아예 '진실'을 볼 수 없게 된 것 같아 더 안쓰러워. 무지함이 서러움으로 폭발하는 순간이지.
But it appears to me that that wall looks different. Are the Seven Commandments the same as they used to be, Benjamin?”
"하지만 내게는 저 벽이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구나. 벤저민, 7계명이 예전과 똑같니?"
촉이 왔어! 눈은 나빠졌어도 '이건 뭔가 아니다'라는 감각은 살아있네. 벤저민에게 팩트 체크를 부탁하는 클로버의 떨리는 목소리... 저 벽에 적힌 글자가 바뀌었다는 걸 이미 직감하고 있는 거야. 소름 돋지 않니?
For once Benjamin consented to break his rule, and he read out to her what was written on the wall.
이번만큼은 벤저민도 자신의 원칙을 깨기로 동의했고, 그는 벽에 적힌 내용을 그녀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평소엔 '난 이런 일에 안 끼어'라던 쿨가이 벤저민이 웬일로 원칙(rule)을 깼어. 클로버의 간절함이 벤저민의 철벽을 무너뜨린 거지. 자, 이제 벤저민의 입을 통해 충격적인 진실이 공개될 거야. 긴장되지?
There was nothing there now except a single Commandment. It ran:
이제 그곳에는 단 하나의 계명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7개나 되던 계명이 다 어디 가고 딱 하나(a single Commandment)만 남았대. 이거 완전 '답정너'식 개헌 아니니? 돼지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 싹 지워버린 거야. 그 마지막 남은 한 문장이 뭔지 알아?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이 소설 최고의 명대사(이자 망언) 등장! '더 평등하다(more equal)'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평등에 등급을 매기는 돼지들의 해괴망측한 궤변에 혀를 내두르게 돼. '평등'이라는 단어를 오염시키는 소름 끼치는 순간이지.
After that it did not seem strange when next day the pigs who were supervising the work of the farm all carried whips in their trotters.
그 일이 있은 후, 다음날 농장 일을 감독하던 돼지들이 모두 앞발에 채찍을 들고 있는 것도 더는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이제 대놓고 채찍(whips)을 들고 다녀. '더 평등한' 존재니까 채찍질 좀 해도 된다는 거지. 동물들도 이제 너무 지쳐서 이게 '이상하지(strange)' 않게 느껴지는 지경까지 왔어. 가스라이팅이 완벽하게 성공한 비극적인 결말이야.
It did not seem strange to learn that the pigs had bought themselves a wireless set, were arranging to install a telephone,
돼지들이 라디오를 사고 전화기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이제 돼지들이 대놓고 인간의 문명을 즐기기 시작했어. 라디오(wireless set)를 사고 전화기까지 놓겠대. 동물들은 처음엔 경악했겠지만, 이제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인지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지경에 이르렀어. 무감각해지는 게 제일 무서운 건데 말이야.
and had taken out subscriptions to John Bull, TitBits, and the Daily Mirror.
또한 존 불, 팃비츠, 데일리 미러 같은 잡지와 신문을 정기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말이다.
이제 잡지랑 신문까지 읽으면서 인간 세상 소식을 챙기네? 존 불(John Bull)이나 데일리 미러(Daily Mirror) 같은 건 당시 영국에서 아주 유명했던 매체들이야. 돼지들이 돋보기 끼고 신문 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시는 모습, 생각만 해도 코웃음이 나오지 않니?
It did not seem strange when Napoleon was seen strolling in the farmhouse garden with a pipe in his mouth—
나폴레옹이 입에 파이프를 물고 농가 정원을 거니는 모습이 목격되었을 때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나폴레옹 형님, 이제는 파이프 담배까지 피우셔! 정원을 '거니는(strolling)' 모습이라니, 완전 농장 주인 존스 씨랑 판박이야. 동물들은 이제 저게 나폴레옹인지 존스인지 헷갈릴 지경인가 봐. 무뎌진 감각이 참 무섭다니까.
no, not even when the pigs took Mr. Jones's clothes out of the wardrobes and put them on,
아니, 돼지들이 존스 씨의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었을 때조차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제 인간의 옷까지 뺏어 입어! '옷 입는 동물은 적이다'라던 초심은 개나 줘버린 거지. 옷장(wardrobe)에서 주섬주섬 옷 꺼내 입는 돼지들을 상상해봐. 진짜 꼴불견인데 동물들은 이걸 보고도 아무 말이 없네.
Napoleon himself appearing in a black coat, ratcatcher breeches, and leather leggings,
나폴레옹 본인은 검은 코트와 사냥용 바지, 그리고 가죽 각반을 차고 나타났다.
나폴레옹 패션 좀 봐. 검은 코트에 '사냥용 바지(ratcatcher breeches)'래. ratcatcher는 쥐 잡는 사람이 아니라 당시 사냥할 때 입던 격식 없는 승마복 스타일을 말해. 완전 영국 신사 코스프레 제대로 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