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oming with him?” the older man asked. “Only room for one in the back, mind.”
“같이 가시겠습니까?” 나이 든 대원이 물었다. “뒤에는 한 명만 탈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고요.”
구급대원 아저씨가 보호자로 따라갈 거냐고 묻네. 근데 끝에 'mind'라고 덧붙이는 게 킬포야. '알아둬라', '명심해라'라는 뜻인데, 왠지 모르게 퉁명스러우면서도 챙겨주는 츤데레 매력이 느껴지지 않니? 엘리너와 레이먼드 중 누가 구급차에 몸을 싣게 될까? 다음 장면에 엘리너의 선택이 기다리고 있어.
Raymond and I looked at one another. I glanced at my watch. The visitor was due chez Oliphant in half an hour.
레이먼드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는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30분 후면 올리펀트 가에 방문객이 도착할 예정이었다.
레이먼드랑 눈이 딱 마주쳤어. 근데 엘리너는 지금 쓰러진 할아버지보다 자기 일정이 더 급해. 30분 뒤에 사회복지사가 오기로 했거든. 'chez Oliphant'라니, 자기 집을 무슨 프랑스 저택처럼 부르는 엘리너의 허세 섞인 지적질이 돋보이지? 이 와중에도 약속 시간은 칼같이 지켜야 하는 엘리너의 사회적 강박증이 발동한 거야.
“I’ll go, Eleanor,” he said. “You don’t want to miss your chiropody appointment.”
“내가 가겠소, 에리너.” 그가 말했다. “당신은 발 관리 예약 시간에 늦으면 안 되잖소.”
레이먼드, 이 남자 진짜 눈치 백단이야! 엘리너가 아까 했던 '발 관리(chiropody)' 핑계를 철석같이 믿고 자기가 대신 가겠다고 자원해. 사실 이건 엘리너가 자리를 피하려고 지어낸 말이었는데 말이지. 레이먼드의 배려심 덕분에 엘리너는 가짜 예약 때문에 사람 구하는 공을 양보받게 됐어. 이 남자, 은근히 기사도 정신 있네?
I nodded, and Raymond climbed in beside the old man and the paramedic, who was busy connecting drips and monitors.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먼드는 노인과 수액 줄과 모니터를 연결하느라 바쁜 구급대원 옆으로 올라탔다.
결국 레이먼드가 총대를 멨어. 구급차 안은 지금 'drips and monitors(수액이랑 모니터)'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레이먼드가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거지. 엘리너는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 레이먼드의 저 펑퍼짐한 몸이 그 좁은 구급차에 잘 들어갔으려나 모르겠네.
I picked up the shopping bags and lifted them high enough to pass across to Raymond.
나는 장바구니들을 들어 올려 레이먼드에게 건네줄 수 있을 만큼 높이 쳐들었다.
엘리너, 끝까지 할아버지 짐은 챙겨주네. 레이먼드한테 그 무거운 장바구니를 '으랏차차' 하고 건네주는 거야. 그 속에는 아까 그 육감적인(?) 어언브루 병도 들어있겠지? 할아버지의 소중한 식료품들이 안전하게 구급차에 입성하는 순간이야. 엘리너의 팔 근육이 열일하고 있어!
“Look,” said the paramedic, sounding slightly tetchy, “this isn’t the Asda van. We don’t deliver shopping.”
“보쇼,” 구급대원이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아스다 배달 트럭이 아니오. 우리는 장을 봐다 주지 않는단 말이오.”
구급대원 아저씨 폭발했어! 'tetchy(짜증 난)'한 목소리로 팩트를 날리네. 영국의 유명 마트인 'Asda(아스다)' 배달차 아니니까 짐 싣지 말라는 거지. 생명을 구하는 차에 소시지랑 탄산음료 봉투가 들어오니 어이가 없으셨나 봐. 아저씨, 이 짐 주인은 할아버지라구요!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적인 영국식 불평이야.
Raymond was on the phone, and I heard him talking, apparently to his mother, telling her that he’d be late, before he quickly hung up.
레이먼드는 통화 중이었는데, 아마도 자기 어머니에게 늦을 거라고 말하는 듯하더니 이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레이먼드는 이 긴박한 와중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나 좀 늦어!'라고 보고해. 역시 효자 레이먼드답지? 'apparently(보아하니)'라는 표현에서 엘리너가 레이먼드의 통화 내용을 귀동냥하며 분석하는 모습이 그려져. 남의 사생활에 관심 없는 척하면서 다 듣고 있는 엘리너, 은근히 셜록 홈즈 빙의한 거 같아.
“Eleanor,” he said, “why don’t you give me a call in a bit, and maybe you could bring his stuff over to him?”
“에리너,” 그가 말했다. “조금 뒤에 내게 전화를 해줘요. 어쩌면 당신이 노인의 짐을 그에게 가져다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레이먼드가 아주 자연스럽게(?) 에리너의 연락처를 따려는... 아니, 할아버지 짐을 챙겨주려는 핑계를 대고 있어. '할아버지 짐은 네가 있으니 연락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레이먼드 이 친구 은근히 머리 굴릴 줄 아네? 에리너에게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의 연락망이 구축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야.
I considered this, nodded, watched as he rummaged in his coat pocket and took out a Biro.
나는 이 제안을 고려해 본 뒤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코트 주머니를 뒤져 바이로 볼펜을 꺼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에리너는 남의 제안을 들으면 일단 '고려(considered)'부터 해. 뇌 필터링 성능이 아주 대단하지? 고개를 끄덕인 후 레이먼드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걸 아주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있어. 'Biro'는 영국에서 볼펜을 뜻하는 대명사 같은 건데, 레이먼드가 이 볼펜으로 에리너의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해지네.
He grabbed my hand. I gasped and stepped to the side, shocked, placing my hand firmly behind my back.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숨을 들이켜며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섰고, 손을 등 뒤로 꽉 숨겼다.
이런, 레이먼드! 에리너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해버렸어. 에리너는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데 손을 덥석 잡다니! 에리너가 'gasped(헉!)' 하고 놀라며 손을 등 뒤로 숨기는 모습이 마치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작은 동물 같아서 마음이 짠해지네. 레이먼드는 아마 에리너를 좀 더 친근하게 대하고 싶었나 봐.
“I need to give you my phone number,” he said patiently. I took out my little notebook from my shopper,
“전화번호를 알려줘야 해서요.” 그가 참을성 있게 말했다. 나는 쇼퍼백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레이먼드, 이 남자 은근히 멘탈 갑이야. 에리너가 소스라치게 놀라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patiently(참을성 있게)' 이유를 설명해. 에리너도 레이먼드의 의도를 이해했는지, 직접 손을 내주는 대신 자기 분신 같은 'little notebook'을 꺼내. 두 사람만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어.
which he returned with a page covered in blue scribble, his name barely legible there,
그는 파란색 낙서로 뒤덮인 페이지를 돌려주었는데, 그곳에는 그의 이름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레이먼드의 글씨체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야. 'blue scribble(파란색 낙서)'이라니... 정갈한 글씨와는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거지. 이름조차 'barely legible(간신히 읽을 수 있는)'한 걸 보면, 레이먼드는 IT 전문가답게 펜보다는 키보드가 훨씬 익숙한 사람인 게 분명해. 에리너 눈에는 얼마나 무질서해 보였을까?