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note: on November 12, 1999 a Children’s Panel Review of Compulsory Supervision Order concerning Eleanor Oliphant took place,
파일 기록: 1999년 11월 12일, 에리너 올리펀트에 관한 강제 감독 명령 아동 위원회 심의가 열렸다.
이제 8개월이 더 지난 시점이야. 'Compulsory(강제적인)'라는 단어 보여? 어린 에리너가 국가의 강력한 통제('Supervision Order') 아래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서늘한 기록이지. 에리너는 '관리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at which Mr. Brocklehurst and Miss Scatcherd were present (minutes attached).
그 자리에 브로클허스트 씨와 스캐처드 양이 참석했다(회의록 첨부).
'Minutes attached(회의록 첨부)'... 에리너의 운명을 결정한 그날의 대화가 종이 한 장에 다 담겨 있다는 소리야. 에리너는 지금 그 끔찍한 기록을 남 읽듯이 읽고 있어.
The Children’s Panel concluded that, on account of Eleanor’s challenging behavior in this and previous placements,
아동 위원회는 에리너가 이번 위탁지와 이전의 위탁지들에서 보여준 저항적인 행동 때문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가 '결론(concluded)'을 땅땅 내렸어. 근데 이유가 에리너의 'challenging behavior(도전적인 행동)' 때문이래. 아이 입장에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을 텐데, 시스템은 그걸 그냥 '말 안 듣는 행동'으로 낙인찍어버렸네.
foster care in a family environment was not appropriate at the current time.
일반적인 가정 환경에서의 위탁 양육은 현재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결론이었다.
이 문장 정말 무서워. 'not appropriate(부적절함)'. 이 차가운 말 한마디로 에리너는 '따뜻한 가정'에서 살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거야. 시스템이 에리너를 포기하고 '시설'로 보내기로 한 비극적인 순간이지.
It was therefore agreed that Eleanor should be placed in a residential care home for the time being,
그러므로 에리너를 당분간 아동 보호 시설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위탁 가정도 끝이야. 리드 부부의 'growing concerns'가 먹혀든 거지. 어른들은 'residential care home'이라는 아주 우아하고 행정적인 이름을 붙인 시설로 에리너를 보내버리기로 했어. 'therefore(그러므로)'라는 단어가 이 비극적인 결정에 쐐기를 박는 차가운 망치 소리처럼 느껴져.
and that the decision of the panel would be reviewed in twelve months.
그리고 위원회의 결정은 12개월 후에 재검토될 예정이었다.
12개월 뒤에나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무책임한 기약 좀 봐. 에리너에겐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시설에서 버텨야 할 생존 게임의 시작이었을 텐데, 어른들에겐 그저 'twelve months' 뒤에 열릴 다음 스케줄일 뿐이야.
(Action: R. Scatcherd to investigate availability of places in local facilities and notify Mr. and Mrs. Reed of expected date of removal.)
(조치 사항: R. 스캐처드는 지역 시설의 잔여 자리를 조사하고 리드 부부에게 예상 퇴거 날짜를 통지할 것.)
괄호 안에 적힌 이 사무적인 지시 사항들 좀 봐. 에리너는 이제 사람이라기보다 치워야 할 짐짝처럼 다뤄지고 있어. 특히 'removal(제거/퇴거)'이라는 단어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게 느껴지지 않니?
R. Scatcherd, 11/12/99. Liars. Liars, liars, liars. The bus was quiet and I had a seat to myself,
R. 스캐처드, 11/12/99. 거짓말쟁이들. 거짓말쟁이들, 거짓말쟁이들, 거짓말쟁이들. 버스는 조용했고 나는 혼자 자리에 앉았다.
서류 끝에 적힌 서명과 날짜를 보던 에리너가 갑자기 폭발해! "거짓말쟁이들!" 어린 에리너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물건 취급했던 어른들에 대한 20년 만의 일갈이지. 그러다 다시 현재의 버스 안으로 화면이 전환되는데, 이 극적인 텐션 조절 좀 봐.
the old man’s shopping sitting in two Bags for Life beside me.
노인의 장바구니가 내 옆 '백포라이프' 두 개에 담긴 채 놓여 있었다.
아까 길에서 쓰러졌던 새미 할아버지의 짐을 챙겨서 버스에 탄 에리너. 에리너 옆자리엔 사람 대신 '장바구니'가 떡하니 앉아 있네. 마치 새미 할아버지의 영혼이라도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묘한 풍경이야.
I’d thrown out the sausages and the orange cheese, but I kept the milk for myself,
소시지와 오렌지색 치즈는 버렸지만, 우유는 내가 갖기로 했다.
상할 것 같은 소시지는 냉정하게 버리면서 우유는 야무지게 챙기는 에리너! "내 입은 소중하니까"라는 에리너의 실리적인 태도 좀 봐. 노인의 식단 조절까지 강제로 해주는 진정한 건강 전도사네.
reasoning that it wasn’t stealing as he wouldn’t be able to use it anyway.
그가 어차피 사용하지 못할 테니 도둑질이 아니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이게 바로 에리너표 '기적의 논리'야! "어차피 주인은 병원에 있고 우유는 상할 텐데, 내가 먹어주는 게 환경 보호 아니겠어?"라고 자기 합리화('reasoning')하는 중이지. 엉뚱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네.
I had some qualms about throwing out the other perishable items.
상하기 쉬운 다른 식품들을 내다 버리는 일에 대해서는 약간의 가책을 느꼈다.
에리너가 새미 할아버지의 장바구니를 정리하면서 소시지랑 치즈를 버릴 때 살짝 'qualms(가책)'를 느꼈대. 도덕적 결벽증이라기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에리너에게도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건 좀 찜찜한 일이었나 봐. 물론 우유는 야무지게 챙겼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