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quite frightening to think about the ideas that I may have absorbed from Mummy.
내가 엄마로부터 흡수했을지도 모를 생각들을 떠올리면 꽤나 으스스해진다.
드디어 엘리너가 깨닫기 시작했어! 자기 생각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엄마에게서 '흡수(absorbed)'된 독이었다는 걸 말이야. 'quite frightening(꽤나 무서운)'이라는 표현에서 자신의 자아가 타인에 의해 침식당했다는 공포감이 느껴져.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인데, 앞으로 뱉어내야 할 것들이 산더미겠지?
The furniture was provided by a charity that helps vulnerable young people and ex-offenders when they move into a new home:
가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취약 계층 청년들과 전과자들을 돕는 자선 단체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엘리너 집 가구들의 출처가 밝혀졌어. 자선 단체에서 준 거였네. 근데 돕는 대상이 '취약 계층 청년(vulnerable young people)'이랑 '전과자(ex-offenders)'래. 엘리너가 사회적으로 어떤 부류로 묶여 관리받아왔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대목이야. 나라에서 집을 내준 건 다행이지만, 그 안을 채운 건 남들이 쓰던 자비의 흔적들뿐이었어.
donated, mismatched things for which I was most grateful at the time, and continue to be.
기부받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었지만, 당시 나는 무척 감사했고 지금도 그렇다.
가구들이 'mismatched(짝이 안 맞는)'해서 집안 꼴이 좀 어수선했나 봐. 하지만 엘리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진심으로 감사하고(grateful) 있대. 엄마의 '부르주아' 타령에 비하면, 엘리너는 비록 투박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친절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게 분명해.
It was all perfectly functional, so I’d never seen the need to replace any of it.
그것들은 모두 완벽하게 제 기능을 다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중 어떤 것도 교체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엘리너의 실용주의 끝판왕 모먼트야. 가구가 낡았든 짝이 안 맞든 '앉을 수 있고 물건을 올릴 수 있으면 장땡'이라는 거지. 남들이 보기엔 고물상 같아도 엘리너 눈엔 '완벽한 기능성 가구'인 거야. 낭비라고는 1도 모르는 우리 엘리너,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라고 해야 할까?
I didn’t clean the place very often, I supposed, which might contribute to what I could see might be perceived as a general air of neglect.
생각해보면 나는 집을 그리 자주 청소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타인의 눈에는 전반적으로 방치된 분위기로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 멀런의 방문을 계기로 드디어 집 꼬락서니(?)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 엘리너! 자기가 청소를 안 한 게 '방치된 분위기(air of neglect)'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걸 지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아, 내 집이 좀 쓰레기장... 아니, 방치된 느낌이었구나?'라고 깨닫는 중인데, 표현이 너무 고상해서 웃음이 나지 않니?
I didn’t see the point; I was the only person who ever ate here, washed here, went to sleep and woke up here.
나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곳에서 밥을 먹고, 씻고, 잠들고, 깨어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으니까.
엘리너의 자취 생활 철학! '볼 사람도 없는데 청소해서 뭐 해?'라는 거지. 논리적으로는 완벽한데, 문장을 곱씹어보면 오직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엘리너의 지독한 고독이 느껴져서 조금 짠해. 밥 먹고 씻고 자고 깨는 그 모든 평범한 일상이 텅 빈 집에서 혼자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아주 건조하게 읊어주고 있어.
This June Mullen was the first visitor I’d had since November last year. They come around every six months or so, the Social Work visits.
이번에 온 준 멀런은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우리 집을 찾은 방문객이었다. 사회복지국의 방문 점검은 6개월 정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진다.
와, 거의 반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온 거야? 엘리너의 인간관계 가뭄 상태가 심각하네. '방문객'이라고 부르는 대상조차 자기가 좋아서 초대한 친구가 아니라,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보내는 사회복지사라는 게 킬포야. 엘리너에게 외부인은 오직 '점검'을 하러 오는 공무원들뿐인 거지.
She’s my first visitor this calendar year. The meter reader hasn’t been yet,
그녀는 이번 역년(曆年) 통틀어 나의 첫 방문객이다. 검침원조차 아직 다녀가지 않았다.
엘리너의 정교한 어휘 선택 좀 봐. 그냥 올해라고 안 하고 'this calendar year(역년)'라고 해. 마치 회계 보고서 쓰는 것 같지 않니? 오죽 사람이 안 왔으면 가스나 전기 검침원(meter reader)이 안 온 것까지 카운트하고 있어. 검침원이라도 와야 '아, 내가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구나' 하고 느낄 지경인가 봐.
although I must say I prefer it when they leave a card and I can phone in my reading.
사실 나는 그들이 안내 카드를 남겨두고 가면 내가 직접 전화로 검침 수치를 알려주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고 말해야겠다.
역시 우리 철벽 엘리너!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싫었으면 검침원이랑 마주치는 것보다 자기가 직접 전화해서 숫자 읊어주는 걸 더 좋아한대. 'I must say(말해야겠다)'라며 자기 취향을 소신 있게 밝히는 저 당당함!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엘리너는 이미 비대면 마니아였던 거야.
I do love call centers; it’s always so interesting to hear all the different accents and try to find out a bit about the person you’re talking to.
나는 콜센터를 정말 좋아한다. 온갖 다양한 억양을 듣고 대화 상대방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내려 애쓰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롭다.
엘리너의 유일한 '사회적 취미'가 콜센터 전화하기라니, 정말 독특하지? 사람 만나는 건 싫어하면서 목소리만 들리는 콜센터는 왜 좋냐고? 바로 멀찍이 떨어져서 인간이라는 종족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야. 다양한 억양(accents)을 들으면서 그 사람이 어디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는 게 엘리너에겐 넷플릭스보다 재밌는 거지.
The best part is when they ask, at the end, “Is there anything else I can help you with today, Eleanor?”
가장 백미는 마지막에 그들이 이렇게 묻는 순간이다. “에리너 씨, 오늘 더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엘리너가 콜센터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가 드디어 나왔어. 상담원이 매뉴얼대로 읊는 저 마지막 멘트! 특히 'Eleanor'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을 엘리너는 'The best part(최고의 부분)'라고 해. 세상으로부터 투명인간 취급받는 엘리너에게 저 기계적인 친절이 얼마나 큰 존재감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
and I can then reply, “No, no thank you, you’ve completely and comprehensively resolved my problems.”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당신은 내 문제를 완벽하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해주었습니다.”
엘리너의 대답 좀 봐. 'No thanks'라고 하면 될 걸 'completely and comprehensively(완벽하고도 포괄적으로)'라고 대답해. 상담원이 들으면 '와, 이 손님 진짜 배운 사람이네' 하거나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싶겠지? 자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줬다는 이 지적인 감사 인사가 엘리너에겐 소통의 완성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