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ecided not to read to him, not wishing to wake him, and so I put the reading material on top of the cabinet next to his bed.
그를 깨우고 싶지 않았으므로 책을 읽어주지 않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읽을거리를 그의 침대 옆 수납장 위에 올려두었다.
에리너가 할아버지 깨울까 봐 배려하는 모습 좀 봐! 'Not wishing to wake him(깨우고 싶지 않아서)'이라니, 사회성은 부족해도 기본 심성은 따뜻한가 봐. 근데 가져온 잡지가 '플레이보이'인 건 함정이지. 할아버지가 자다가 일어나서 그 잡지를 보면 다시 뒷목 잡고 쓰러지실지도 모르겠어.
I opened the compartment at the front, thinking it best to deposit the Bags for Life inside.
다회용 장바구니를 안에 넣어두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앞쪽의 보관함을 열었다.
에리너의 정리 정돈 집착이 발동됐어! 장바구니(Bags for Life)를 그냥 두면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보관함 안에 '예치(deposit)'하듯 넣어두네. 'Thinking it best(이게 제일 낫겠지)'라며 스스로 만족하는 에리너의 꼼꼼함... 할아버지 짐 정리까지 싹 해주는 참된 도우미네.
The cabinet was empty apart from a wallet and a set of keys.
수납장은 지갑 하나와 열쇠 꾸러미를 제외하고는 비어 있었다.
할아버지의 개인 물품을 스캔 완료한 에리너. 지갑이랑 열쇠... 누군가의 삶을 증명하는 아주 개인적인 물건들이지. 텅 빈 수납장에서 이 물건들만 덩그러니 있는 걸 보고 에리너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또 다른 데이터로 수집하고 있을 거야.
I wondered if I should look in Sammy’s wallet to see if it contained any clues about him,
새미의 지갑 안에 그에 관한 어떤 단서라도 들어있는지 들여다봐야 할지 고민했다.
에리너의 호기심이 선을 넘을락 말락 하고 있어! 지갑을 열어보는 건 좀 사생활 침해 같지만, 에리너에겐 그저 '단서(clues)'를 찾는 탐정 놀이 같은 거지. 과연 에리너가 지갑을 열었을까? 지갑 주인이 깨어날까 봐 조마조마한 순간이야.
and I was about to reach forward for it when I heard someone clear their throat behind me, a phlegm-filled sound that indicated a smoker.
내가 그것을 향해 막 손을 뻗으려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흡연자임을 짐작케 하는, 가래 끓는 소리였다.
딱 걸렸어! 지갑에 손을 대려는 찰나에 들린 헛기침 소리! 근데 에리너는 그 기침 소리조차 '가래가 가득 찼다(phlegm-filled)'거나 '흡연자(smoker)'라고 분석하고 있어. 위기 상황에서도 저런 관찰을 하다니 정말 멘탈 갑이야. 과연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Eleanor. You came,” said Raymond, pulling up a chair on the opposite side of the bed. I stared at him.
“에리너. 왔군요.” 레이먼드가 침대 반대편에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말했다. 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레이먼드가 나타나서 에리너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어. 근데 에리너는 지금 반가워할 때가 아니지. 지갑에 손대려다 딱 걸린 건지, 아니면 '코마 상태'라고 구라(?) 친 레이먼드한테 따지려는 건지 눈에 힘 빡 주고 쳐다보고 있어. 에리너의 레이저 눈빛에 레이먼드 눈썹이 타버릴 것 같아.
“Why did you lie, Raymond? Sammy’s not in a coma. He’s merely asleep. That’s not the same thing at all.”
“레이먼드, 왜 거짓말을 했죠? 새미는 혼수상태가 아니에요. 그저 잠들어 있을 뿐이죠. 그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요.”
에리너의 엄격한 근엄함이 폭발했어! 레이먼드가 '코마'라고 해서 플레이보이 잡지까지 사 들고 비장하게 왔는데, 알고 보니 그냥 낮잠 중이었던 거지. 에리너에게 '수면'과 '코마'의 차이는 짜장면과 짬뽕의 차이보다 훨씬 중대한 과학적 오류인 거야.
Raymond laughed. “Ah, but it’s great news, Eleanor. He woke up a couple of hours ago.
레이먼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하지만 이건 희소식이에요, 에리너. 그는 몇 시간 전에 깨어났거든요.
에리너는 화가 났는데 레이먼드는 허허실실이야. 사실 '깨어난 것' 자체가 좋은 일인데 에리너는 용어 정리에만 집착하니까 레이먼드 눈엔 그게 또 웃긴 거지. 레이먼드의 낙천적인 성격과 에리너의 깐깐함이 부딪치는 귀여운 장면이야.
Apparently, he’s got a severe concussion and a broken hip. They reset it yesterday—
듣기로는 심한 뇌진탕에 고관절이 골절되었다고 하더군요. 어제 수술로 뼈를 맞췄다고 해요.”
새미 할아버지의 병명이 드디어 나왔어. 뇌진탕에 골절이라니 꽤 중상이네. 에리너는 이런 의학적인 팩트에는 또 귀를 쫑긋 세울 거야. 'Reset'이라는 단어가 뼈를 다시 맞추는 걸 뜻하는데, 에리너는 이걸 컴퓨터 재부팅처럼 생각할지도 몰라.
he’s very tired from the anesthetic, but they say he’s going to be fine.”
마취 기운 때문에 아주 피곤한 상태지만, 다 괜찮아질 거라고들 하네요.”
수술 후 마취가 덜 깨서 자고 있었던 거였어. 레이먼드는 할아버지가 괜찮을 거라며 에리너를 안심시키려 해. 근데 에리너는 'Anesthetic(마취제)'이라는 단어를 듣고 그 성분이나 부작용을 또 머릿속으로 분석하고 있을 것 같지 않니?
I nodded, and stood up abruptly. “We should leave him in peace then,” I said.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가 평온하게 쉬도록 자리를 비켜줘야겠네요.” 내가 말했다.
상황 파악 끝났으니 볼일 다 봤다는 에리너의 쿨한 퇴장! 'Abruptly(갑자기)' 일어나는 모습에서 병원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져. 에리너는 역시 감성적인 작별 인사보다는 논리적인 결론과 실행이 먼저인 여자야.
I was keen to be out of the ward, to be frank.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병동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에리너는 지금 탈출 욕구가 뿜뿜하고 있어. 병문안 미션은 완료했으니 이제 이 답답한 병원을 뜨고 싶은 거지. 'To be frank(솔직히 말해서)'라며 자기 마음을 툭 던지는 게 참 에리너답지? 예의 바른 척 참아보려 했지만, 본능은 이미 출구 조사를 끝낸 상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