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a series of numbers scrawled below it in an awkward, childish hand.
그리고 그 아래에는 서툴고 어린아이 같은 필체로 일련의 숫자들이 휘갈겨져 있었다.
숫자 적은 폼 좀 봐. 'awkward, childish hand(서툴고 어린아이 같은 필체)'래. 레이먼드의 외모만큼이나 글씨도 참 꾸밈없고 투박하지? 에리너는 이런 레이먼드의 무질서함이 조금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가 적어준 'a series of numbers(일련의 숫자들)'를 보며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어.
“Give it an hour or so,” he said. “Your bunions will be dealt with by then, won’t they?”
“한 시간쯤 여유를 둬요.” 그가 말했다. “그때쯤이면 당신의 건막류 문제도 해결되어 있겠지요, 안 그렇소?”
레이먼드, 이 순진한 친구 좀 봐! 엘리너가 자리를 피하려고 지어낸 '발 관리(chiropody)' 핑계를 찰떡같이 믿고 있어. '한 시간 정도면 발가락 혹(bunions) 치료 다 끝나겠지?'라며 아주 진지하게 물어보네. 엘리너의 거짓말이 레이먼드의 순수함(?)을 만나 아주 완벽한 알리바이가 되어버린 웃픈 상황이야.
I had barely had time to get home and divest myself of my outer garments when the doorbell rang, ten minutes earlier than I’d been expecting.
집에 도착해 겉옷을 벗을 시간조차 거의 없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이었다.
엘리너가 집에 오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초인종이 울렸어. 그것도 예정보다 10분이나 일찍! 규칙과 시간을 목숨처럼 아끼는 엘리너에게 약속 시간 10분 전 도착은 '배려'가 아니라 '습격'에 가까운 충격일 거야. 'divest myself of(벗어 던지다)'라는 거창한 표현을 쓴 걸 보니 옷 벗는 동작조차 아주 의식적이었나 봐.
Probably trying to catch me out. When I opened it, slowly, keeping the chain on, it wasn’t the person I’d been expecting.
아마도 내 허점을 찾아내려는 속셈이었으리라. 문고리를 건 채로 천천히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서 있지 않았다.
일찍 온 걸 보고 '나를 시험하려나?' 하고 의심하는 엘리너의 철벽 방어 좀 봐! 'catch me out(허를 찌르다)'이라는 표현에서 그녀의 경계심이 느껴지지? 문고리(chain)를 건 채로 살짝 열어보는 저 조심성... 역시 사회생활 만렙(?) 엘리너다워. 그런데 문밖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네?
Whoever it was, she wasn’t smiling. “Eleanor Oliphant? June Mullen, Social Work,” she said, stepping forward, her progress blocked by the door.
그녀가 누구이든 간에,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에리너 올리펀트 씨인가요? 사회복지과에서 나온 준 멀런입니다.” 그녀는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말했지만, 문에 막혀 더는 들어오지 못했다.
새로 온 사회복지사 '준 멀런'의 등장! 근데 이분도 만만치 않아 보여. 웃음기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에, 문이 덜 열렸는데도 당당하게 밀고 들어오려 하네. 하지만 엘리너의 철벽 문고리에 'progress blocked(진입 차단)' 당해버렸어! 기 싸움이 팽팽한 이 현장,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
“I was expecting Heather,” I said, peering around. “Heather’s off sick, I’m afraid; we’ve no idea when she’ll be back. I’ve taken over her cases.”
“헤더 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내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유감스럽지만 헤더 씨는 병가 중입니다. 언제 돌아올지는 저희도 모르고요. 제가 그녀의 사건들을 인계받았습니다.”
엘리너는 늘 보던 헤더를 찾는데, 준 멀런은 헤더가 병가(off sick) 중이라고 답해. 'we've no idea(전혀 모른다)'는 말에서 헤더의 상태가 꽤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지지? 준이 헤더의 모든 'cases(사건들/담당자들)'를 맡게 됐대. 엘리너 인생에 새로운 관찰자가 들어온 거야.
I asked to see some form of official identification—I mean, you can’t be too careful.
나는 어떤 형태든 공식적인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내 말은,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뜻이다.
엘리너의 철저함! 처음 보는 사람이 사회복지사라고 하니까 다짜고짜 신분증(official identification)부터 내놓으래.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you can't be too careful)'라는 말은 엘리너의 인생 모토나 다름없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엘리너만의 생존 전략인 셈이야. 준 멀런도 이런 엘리너의 까칠함에 좀 당황했을걸?
She gave a tiny sigh, and began to look in her bag. She was tall, carefully dressed in a black trouser suit and white shirt.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가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는 키가 컸고, 검은색 바지 정장에 흰색 셔츠를 단정하게 갖춰 입고 있었다.
신분증 보여달라는 에리너의 깐깐한 요구에 준 멀런이 살짝 한숨을 쉬네. '아이고, 첫날부터 임자 만났네' 하는 무언의 반응이 느껴지지? 그녀의 옷차림 묘사를 보니 아주 칼각 잡힌 프로페셔널한 스타일인가 봐. 에리너는 타인을 관찰할 때 거의 스캐너 수준으로 정밀하게 훑어보는 버릇이 있어.
As she bent her head, I noticed the white stripe of scalp at the parting in her shiny, dark bob.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윤기 흐르는 검은 단발머리 가르마 사이로 하얀 두피 자국이 내 눈에 들어왔다.
에리너의 관찰력은 진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상대방이 고개를 숙이는 찰나에 가르마 사이의 두피(scalp)까지 포착하다니! 마치 초고화질 카메라로 줌인을 하는 것 같아. 준 멀런의 머리칼이 아주 '윤기(shiny)' 난다는 걸 보니 관리 좀 하는 사람인가 봐. 에리너는 이런 사소한 시각적 정보에 아주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Eventually, she looked up and thrust out a security pass, with a huge council logo and a tiny photo.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보안 출입증을 쑥 내밀었는데, 거기에는 큼직한 구청 로고와 아주 작은 사진이 박혀 있었다.
드디어 신분증 등장! 'thrust out(쑥 내밀다)'이라는 표현에서 준 멀런의 약간은 짜증 섞인 단호함이 느껴져. '자, 여기 있다! 됐지?' 하는 느낌이랄까? 구청(council) 로고는 집채만 한데 정작 본인 사진은 쥐꼬리만 한 신분증... 전형적인 공무원 출입증 느낌이지?
I scrutinized it carefully, looked from the photograph to her face and back again several times.
나는 그것을 꼼꼼히 살피며 사진과 그녀의 얼굴을 여러 번 번갈아 대조해 보았다.
에리너의 '입국 심사' 타임! 'scrutinized(세밀하게 조사하다)'라는 단어를 쓰는 것 좀 봐. 거의 현미경 들고 보는 수준이야. 사진이랑 실제 얼굴을 왔다 갔다 하며 몇 번이나 확인하는 그 집요함... 준 멀런도 속으로 '이 사람 뭐지?' 싶었을 거야.
It wasn’t a flattering shot, but I didn’t hold that against her. I’m not particularly photogenic myself.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녀를 탓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사진발이 특별히 잘 받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분증 사진이 실물보다 영 못 나왔나 봐. 근데 에리너의 반응이 너무 웃기지? 'hold that against her(그걸로 그녀를 미워하다/탓하다)' 하지 않겠대. 자기도 사진발(photogenic) 안 받는다고 셀프 디스까지 곁들이면서 말이야. 이런 면에서 보면 에리너는 참 공정한(?) 사람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